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삼남매의 부모가 고민을 안고 출연했다. 6살 첫째 딸, 4살 둘째 딸, 2살 막내 중 엄마의 고민은 '둘째'였다. 제작진이 준비한 (초반) 영상은 분명 이번 주 금쪽이는 둘째라고 말하고 있었다. 둘째는 언니의 머리채를 잡아 뜯고, 막내의 머리를 때렸다. 심상치 않았다. 엄마도 둘째가 사건 사고의 중심에 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삼남내는 잘 어울려 노는 것처럼 보였는데, 갑자기 둘째가 막내를 때리기 시작했다. 별다른 이유가 없었다. 막내는 울음을 터뜨렸다. 왜 때렸냐는 질문에 금쪽이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 후로고 금쪽이는 막내를 계속 괴롭혔다. 급기야 깔아뭉개고 그 위에 올라탔다. 막내의 비명을 듣고 달려온 엄마가 혼내려 하자 금쪽이는 태연하게 거짓말까지 했다.
엄마는 둘째가 태어난 이후 누워서 잔 적이 거의 없었다고 했다. 젖 먹는 시간을 빼면 하루종일 울어댔기 때문에 항상 안아줘야 했다는 것이다. 엄마는 둘째를 낳고 산후 우울증이 생겼고,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었다. 치유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둘째가 계속 그 힘든 부분을 건들이니 엄마는 더욱 힘들 수밖에 없었다. 엄마는 둘째가 버거워 하루가 멀다하고 눈물을 흘렸다.
한편, 관찰 영상에서 엄마의 모습도 눈에 띠었다. 엄마는 유독 청소를 열심히 하는 듯했다. 오은영은 이를 강박적 특성이라 봤다. 불안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엄마는 정돈이 되지 않으면 가슴이 답답하다고 했다. 또, 어떤 일이든 그걸 '임무'로 받아들였고, 빨리 해치워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다. 이를테면 '임무완성형'이라고 할까. 다른 데에는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엄마라는 이름의 사람들.. 정말 자식을 사랑하거든요. 근데 우리도 인간이다보니, 우리도 완벽하지 않고 불안전한 면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보니 '아휴, 쟤 왜 저래!' 이런 마음이 들 때가 있죠. 그러나 그런 마음이 든다고 해서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거든요."
오은영은 출산을 하면 신체적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많은 산모들이 산후 우울증을 앓게 된다면서 그건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느냐'와 관계 없이 생기는 감정이라 설명했다. 또, 우울하기 때문에 예쁜 마음이 잘 생기지 않아 그 때문에 다시 죄책감과 고통을 겪게 된다고 덧붙였다. 엄마는 금쪽이가 워낙 심하게 울었다고 토로했고, 아빠는 금쪽이가 걸을 때 발끝으로 걷는다며 이유를 궁금해했다.
오은영은 아이 입장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대답했다. 세상에 태어난 아이는 생명을 유지할 기본적인 반사 신경만 갖추고 있는데, 그 중에는 신체 움직임, 몸의 변화에 민감한 케이스도 있다. 그래서 등이 닿으면 자지러지듯 우는 것이다. 또, 전정감각(중력으로부터 몸의 평형을 유지하는 감각)이 예민하면 발의 접촉면을 최소하하려 한다. 그것이 까치발의 이유다. 발달상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전정감각이 예민한 아이들은 어떻게 대해야 할까. 오은영은 자신도 두 돌까지 울었던 케이스였다고 고백하면서 두 돌 전까지는 다정하게 받아주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물론 그렇게 해도 아이는 울겠지만, 엄마의 목소리 톤을 통해 '엄마가 날 생각해주고 있구나'라는 걸 인식한다는 것이다. 오은영은 그런 교감을 통해 아이는 안정적으로 성장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대로 고민이 해결되는가 싶었는데, 예상치 못했던 첫째 딸의 폭력성이 포착됐다. 첫째는 소파에 눕더니 불편하다며 동생을 발로 차고 잡아끌어 바닥으로 패대기쳤다. 엄마가 TV를 끄고 클레이 점토를 가지고 놀라고 지시하자, 첫째는 몰래 막내를 때렸다. 무슨 까닭일까. 막내가 클레이 점토가 담긴 플라스틱 통을 뒤집자 장난감으로 얼굴을 가격했다. 엄마는 전혀 몰랐던 사실이었다.
