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샤갈 러브 앤 라이프 전(展)’에 다녀왔다. 9월 26일까지라고 하니 혹시 갈 생각이 있는 분들이라면 서두르는 게 좋겠다. 전세계적으로 워낙 인기있는 작가답게 하루 평균 1858명씩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보통 전시를 가게 되면 그 직전에 식사를 하는 편이다. 배가 든든해야 심리적 안정 상태(?)에서 느긋하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의 전당 근처에는 식당이 그리 많진 않은 편인데, 그래도 잘 찾아보면 근처에 맛집이 제법 포진해 있다.
이번에 들른 식당은 ‘목천집(구 앵콜칼국수)’이라는 곳이다. 예술의 전당의 건너편, 골목 안쪽에 위치해 있는데, 횡단보도 근처(스타벅스 옆)에 있어 찾기 어렵지 않다. 왜 굳이 식당 이름을 바꾼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 전의 이름이 훨씬 더 잘 와닿는 느낌이다. 앵콜칼국수라 하면 무엇을 파는지 명확히 알 수 있지만, 목천집은 어떤 식당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칼국수 가게인 만큼 ‘옛날손칼국수(8,000원’와 ‘얼큰칼국수(8,500원)’를 하나씩 주문했다. 그런데 뭔가 아쉬운 마음이 남아 메뉴판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중 '황호박전'이 눈에 들어왔다. ’계절의 별미 황호박전’이라는데 어찌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는가. 가격이 좀 비싼 느낌이 있었지만, 그래도 황호박전(15,000원)까지 주문 완료!
이게 뭐지? 칼국수에 앞서 나온 황호박전의 비주얼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황호박을 갈아서 커다랗게 전을 부친 모양이었다. 거기에 고추 몇 조각을 툭 던져놓았다. 뭔가 성의가 없어 보이는 느낌이었다. 집에서 감자전을 먹을 때도 이런 방식으로 해먹곤 하는데, 식감이 부드러워 먹기 용이하다. 이 황호박전은 커도 너무 컸지만, 달짝지근한 맛만큼은 확실히 입맛을 돋워줬다. 그래도 가격 대비 비싼 편이라는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어서 나온 칼국수는 대만족이었다. 양도 적당했고, 맛도 일품이었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릇 바닥에 바지락이 잔뜩 깔려 있었다. 보통 칼국수 가게를 가면 국물이 자극적이기 마련이다. 조미료가 잔뜩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 강렬한 맛에 이끌리지만, 결국 독으로 돌아오곤 한다.
그런데 목천집의 칼국수는 조미료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예민하지 않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설령 들어갔다 하더라도 아주 미량일 것이다.) <미슐랭(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8 빕구르망(Bib Gourmand)에 선정될 만한 맛이었다. 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빕구르망이란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을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을 의미하는데, 목천집의 칼국수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겠는가. 예술의 전당을 방문하기 전 혹은 방문 후 칼칼한 칼국수를 먹어보는 걸 추천한다. 별점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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