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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다 자책했던 준호, '대세 배우'가 된 그가 건넨 위로

너의길을가라 2022. 7. 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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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는 명실상부 '대세 배우'이다. 2022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인기상에 이어 드라마 부문 최우수연기상까지 거머쥔 그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배우임에 틀림없다. '모든 드라마 대본이 이준호에게 향한다'는 업계의 소문은 결코 헛말이 아니다. 하지만 그에게도 기나긴 인고의 시절이 있었다. 냉정하게 말해서, 가수로서 '2PM 준호'의 존재감은 애매했다.

2PM은 데뷔부터 대중의 사랑을 받았고, 한달음에 최고의 위치까지 올랐다. 워낙 걸출한 멤버들이 많았고, 그런 만큼 준호의 포지션은 축소됐다. 그의 역할은 무대 위 퍼포먼스로 한정돼 있었다. 아이돌 그룹 내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멤버의 고충이야 말해 무엇하랴. 고된 인내의 시간이었으리라. 그러나 만약 그가 좌절한 채 그 자리에 머물렀지만, 지금의 이준호는 없지 않았을까.

29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이준호가 출연했다. 그의 진솔한 이야기는 인고의 시간을 보내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위로가 됐다. 우선, 이준호는 MBC <옷소매 붉은 끝통> 이후 약 100편의 드라마 대본을 받아 봤다며 현재의 인기를 증명했다. 한때 '할리우드, 오스카, 칸까지 세계적으로 진출하고 싶다'던 그의 어릴 적 꿈은 이제 뜬구름잡는 소리가 아니라 현실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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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런 목표가 있으면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어떻게든 열심히 노력하게 되고, 그런 게 발전의 밑거름이 되니까 일단 꿈을 크게 잡는 편이에요." (이준호)



올해로 연기 10년 차에 접어든 준호는 영화 <감시자들>을 통해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후 드라마 KBS2 <김과장>, 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 tvN <자백> 등에 출연하며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리고 최고 시청률 17.4%(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한 <옷소매 붉은 끝통>에서 열연을 펼쳤고, 마침내 배우로서 정상의 자리에 올라섰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그의 인생이 마냥 탄탄대로였떤 것은 아니다. 준호는 가수로 활동하던 당시의 고충에 대해 이야기했다. 2PM은 데뷔와 동시에 가요계 정상에 올랐고, 인기가 많았던 다른 멤버들은 연기 활동을 병행하게 됐다. 준호는 자신도 연기에 대한 꿈을 항상 갖고 있었지만, 회사에서 시킬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당시만 해도 연기는 혼자 꿨던 꿈이었다.

"숙소 많이 지켰죠. 그 당시에. 진짜 많은 생각을 하고 진짜 외롭기도 했었어요. 질투는 절대 아니고 그냥 그거였죠. 나라는 사람은 언제쯤 사람들한테 온전히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준호)



멤버들의 활동이 많아지자 숙소를 혼자 지키는 시간이 많아졌다.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어쩌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자괴감에 빠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당시 준호는 '나라는 사람은 언제쯤 알아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 상황에서 준호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퍼포먼스 중 아크로바틱에 집중했다. 하지만 연습 도중 심한 부상을 당하게 됐다.

병원 천장을 보면서 준호가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와, 나 쓸모가 없네.'였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괴로운 시간이었으리라. 활동을 해야 했기에 곧바로 수술을 할 수도 없었다. 진통제를 먹고 이를 악문 채 무대에 올랐다. 그렇게 몇 년을 버티고 수술대에 올랐다. 일주일 동안 병상에 누워 있던 그 때 예상하지도 못했던 기회가 찾아왔다. 영화 <감시자들> 오디션이었다.

"죽었다 깨도 가서 오디션 보겠다고 깁스하고 회복도 안 된 상황에서 수액 맞아서 얼굴 엄청 띵띵 부어 있을 때 이러고 갔어요. 너무 절박했는데 이미 그 절박함은 여기서 보인 거예요. 그 모습에 감독님께서도 열의를 알아봐 주신 건지 모르겠지만, 좋은 기회를 주셨고 그때 이후로 연기 생활을 시작하게 된 거죠." (이준호)


아픈 몸을 이끌고 오디션에 참석한 준호의 절박함은 결실을 맺었다. <감시자들> 오디션에 합격한 준호는 '다람쥐' 역을 맡아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연기에 대한 그의 열정과 성실함은 놀라울 정도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 때는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원룸을 빌려 5개월간 낮에도 커튼을 쳐놓고 햇빛도 보지 않았고, <옷소매 붉은 끝동> 때는 몸무게 16kg을 감량하기도 했다.

유재석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고, 준호는 슛 들어가자마자 몰입이 안 되기 때문에 그 분위기를 평상시에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배우로서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더 혹독하게 노력한다며 겸양을 드러냈다. 자신을 괴롭히면서까지 캐릭터 몰입에 열중하는 모습은 경이로운 정도였다. 그 정도로 혹독한 노력을 기울였기에 지금의 '대세 배우' 이준호가 있는 것이리라.

"지금 제 멘탈을 그대로 잡고 가고 샆어요. 안 흔들리고 안 힘들어하고.. 제가 15년 동안 활동하면서 늘었다고 생각이 드는 게 너무 널뛰지 않는 것 너무 기쁘지도 너무 슬프지도.. 근데 한편으로는 그렇게 컨트롤하는 게 되게 외로울 때가 있긴 한데.." (이준호)



'알고리즘'도 잡고, '여심'도 잡고, '대세 배우'라는 타이틀도 잡은 준호가 앞으로 또 잡고 싶은 것이 있을까. 그의 대답은 조금 의외였다. 준호는 '지금의 멘탈'을 그대로 잡고 가고 싶다고 말했다. 15년 동안 연예계 활동을 하면서 그는 '너무 널뛰지 않는 멘탈'을 형성했고, 너무 기쁘지도 너무 슬프지도 않은 마음가짐을 갖는 경지에 이른 모양이다. 이를테면 '항상심'이라고 할까.

등락의 폭이 워낙 큰 연예계에서 그와 같은 항상심은 미덕이자 삶의 지혜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을 통해 일약 세계적 스타로 떠오른 배우 오영수는 "지금은 내 스스로를 정리하면서 자제심을 가지고 있어야겠다"고 말했는데, 그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이 멘탈을 놓치면 한순간에 추락할 수 있는 곳이 연예계라는 걸 이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20년 가까이 정상에 머무르고 있는 유재석이 그것을 왜 모르겠는가. 그럼에도 유재석은 준호에게 "때로는 내 감정에 귀 기울이고 솔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상대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우리도 우리 감정에 솔직해"지자고 덧붙였다. 지나치게 감정 표현을 절제하고, 매사에 조심하는 준호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건넨 따뜻한 충고였다.


2PM으로 가요계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지만, 어찌보면 그 시절은 준호에게 있어 완전히 자신의 시기가 아니었다. 연기라는 꿈을 품고 있던 그에게 오히려 '허기'가 지는 때였다. 그럼에도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기회를 모색했고, 부상을 입고 가장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성실함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고, 열의는 그에게 성공을 안겨주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어려움을 겪거나, 예상치 못한 부상을 입거나 슬럼프에 빠져 좌절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자신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자괴감에 빠져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모든 걸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사실 우리의 이야기다. 어쩌면 준호가 21살 때 SBS 예능 <강심장>에 출연해 했던 말이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다.

"사계절이 흘러가듯 각자가 각기 다른 시기에 주목받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의 계절은 조금 늦게 올 뿐이라고 믿고 있다." (이준호)



그렇다. 당신의 계절은 조금 늦게 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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