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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위해 19금 개그와 욕 끊은 권오중, 성찰의 힘 보여줬다

너의길을가라 2021. 6. 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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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돌아온 배우 권오중은 180도 달라져 있었다. 지난 5일 방송된 MBC <놀면 뭐하니?>의 초반부는 JMT(Joy & Music Technology) 주식회사의 직원을 뽑기 위해 면접에 나선 유 본부장(유재석)의 모습이 담겼다. 90년대생을 대표하는 코미디언 이은지에 이어 등장한 권오중은 하비에르 바르뎀 분장을 하고 나타났다. 유재석은 "저승사자엔 줄 알았"다며 오랜만에 만난 그를 반겼다.

2014년 방송된 KBS2 예능 <나는 남자다>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유 본부장은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는지 "취미, 특기가 49금 드립이에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거침없는 성적 농담을 던지며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권오중이 아닌가. 하지만 지금의 권오중은 달랐다. 그는 "예전에 제 별명이 음란천사"였지만, "지금은 음란을 다 없앴"다고 대답했다.


"우리 아이가 몸이 불편한 부분이 있다 보니까 방송 활동을 2년 정도 쉬었거든요.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갖다 보니까, 제가 밖에 나가서 19금 이런 거 할 때 많는 분들은 웃고 재밌어 하고 '권오중 최고야!' 이렇게 하는데, 정작 웃지 않고 있던 건 제 아내였던 거죠."

그가 '전체 관람가'로 변한 까닭은 무엇일까. 권오중은 많이 뉘우치는 시간이 있었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2019년 종영한 MBC <일밤-궁민남편>에 출연할 당시 권오중은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의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 당시 권오중은 "난 우리 애가 나을 줄 알았어. 우리 애가 나한테 가끔씩 자기 언제 나아지냐고 물어봐. 뭐라고 얘기해야 돼?"라며 눈물을 보여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권오중은 최근 2년 동안 방송 활동을 쉬면서 자신이 유일한 친구인 아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또, 아내와 24시간 붙어지내며 함께 지내다보니 자신의 19금 개그에 정작 가족들은 웃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뒤통수를 세게 맞은 느낌이지 않았을까? 권오중은 <놀면 뭐하니?> 출연도 망설였지만, 오로지 "아내를 웃게 해주고 싶어서 나오게 됐"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권오중의 달라진 가치관에 놀란 유 본부장은 "시원하게 욕 해달라는 부탁도 많이 받으셨는데.."라며 인터뷰를 계속 이어갔다. 권오중은 예전에는 정말 욕을 많이 했었지만 이젠 욕도 끊었다고 대답했다. 당시에는 사람들이 웃으면 괜찮은 거라고 생각했었으나, '자신에게 욕을 들었던 사람은 기분이 나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그만하게 됐다는 것이다.


거기까지 들은 유 본부장은 권오중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때로는 정말 욕 먹을 사람에게 나를 대신해서 시원하게 욕을 해주면 좋아"한다며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해 줄 수 있는지 물었다. 권오중은 19금 토크는 하지 않기로 아내와 합의했지만, 욕은 그렇지 않다며 아내의 허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깜짝 등장한 권오중의 아내는 "나이스하고 귀엽게 하시면"이라는 전제 하에 허락했다.

유 본부장은 '진상'을 부리는 직장 상사 연기를 하며 상황극을 진행했고, 상황에 잔뜩 몰입한 권오중은 특유의 차진 욕으로 속병을 앓고 있는 직장인들의 마음을 뻥 뚫어주었다. 비록 비방용이라 미사일 폭격 소리로 처리됐지만, 시청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유 본부장은 "머뭇거리실 줄 알았는데, 권오중 씨가 해서 맛이 더 산다"며 크게 만족했다.


원활한 면접 분위기에 기분이 좋아진 권오중은 "많은 분들이 감정에 억눌려 있"다며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두 사람은 '권오중은 욕을 하지 않지만, 부캐인 바르뎀은 할 수 있다.'로 절충점을 찾아가며 캐릭터를 완성해 나갔다. 반드시 욕을 하지 않더라도 시청자들의 감정을 배송하는 일을 해보자고 입을 모았다.

권오중의 변신은 큰 울림을 줬다. 물론 상황에 따라 19금 개그도 할 수 있고, 시원하게 욕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환호에 이끌려, 그저 웃음을 준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고민없이 던지는 19금 개그와 욕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특히 가족들이 웃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개그에도 성찰이 필요하다. JMT 주식회사에서 '바르뎀'으로 맹활약할 권오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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