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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 강동희 출연 강행한 '뭉쏜', 제작진의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

너의길을가라 2021. 6. 28.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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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인기를 견인하기 위해 출연을 강행했던 허웅의 노력도 허망해졌다. 공든 탑을 망가뜨리는 건 한순간이다. JTBC <뭉쳐야 뜬다>가 악수 중의 악수를 뒀다. 지난 7일 방송 말미에 등장한 예고편은 <뭉뜬> 제작진의 안일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농구대단치' 특집을 준비하면서 왕년의 스타들을 소환했는데, '기아차' 멤버로 강동희 전 감독을 출연시킨 것이다. 강동희가 누구인가.

1990년대 한국 농구를 대표했던 레전드 선수이자 원주 동부(현DB) 감독으로도 성공가도를 달렸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은 뜬구름처럼 사라졌다. 이제 강동희란 이름 앞에는 '승부조작'이라는 범죄가 새겨져 있을 뿐이다. 강 전 감독은 2011년 2월과 3월 브로커 등에게 4700만 원을 받는 대가로 정규리그 일부 경기에서 후보 선수들을 기용하는 수법으로 승부조작을 했다.

2013월 8월, 이와 같은 혐의가 인정돼 징역 10개월, 추징금 4,700만 원이 선고됐다. 같은 해 9월 KBL 상벌위원회는 강 전 감독을 제명 조치했다. 농구 팬들은 엄청난 배신감과 상실감을 동시에 느꼈다. 게다가 현직 감독이 승부조작에 연루된 건 처음이기도 했다. 이런 강 전 감독을 '농구대잔치 추억의 스타'로 소환해야만 했을까. 시청자들의 반응은 '불쾌'로 뒤덮였다.

논란이 거세지자 화들짝 놀란 <뭉쏜> 제작진은 강 전 감독이 나오는 예고편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에 대해 JTBC 관계자는 "과거 농구대잔치 당시의 분위기를 재현하는 과정에서 대중 정서에 부합하지 못하는 섭외로 걱정을 끼쳐 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강 전 감독의 출연 분량은 통편집될 예정이다. 말은 참 번지르르하다. 그런데 그걸로 끝일까.


이쯤되면 궁금해진다. 도대체 누가 강 전 감독의 섭외를 추진했던 걸까. 통편집은 논란을 피해가려는 면피책에 가깝지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분명 제작진이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다. 혹자는 '끈끈한' 스포츠 인맥이 섭외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 중심에 허재가 있다. 이미 2020년 9월 SBS <인터뷰게임>에 함께 출연한 전례가 있다.

당시에는 승부조작 사실에 대해 설명한 후 이를 반성하고 사죄하는 콘셉트였기에 허용되는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범죄자의 입장을 지나치게 미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뭉쏜>은 완전히 다른 무대이다. 강 전 감독이 추억의 '농구선수'로서 다시 코트에 서는 것이기에 시청자들의 반응이 더 날카로울 수밖에 없다. 농구 팬들은 강 전 감독의 복권(復權)도 복귀도 원하지 않는다.

"강 전 감독이 국가대표 선수로서 각종 국제 대회에 출전해 국위선양에 기여한 점과 징계 후에도 지속해서 강사로 활동하며 후배 선수들을 위해 노력한 점은 인정하나 현시점에서는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스포츠 환경 조성을 위해 본 안건을 기각하기로 했다." (KBL)


한편, 강동희의 <뭉쏜> 출연은 얼마 전 있었던 강 준 감독의 명예 회복 시도와 묘하게 겹친다. 당시 10개 구단 감독을 포함한 농구인들은 탄원서를 제출했고, 이에 KBL은 15일 재정위원회를 열어 강 전 감독에 대한 제명 징계 해제안을 두고 심의를 벌였다. 격론이 이어졌고, 결과는 기각 결정이었다. KBL은 "앞으로 이 시안에 대해 재논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탄원서 제출과 방송 출연의 시점 중 어느 것이 빠른지 알 수 없지만, 시점이 겹치는 건 상당히 흥미롭다. 만약 기각 결정이 내려진 것을 알고도 섭외를 강행했다면 제작진이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다. 의사결정 과정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강동희 입장에서는 '이쯤되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는 프로스포츠협회 부정방지 교육 강사, 장학금 조성, 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의 복귀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승부조작은 스포츠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팬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최악의 범죄이다. 승부조작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승부조작을 저지른 범죄자가 복귀하는 것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강 전 감독에 대한 인간적인 애정이나 연만과 명예 복원, 방송 출연 등 공적인 사안은 별개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뭉쏜> 제작진은 강 전 감독 섭외 및 출연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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