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근교에 가볼만한 카페가 있는지 이리저리 검색을 하다가 (아산시 신정호 근처나 천안 단국대 천호지 근처도 괜찮지만) 한옥을 개조해서 만든 예쁜 야외 카페가 있다는 걸 알아냈다. 이름은 ‘풍세 커피’. 천안시 풍세(豊歲)면에 있어서 그런 이름을 붙인 모양이다.
카페를 찾아가는 길은 다소 험난하다. 풍세는 시내에서 떨어진 곳인데다 시멘트로 된 좁은 도로를 타고 제법 가야 한다. 조금 더 가면 아예 논길이다. ‘이 길이 맞나?’, ‘여기에 카페가 있다고?’라며 의심이 짙어질 때쯤 한적한 공간이 보이기 시작하고, 주차된 차량들이 나타난다. 그제서야 안심이다.
벌써부터 주차장이 꽉 차 있다. ‘역시 유명한 곳이었어!’ 어깨가 으쓱 올라간다. 돌로 된 계단을 올라가면 한쪽으로 정갈한 한옥 건물이 보이고, 그 반대편으로 널찍한 야외 정원이 펼쳐진다. 마침 날씨마저 좋아 그림이 더욱 근사하다. 벌써부터 온 보람이 있다.
- 풍세 커피 -
야외 정원의 구석구석에 테이블과 의자가 비치돼 있어 카페에서 음료나 주전부리를 사서 마음에 드는 곳에 자리를 잡으면 된다. 사람들이 이미 차지하고 있어 원하는 곳에 쉽진 않지만, 어느 곳에 앉아도 나름대로의 풍미가 있다. 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카페 안을 들여다보자.
8세 이상만 이용 가능한 '노키즈존(no kids zone)'이니 참고하자. 일반적인 노키즈존보다 기준 연령이 높다. 노키즈존에 대해선 여러가지 할 말이 있지만, 영업주의 입장이 그렇다고 하니 말을 줄이기로 하자.
엔티크한 가구와 용기들이 제법 근사한 분위기를 낸다.
카페 안쪽은 그리 넓지 않다. 아무래도 야외 정원이 예쁘다보니 바깥으로 나가사 차를 마시는 걸 권한다. 물론 햇볕이 따갑다면 실내에서 정원을 바라보는 뷰를 즐기는 것도 좋다.
당근 케이크. 비주얼만큼은 최고다.
풍세손파이. 독특한 이름이 재미있다.
불가피하게 이곳을 '맛집' 카테고리에 넣었지만,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맛집'이라 하긴 어렵다. 개인적으로 커피를 마시지 않기 때문에(차도 즐기지 않는다.) 카페에 가면 케이크를 2개 정도 시켜놓고 물과 함께 먹는다. 풍세 커피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당근 케이크와 풍세손파이를 주문했다.
당근 케이크(6,000원)는 위에 얹어진 크림(?)의 단맛이 너무 진해서 오히려 맛을 해치는 듯했다. 풍세손파이는 가격이 좀 비싼 편이다. 저 녀석이 무려 4,000원이다. 음료의 종류는 많은 편이었는데, 주전부리의 라인업은 다소 약했다. 아마도 풍세 커피는 음료 쪽에 좀더 자신이 있는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카페 뒤편에 위치한 한옥 건물, 이가헌(李家軒)이다. 독립 운동가이자 대한민국 초대제헌의원을 지낸 이병국 의원의 손자 이정구 씨와 전주이싸 대종부인 임순례 부부의 가택이라고 한다. 현재 카페를 운영하시는 분들이 머물고 있다고 한다. 6명 이상의 팀이 방문하면 이쪽으로 안내를 한다고 한다.
풍세 용정리 한옥주택, 이가헌은 제9회 천안시 건축문화상을 수상한 건물이다.
음료를 마셔보지 않아서 평가 불가지만, 주전부리는 확실히 아쉬웠다. '다음에는 이걸 먹어봐야지?'라는 게 없어 재방문에 대한 욕구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그럼에도 풍세 커피는 계절마다 몇 차례 더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곳이었다. 저 풍경을 보라. 어찌 한번으로 그칠 수 있겠는가.
맛을 떠나서 공간 자체에 점수를 후하지 주지 않을 수 없다. 별점은 ★★★★이다.
'버락킴의 맛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버락킴의 맛집] 10. 대학로(혜화역) ‘토끼정’을 다녀오다 (0) | 2018.10.10 |
---|---|
[버락킴의 맛집] 9. 합정역 ‘차돌쌈’을 다녀오다 (0) | 2018.10.07 |
[버락킴의 맛집] 7. 예술의 전당 '목천집(앵콜칼국수)'을 다녀오다 (0) | 2018.09.07 |
[버락킴의 맛집] 6. 여수시 '연화정'을 다녀오다 (0) | 2018.09.02 |
[버락킴의 맛집] 5. 여수시 '행운 무궁화'를 다녀오다 (0) | 2018.09.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