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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만 틀면 나오는 백종원, 반갑지만 우려스럽다

너의길을가라 2021. 7. 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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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만 틀면 '백종원'이 나온다. 그만큼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기존 프로그램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수요일), <맛남의 광장>(목요일)에 이어 신규 프로그램 2편이 추가됐다. KBS2 <백종원 클라쓰>(월요일)와 JTBC <백종원의 국민음식-글로벌푸드>(금요일)가 그것이다. 시청자들은 평일 기준으로 5일 중 4일이나 백종원을 만나게 됐다. 공백은 화요일뿐이다.

사실 백종원을 만나는 루트가 지상파와 종편만 있는 건 아니다. OTT 프로그램에서도 백종원은 맹활약 중이다. 티빙은 지난 4월 <백종원의 사계>을 공개했고, 넷플릭스는 하반기 <백스피릿>을 선보일 예정이다. 게다가 소유진이 출연하는 프로그램마다 백종원과 관련된 에피스도가 등장하니, 그의 등장 빈도는 체감적으로 훨씬 높다. 사실상 매일마다 백종원을 만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마이뉴스 김상화 기자는 "백종원 전성시대"라면서 "TV에서 모바일까지 마치 그가 운영하는 초대형 프렌차이즈 식당들 마냥 영역을 확장시킨 것"이라 평했다. 사업과 방송 분야에서 백종원의 확장력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ize의 윤준호 칼럼니스트는 '백종원을 매일 봐도 질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는데, 본격적으로 매일 보는 시즌이 시작되지 않았기에 평가는 섣부른 감이 있다.


백종원이 각광받는 이유는 그가 음식 분야의 전문가 중에서 방송을 가장 잘하기 때문일 것이다. 혼자서도 방송을 끌고 갈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다른 MC들과의 협업도 원활하다. 또, 성공한 사업가라는 배경과 대중친화적인 호감형 이미지가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점도 장점이다. 방송을 제작하는 입장에서 메리트는 높고 리스크는 적은 백종원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대체제가 없다.

더군다나 백종원의 프로그램은 '공익'을 최우선한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고 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어려움을 겪는 골목식당들을 솔루션함으로써 지역상권을 살려왔고, <맛남의 광장>은 지역의 특산물 소비를 촉진해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선한 영향력은 여전히 뜨거운 '백종원 열풍'의 핵심적인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하는 프로그램들도 마찬가지다. <백종원 클라쓰>는 한식의 세계화를 추구한다. 외국인들에게 한식 요리법을 가르쳐주는 게 콘셉트이다. 교양 프로그램 <백종원의 국민음식>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글로벌 푸드의 인기 비결을 짚어보고, 그 음식들이 한국에 들어와 '국민 음식'이 될 수 있었던 스토리에 집중한다. 송원섭 CP의 말처럼, "배를 채웠으면 이제는 뇌를 채우자."는 기획이다.


반면, '백종원의 전성시대'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매일마다 같은 얼굴을 보는 건 생각보다 큰 피로감을 불러온다. '국민MC'라는 칭호를 받았던 다른 연예인들도 겪었던 진통이다. 백종원이 여러 프로그램에서 비슷한 모습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식상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백종원이라는 방송인에 대한 이미지 소모가 큰 상황이다. 백종원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히 사그라들었다.

방송인 백종원의 차별화가 어렵다면 해법은 프로그램의 차별화일 텐데, 아쉽게도 신규 프로그램들의 경우 크게 돋보이는 특징이 없어 보인다. <백종원 클라쓰>는 외국인들이 등장한다는 점이 다를 뿐, 요리를 가르친다는 점에서 tvN <집밥 백선생>과 큰 차이가 없다. 또, <백종원의 국민음식>은 음식의 지적 탐구라는 점에서 JTBC <양식의 양식>을 떠올리게 한다.


기존 프로그램만 해도 시청률 면에서 정체가 이어지고 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5%, <맛남의 광장>은 3.3%에 머물고 있다. 물론 동시간대에서 여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전성기'에 비하면 시청률이 반토막난 것도 사실이다. 새롭게 시작한 프로그램의 시청률도 <백종원 클라쓰>는 4.6%, <백종원의 국민음식>은 1.275%에 그쳤다. '평타'는 될지언정 그 이상은 어려워 보인다.

백종원은 스스로를 '공공재'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모든 방송국에 한 번씩 출연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고, 들어오는 제의를 거절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백종원의 선한 영향력은 칭찬해야 마땅하지만, 그의 영향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는 있다. 최근 방송들이 '재탕', '삼탕'에 가까워 보이기 때문이다. 정체를 돌파할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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