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선행교육 금지법이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한 까닭은..

너의길을가라 2014. 2. 19.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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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공교육 정상화'를 외치지 않았던 정부가 있었던가? 마치 '일자리 창출'을 대통령 선거마다 선거 공약으로 내놓는 것처럼 말이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지금의 방식대로는 결코 풀 수 없는 문제라는 뜻이다. 패러다임의 전환 혹은 사회적 대수술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일자리 창출'과 마찬가지로 '공교육 정상화'도 그저 기계처럼 반복되는 공염불(空念佛)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 <경향신문>에서 발췌 - 


선행학습 법으로 규제..사교육 경감 효과 얼마나 <연합뉴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선행교육 · 선행출제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


박근혜 정부도 '공염불 외기'의 시동을 걸었다. '선행학습 금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정부의 강한 의지를 반영하듯, 지난 1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 선행교육 규제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이번 법안은 새누리당의 강은희 의원과 민주당의 이상민 의원이 각각 제출한 법안을 '융합'한 것이라고 한다. 과연 이러한 시도가 사교육을 잡고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을까? 물론 필자는 이미 이러한 시도를 '공염불 외기'라고 규정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공교육(학교)의 선행교육은 엄격히 금지하되, 학원의 사교육은 허용한다. 다만, 광고와 선전은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애초에 민주당의 이상민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학원의 선행교육도 금지하는 것이 포함되었지만, 이번 '융합' 과정에서 그 내용은 빠지게 됐다. 필자가 왜 '공염불 외기'라고 규정했는지 이해가 됐을 것이다. 결국 선행교육은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학교에서는 금지된다. '눈 가리고 아웅' 수준의 법안에 불과하다. 


'선행교육'에 접근하는 정부의 관점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아마도 정부의 생각은 이런 것이었으리라. '선행교육이 문제라고? 그럼 못하게 해야지. 근데, 사교육까지 손대는 건 좀 그렇지 않아? 반발이 심할 텐데.. 그럼 학교만이라도 못하게 하자' 였을 것이다. 선행교육이 문제라는 인식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런 문제인식이 단순히 '제재'를 하는 것에서 묶여버린 채 '곁가지'만 건드리고 마는 것이다. '선행교육이 문제라고?' 다음에 나와야 할 물음표는 '도대체 왜 선행교육을 시키는 거야, 아니 어째서 부모들이 선행교육을 시킬 수밖에 없는 거야?'가 되어야만 한다. 




- <경향신문>에서 발췌 - 


우리는 그 이유를 아주 잘 알고 있다. 돌려 말할 필요도 없다. 좋은 대학(굳이 예로 들자면 SKY)에 보내기 위해서다. 좋은 대학에 보내야 하는 이유 역시 매우 잘 알고 있다. 그래야 대기업에 취업할 확률이 조금이라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보호막 따윈 없는 이 지긋지긋한 경쟁 지옥 속에서 자신의 자녀들이 살아남기를 바라는 부모의 욕심 아닌 욕심을 누가 탓할 수 있을까? 이러한 폐쇄적 사회구조를 그대로 둔 채 입시 제도를 조금 바꾸거나 학교 내의 선행교육을 금지시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수능 체제가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에서의 선행교육을 금지하면 불안해진 학부모와 학생들이 학원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김무성 대변인)


"사교육을 받는 주된 목적은 선행학습을 하든 안 하든 다른 학생보다 좀 더 우수한 성적을 받으려는 것이다. 단순히 선행교육 광고를 못한다고 해서 학생이 적게 오진 않는다" (하늘교육 임성호 대표)



- <한겨레21>에서 발췌 - 


(부모 입장에서) 선행교육을 시켜야 하는 '이유'는 그대로 둔 채, 당장 눈에 띄는 선행교육을 금지시킨다고 선행교육이 없어질까? 과거 전두환 정권은 사교육 열풍을 잠재우기 위해 갖은 방법을 총동원했었다. 마침내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는 7·30 교육개혁조치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대학생의 과외교습 금지, 즉 과외 금지를 선포한 것이다. 당장은 박수를 받았다. 비싼 과외비를 부담하던 부모들의 숨톰이 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외 금지는 결국 실패로 귀결된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과외를 해야만 하는 이유'는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과외의 '음지화'가 이뤄지고, 상류층 자녀들은 정부의 감시와 단속을 피해 온갖 형태의 과외(승용차 과외, 별장 과외 등)를 시도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벌'이 중요하다는 진리 앞에 신군부도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과외는 다시 허용(1998년)됐고, 헌법재판소는 200년 4월 위헌 결정을 내리게 된다. 박근혜 정부의 '공교육 정상화 촉진 · 선행교육 규제 특별법'이 신군부의 '과외 금지조치'보다 강력하다고 할 수 있을까? 



- <연합뉴스>에서 발췌 - 


'학벌=성공'이라는 공식이 여전히 통용되는 사회에서, 학교에서 선행교육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자신들의 자녀에게 선행교육을 시키지 않을 부모가 몇이나 될까? 학원에서 선행교육 광고와 선전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물론 직접적인 광고는 하지 못한다고 해도, 간적접인 내용을 담고 있는 광고쯤 고안해내지 못할 정도로 머리가 안 돌아갈까?) 학원에 자녀를 보내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을까? 오히려 더욱 학원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마련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사교육 부담은 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선행교육을 시킬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근원적 접근이 결여된 박근혜 정부의 공언과 국회가 얼렁뚱땅 통과시킨 '공교육 정상화 촉진 · 선행교육 규제 특별법은 정말이지 실소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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