식사 시간이 돼 엄마가 정리를 하라고 하자, 첫째는 동생들에게 지시를 하기 시작했다. 둘째를 발로 차며 "언니 말 잘 듣고 있냐?"고 위협했다. 둘째가 자신이 시킨대로 하지 않자 볼을 깨물어버렸다. 충격적인 첫째의 공격성에 스튜디오의 MC들은 할 말을 잃었다. 앞서 둘째가 막내를 때린 건 첫째가 시켰기 때문이었다. 엄마 아빠는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첫째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둘째는 엄마에게 달려가 언니가 자신을 때리고 깨물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첫째는 오히려 둘째가 자신의 얼굴을 물었다며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 혼란스러운 엄마는 미운털이 박힌 둘째를 몰아붙였다. 당황한 둘째는 언니를 물지도 않았으면서 물었다고 대답했다. 성격 급한 엄마는 상황을 마무리짓기 위해 서둘러 화해시키기 급급했다.
과연 오은영은 '자매 전쟁'을 어떻게 봤을까. 그는 둘째의 기질이 외부 자극을 선뜻 받아들이지 않는 편이라고 분석했다. 한마디로 '더딘 아이'였다. 새로운 것을 시키면 불편함을 느켰다. 전반적으로 반응이 늦었고, 상대적으로 수동적이었다. 그 때문에 첫째가 비키라며 발로 밀칠 때도 즉각 반응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던 것이다. 엄마는 이를 오기를 부리는 것이라 오해하고 있었다.
불안한 엄마와 더딘 아이는 서로를 힘들게 했다. 원래 느린 둘째는 성격 급한 엄마의 닦달이 힘겨웠다. 엄마는 항상 빠른 대답을 요구했기에 둘째에게는 생각하고 반응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오해는 깊어졌다. 엄마는 둘째가 자신이 원하는 속도에 따라오지 못하자 비협조적이라고 단정지었다. 오은영은 아이의 속도에 맞게 충분히 기다려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첫째는 어떨까. 오은영은 첫째가 절대 난폭한 아이도, 공격적인 아이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첫째는 그저 '엄마의 미니미'일 뿐이었다. 눈치가 빠르고 행동력이 좋은 첫째는 엄마가 불편해할 것들을 알아서 처리했다. 엄마가 치우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는 걸 알고, 이를 방해하는 동생들을 '응징'했던 것이다. 오은영은 엄마가 바뀌면 첫째의 문제는 자동적으로 해결될 거라고 설명했다.
엄마는 '임무 완수'가 무엇보다 중요한 사람이었다. 자매끼리 다툼이 일어나도 빨리 사과를 시키고 넘어가야 직성이 풀렸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아이들은 규범을 배우고 내재화하지 못한다. 뉘우침 없이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게 된다. 오은영은 갈등이 발생했을 때는 빠른 해결이 아니라 아이와 협동해서 상황을 겪어나가는 힘을 기르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생한테 왜 그러는 거야?"
"더 사랑받고 싶어서.. 그래서 거짓말도 했어. 엄마가 나만 사랑해 주면 좋겠다."
첫째는 자신이 장난감 정리를 잘해서 엄마로부터 예쁨을 받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또, 동생을 엄마처럼 혼내는 이유를 묻자 더 사랑받고 싶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것이 잘못된 방식이라는 걸 모르고 엄마의 기분에 맞춰 동생을 혼냈던 것이다. 그저 사랑이 받고 싶었던 첫째는 "내가 착한지 안 착한지 모르겠"다며 "사실은 엄마를 도와주는 게 싫"다고 진심을 털어놓았다.
오은영의 금쪽처방은 '나무늘보 육아법'이었다. 임무 완수를 위해 아이들을 재촉하기 바빴던 엄마를 위한 맞춤 처방이었다. 마음이 급하면 지나친 요구를 하기 마련이기에 요구를 줄이고 지침을 주라고 조언했다. 엄마는 '느리게 말하기'를 연습했다. 지금껏 빠르고 강한 어조로 상황 해결에 바빴던 엄마는 "그동안 너무 빠르게 해서 미안해.."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물론 현실은 육아 정글이고, 화내지 않고 다정히 말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엄마는 느리고 천천히 말하기 위해 애썼다. 엄마가 바뀌자 아이들은 금세 변해갔다. 두 번째 금쪽처방은 '실수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기'였다. 아이들이 국수를 먹다가 엎질러도, 그 면발을 주워먹어도 괜찮다며 다독여줬다. 아이들은 화내지 않고 재촉하지 않는 엄마의 변화에 안정감을 찾아나갔다.
아빠는 엄마의 휴식을 위해 청소 도구를 봉인했다. 청소는 잠들기 전 다 함께 한번 하기로 약속했다. 엄마는 청소에 쏟았던 시간과 열정을 아이들과의 정서 교감을 위해 사용했다. 엄마(양육자)의 불안과 강박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달된다.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육아에 임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더불어 아이들의 기질에 맞는 육아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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