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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선택한 <힐링캠프>, 김제동의 장점을 살려라!

너의길을가라 2015. 7. 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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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눈물'에 따라하기 급급한 '먹방쇼'까지, 그동안 <힐링캠프>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했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제작진도 공유하고 있었던 것 같다. 지난 1일, <힐링캠프> 측은 이경규와 성유리가 하차하고, 김제동의 단독 MC 체제로 개편할 것이라 밝혔다. 성유리의 존재감이야 얼마든지 대체 가능하지만, 2011년 7월 18일 첫 방송부터 <힐링캠프>를 지켜왔던 이경규의 하차는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하차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추측이 뒤따르고 있다. 일부 언론은 이경규가 신규 프로그램에 집중하기 위해 하차를 결정했다고 보도하기도 하지만, 기존에 출연하고 있던 SBS <아빠를 부탁해>와 KBS2 <나를 돌아봐>가 에너지 소모가 큰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점에서 설득력은 떨어지는 추측이다. 다른 프로그램에 집중하기 위해 프로그램의 수를 줄이는 건 이경규의 스타일도 아닐 뿐더러 연예계의 생리(生理)와도 어긋난다.


오히려 <아빠를 부탁해>에서 "아빠가 또 영화를 한다. 전재산을 다 날릴 수도 있다. 아빠는 그렇게 올인한다. 망해도 또 한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발언에 근거해서 영화 제작에 집중하기 위해 하차를 결정했다고 보는 편이 좀더 나은 대답일 것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힐링캠프>에 변화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선 이경규의 하차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 제작진의 결정일 것이다.



"밥 먹는데 보통 20~30분 걸리고 소화하는 데는 8시간이 걸린다. 6개월 만난 사람을 어떻게 2일 만에 잊으려고 하냐. 억지로 잊으려고 하는 건 자신에게도 모진 일이다. 울고 싶을 때 울어라. 생각안날 때까지 생각해라. 자신에게 여유와 시간을 주면 좋겠다" (<톡투유> 방송 중 김제동)


4년 동안 <힐링캠프>와 함께 했던 '터줏대감' 이경규를 쳐냈다는 건, 그만큼 <힐링캠프> 제작진의 의지가 컸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제 자연스럽게 질문은 '그렇다면 왜 이경규가 아니라 김제동일까?'로 이어진다.<해피투게더>의 하락세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여러 명의 MC가 연예인을 '모셔두고' 돌아가며 질문을 던지는 천편일률적인 토크쇼의 몰락 양상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제 대중들은 연에인 게스트를 초청해서 신변잡기 잡담을 나누는 토크쇼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 그런 프로그램들과 대척점에 있는 JTBC <톡투유-걱정말아요 그대>의 성공은 이를 방증한다. 대본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 되는 방송을 만들어내는 능력, 그야말로 '소통'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톡투유>는 방송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공교롭게도 <톡투유>의 MC는 김제동이다.




그의 소통 능력은 숱한 방송을 통해 이미 검증이 된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그를 성장시켰던 것은 자신의 이름을 건 <김제동 토크콘서트>였다. 2009년 12월 시작한 <김제동 토크콘서트>는 지난 5년간 무려 21만 3천여 명의 관객이 찾았던 만큼 성공적이었다. 이제 김제동은 '마이크 하나만 쥐어주면' 되는 MC가 되었다. <톡투유>에서 김제동이 보여주는 진행도 마찬가지다.


"제가 생각하는 소통은 역설적이지만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소통의 기본은 침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침묵을 얼마나 오래 참아주느냐가 진정한 소통입니다. 상대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말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라 아첨입니다. 요구받거나 요구하는 이야기는 진짜 대화가 아닙니다. 상하·수직관계에서 소통은 안 됩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될 때도 내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전하기보다 3분간만이라도 상대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말하다 침묵이 생기면 그 침묵을 깨려고 하지 않아야 합니다. 해결은 다음의 문제이고 일단 들어주는 것이 소통의 핵심입니다. 경청이 결국 소통법이죠." (김제동)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정치적 외압'으로 일자리를 일어야 했던 김제동의 부활은 의미심장하게 읽힌다. 물론 우려섞인 목소리도 있다. 그의 토크 스타일은 분명 호불호(好不好)가 갈리는 만큼 공중파의 메인 MC나 단독 MC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그렇게 따진다면 '살아남을' 연예인이 누가 있겠는가? 고작해야 유재석 정도가 아닐까?



최근 케이블 혹은 종편의 방송들이 호평을 받는 건, 과감한 시도와 창의적인 접근 때문이다. 공중파도 이젠 '도전'해야 하는 입장에 처했다. 과거처럼 기본 시청률이 보장되는 시대가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김제동 위주의 토크쇼를, 아니 김제동의 장점을 살린 토크쇼를 만들어보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다만, <톡투유>와 얼마나 차별성을 둘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반대로 그 차별성 때문에 오히려 제한된 범위를 갖게 되진 않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틀에 박힌 토크쇼가 아니라면 그리고 몇 가지 우려들만 잘 보완한다면, 시청자의 입장에서 <힐링캠프>의 새로운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월요일 저녁, 진정한 '힐링(이라는 표현은 여전히 마뜩잖지만'을 선물하는 <힐링캠프>로 거듭나길 바란다. 혹시 모르지 않은가? <무한도전>에 김제동이 '반고' 수준으로 출연하는 것처럼, 김제동의 <힐링캠프>에서 유재석을 만나볼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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