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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편견 깬 유재석이라면 '이것'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너의길을가라 2021. 5. 23.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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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놀면 뭐하니?>가 오디션의 편견을 깨버렸다. 지난 22일 방송에서 '톱10귀' 유야호는 고심 끝에 MSG워너비 최종 멤버를 결정했다. 결과는 M.O.M(지석진, KCM, 박재정, 원슈타인)과 정상동기(김정민, 쌈디, 이동휘. 이상이) 전원 합격이었다. 일반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면 8명 중 일부만 합격의 기쁨을 누렸겠지만, 유야호의 선택은 달랐다. 꽤나 파격적이었다.

유야호는 지미유가 환불원정대 멤버들을 구성할 때와 달리 오디션이라는 경쟁 체제를 도입했다. '톱10귀'의 자신감을 근거로 과감하게 블라인드 오디션을 실시했다. '편견 없는 오디션'이 펼쳐진 덕분에 재미있는 장면과 의외의 장면이 연출됐다. 전자는 도경완을 김정민으로 착각해 탈락시킨 것이고, 후자는 '블루지' 지석진이 음색과 가창력을 인정받아 합격한 것이다.

물론 완벽하진 않았다. 김정민을 뽑으면서 '정상을 찍은 가수는 배제한다'는 룰이 깨졌다. 어찌보면 오디션의 생명이라 할 공정성이 깨진 것이다. 또, 완전히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진 것도 아니다. 그건 유야호가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소위 전문가들이 참여했던 그동안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얼마나 객관적이었는지 의문이다.


유야호는 자신이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또, 전원합격은 시청자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것이라 설명했다. 누구 하나 떨어뜨리지 말라고 요구했던 시청자들은 결과에 만족하며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유야호는 경쟁 체제를 도입했지만, 경쟁에 함몰되지 않았다.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그것이 애초에 완벽한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듯 말이다.

이쯤에서 한 가지 재미있는 생각이 떠오른다. 애당초 정형화된 틀 없이 자유분방했던 <놀면 뭐하니?>는 이제 오디션까지 프로그램 내로 흡수했다. 확장력 면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그 특유의 유연함은 무한한 다양성을 포용한다. 그렇다면 이를 좀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가령, 방송가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공개 코미디'를 살려낼 수도 있지 않을까.

2017년 SBS <웃찾사>가 폐지되고, 2020년 KBS2 <개그콘서트>가 폐지되면서 공개 코미디는 위기에 처했다. tvN <코미디 빅리그>가 방송되고 있지만 시청률 면에서 고전한 지 오래됐다. 많은 코미디언들이 무대를 잃었다. 삶의 터전이 없어진 그들 중 일부는 웃긴 대학 등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거나 유튜브에 터 잡기도 했지만, 대다수는 직업을 잃고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MBC에서 코미디 프로그램이 없어진 지 8년 째입니다. 후배들과 동료들이 많이 생각나는 날이네요. 방송인으로서 프로그램이 없어지는 건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지만 후배들이 꿈꿀 수 있는 작은 무대가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어디선가 각자의 치열한 삶을 살고 있을 후배들에게 내년엔 잠시라도 꿈꿀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습니다."

57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 부문 대상을 수상한 유재석은 자신의 정체성을 '개그맨'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그에게 몰락한 공개 코미디는 아픈 손가락일 것이다. 실제로 유재석은 '2020 MBC 방송연예대상' 대상을 수상한 후 "MBC에서 코미디 프로그램이 없어진 지 8년째"라고 꼭 집어 말하면서 "후배들과 동료들이 많이 생각나는 날"이라고 씁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진 수상 소감에서 유재석은 "어디선가 각자의 치열한 삶을 살고 있을 후배들에게 내년엔 잠시라도 꿈꿀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애석하게도 유재석의 희망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MBC에서 공개 코미디를 비롯한 작은 무대를 만들 기미가 없다면 아예 <놀면 뭐하니?> 내에서 활로를 뚫어볼 수는 없을까?


'싹쓰리'는 혼성그룹이 없어진 안타까움을, 'MSG워너비'는 남성 보컬 그룹의 부재를 채우기 위해 만들었던 프로젝트였다. 위기에 처한 공개 코미디를 살리려는 노력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편견 없는 오디션을 성공시켰던 것처럼, 공개 코미디를 소재로도 참신한 기획을 만드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본래 공개 코미디는 경쟁을 통해 무대에 설 수 있는 자격을 부여했다.

당장은 MSG워너비 제작이 집중해야겠지만, 공개 코미디의 부활은 (물론 제안일 뿐이지만) <놀면 뭐하니?>의 엄청난 도전이 될 것이다. 이는 유재석의 정체성에도 부합할뿐더러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녔음에도 무대가 없어 꽃피우지 못한 희극인에게도 큰 자극제가 될 것이다. 무정형의 <놀면 뭐하니?>라면 방송국을 넘고, 세대를 초월한 코미디 무대를 제작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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