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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화장실 벌금에서 촉발된 성(性) 전쟁, 언론이 부추겼다?

너의길을가라 2014. 1. 25.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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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에서 발췌 -


'여자화장실에 발만 살짝 디뎠는데..' 벌금 100만원 <연합뉴스>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남성에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적용돼 벌금 100만 원이 선고됐다는 뉴스가 전해지자 이른바 '성(性) 전쟁'이 발발됐다. 위에서 링크한 <연합뉴스>의 기사(1월 24일)가 전쟁을 촉발하는 발단이 된 것으로 보인다. 기사의 내용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아무래도 기사의 제목이 '선입견'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싶다. '여자화자실에 발만 살짝 디뎠는데..'라는 제목은 아무래도 남성 입장을 많이 반영한 것이고, '고작 그거 가지고 처벌하는 건 너무 심하지 않아?'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당연히 기사를 접한 남성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급기야는 여성들도 남자화장실에 마구 들어오는 데 이것도 처벌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여자화장실 발 들여놨다고 성범죄로 처벌..여자는? <머니투데이>

 

위와 같은 기사가 '출현'하는 건 당연한 수순처럼 보인다. <머니투데이>가 취재한 최모씨(30)의 경우,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을 이용하는데 여자들이 남자화장실에 단체로 들어와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볼일을 보는데 굉장히 불편했다. 일부 여성은 볼일 보는 남성을 당당하게 쳐다본다는 느낌도 받았다"고 이야기 했다. 그렇다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은 남성처럼 남자 화장실에 마구 '침입'하는 여성들도 처벌할 수 있을까?

 

 

대답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우선, 여자 화장실에 한쪽 발을 디뎠던 남성에게 적용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2조를 좀 살펴보도록 하자.

 

제12조(성적 목적을 위한 공공장소 침입행위)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으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호부터 제5호까지에 따른 공중화장실 등 및 「공중위생관리법」 제2조제1항제3호에 따른 목욕장업의 목욕장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장소에 침입하거나 같은 장소에서 퇴거의 요구를 받고 응하지 아니하는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2조 성적 목적을 위한 공공장소 침입행위는 그 이름에서도 나와 있는 것처럼, '목적범'이다.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공중화장실 등에 들어갔을 때 처벌할 수 있다. 여자 화장실에 한쪽 발을 디뎠던 남성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호기심에 여자화장실 쪽으로 갔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 부분이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 진술을 바탕으로 재판부는 "피고인은 성적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며 범죄 의도를 부인하지만, 피고인의 행동과 경위 등에 비춰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만약 그 남성이 경찰 조사 과정에서 실수로 들어갔다고 했다면, '목적'을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판결의 결과는 달랐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남자 화장실에 '침입'한 여성을 처벌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도 같다. 그 침입이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이라는 것이 입증이 되어야 한다. 물론 그것을 입증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 판결의 핵심은 바로 그 '목적'을 밝히는 것이었고, 그 남성의 경우에는 '호기심에 여자화장실 쪽으로 갔다'고 진술함으로써 그러한 목적이 입증됐다고 봐야 한다. 울산지법의 박주영 공보판사도 "단순하게 실수로 들어가는 경우에 성립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성적 욕망이 있다고 인정되면 신체 일부라도 침입하는 이상 본범죄가 성립한다고 본 판결입니다"라고 설명했다.

 

 

- YTN 에서 발췌 -

 

일부의 사람들은 '아니, 한쪽 발만 들어갔는데 그걸 처벌하는 건 지나친 것 아닌가?'라는 의문을 가질 것이다. 이는 형법상 주거칩입죄의 경우에 신체의 전부가 타인의 주거 안으로 들어간다는 인식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의 일부라도 타인의 주거 안으로 들어간다는 인식이 있다면 처벌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얼굴만 살짝 들이밀어도 주거 칩입죄의 범의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한쪽 발도 마찬가지다. 결국 중요한 것은 침입을 하고자 하는 인식, 범의이지 어느 부분이 얼마만큼 들어갔는지가 아니다.

 

정리하자면, 이번 판결의 핵심은 '한쪽 발'이 아니라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이다. 다시 말해서 왜 발을 넣었냐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부분이 제대로 부각되지 않고, 계속해서 언론은 '한쪽 발'만 강조하면서 논란을 가중시켰다. 그 결과, 급기야 '성(性) 전쟁'이 촉발된 것이다. 언론의 입장에서 가십거리로 보도하기에 참 좋은 재료였겠지만,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싸움을 부추겼다는 점에서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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