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여행기

[버락킴의 독일 여행기] 4. 뒤셀도르프 최고의 해산물 요리 맛집 ‘La Bouillabaisse’

너의길을가라 2022. 12. 9.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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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일차, 프랑크푸르트에서 뒤셀도르프(Dusseldorf)로 이동했다. 숙소를 옮긴 건 아니고, 당일치기로 여행을 하기로 한 것이다. 숙소를 자주 옮긴다는 건 여행의 하수임을 자인하는 꼴이다. 한 곳에 거점을 잡고 주변을 탐색하듯 움직이는 편이 시간적으로 훨씬 이득이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뒤셀도르프 중앙역까지는 대략 1시간 30분 가량 소요된다. 클룩(Klook)으로 미리 구입해뒀던 유레일 패스(독일 원컨트리 패스)을 활성화시킨 후 이체(ICE)에 탑승했다. 시속 270Km로 달리는 기차는 정차하는 역이 적어 체감상 더 빠르게 느껴졌다.

뒤셀도르프를 찾은 첫 번째 이유는 ’K20 미술관(뒤셀도르프 주립 미술관)‘과 ‘K21 미술관‘ 때문이었다. 미술관 이름에 숫자를 붙인 게 특이하다. 각각 근현대 미술과 현대 미술을 소장하고 전시하고 있는데, 작품의 퀄리티도 뛰어난데다 건축미가 훌륭하다.

10월 29일부터 몬드리안 - 에볼루션(Mondrian - Evolution)전이 열리고 있었다. ‘구성‘ 시리즈 등 추상화로 널리 알려진 몬드리안도 처음부터 추상화를 그렸던 건 아니었다. 전시의 취지는 간단했다. '당신들이 잘 모르는 몬드리안의 변화 과정을 천천히 보여줄게.’

가장 기본적인 콘셉트이지만, 한 명의 작가를 공부하는 데 있어서 최고의 선물 같은 기획이다. 일생을 관통하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K20 미술관의 건축미와 내부 인테리어, 전시의 퀄리티가 어우러져 너무도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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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굶주림을 채웠으니 육체적 굶주림을 마주할 차례이다. 11시(평일은 10시, 주말은 11시 오픈)부터 전시를 관람하고나니 어느덧 점심 시간이 한창이다. 독일에 도착하자마자 전통 음식인 슈바인스학세와 슈니첼을 맛봤으니, 이번에는 다른 종류의 요리를 찾기로 했다.

La Bouillabaisse
주소 : Neustraße 31, 40213 Düsseldorf, 독일
영업 시간 : 12:00-15:00, 18:00-23:00(일요일은 15:00-23:00)
휴무일 : 월


뒤셀도르프 K20 미술관을 등지고 130m 가량 걸어가면 오른편에 해산물 전문 식당 ’La Bouillabaisse‘가 있다. (도보로 2분이면 가는 가까운 거리이다. 갤러리아 백화점과도 인근이다.) ‘Bouillabaisse’는 부야베스라고 읽는데, 프랑스 마르세유식 생선 스튜를 뜻한다.

흰벽에 파란색으로 인테리어된 외관이 눈길을 끈다. 뭔가 프랑스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고 할까. 식당의 규모는 작지만, 아담하다는 묘사가 훨씬 더 적절하다고 여겨졌다. 또, 구글 평점이 4.5점(리뷰 136개)으로 내실 있는 식당이다.

신선함을 뽐내는(?) 로브스터(랍스터)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곧바로 조리실이 보이는데, 친절한 셰프님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서빙을 담당하는 직원도 굉장히 친절해서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식욕을 촉진하는 다정함이라고 할까. 내부에는 이미 손님들이 많아서 우리는 가장 안쪽에 있는 테이블로 안내받았다.

독일어를 잘 몰라서 주문하기가 쉽지는 않았는데, 구글 맵에 올라온 리뷰에 실린 사진을 보여주기도 하고 단어 검색을 통해 최대한 원하는 요리를 선택했다. 우선, 사진으로 생굴과 가리비 요리를 주문했고, 독일어로 랍스터, 그러니까 바닷가재가 ’Hummer‘라는 걸 알았기에 스프와 파스타를 각각 시켰다.

주문 내역
1. Hummersuppe mit Srimps(랍스터 스프): 14.5유로
2. 3 Austern „Fines de Claires" (생굴) : 12유로
3. Jacobsmuschelnüsschen auf Apfelbett und karamelisiertem(가리비 요리): 13.5유로
4. Hummerragout auf Bandnudeln, Austernpilze und einer feinen Hummersauce (랍스터 파스타): 32.5유로

가장 먼저 나온 메뉴는 랍스터 스프와 빵. 스타터 느낌으로 가볍게 먹을 생각이었는데, 한 스푼 떠먹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맛있는 스프는 많지만, 깊이 있는 진한 맛을 구현하기는 어려운데 ’La Bouillabaisse‘가 바로 그런 곳이었다.

유럽 음식은 기본적으로 짠 편이라 여행을 하며 고생을 많이 했던 기억이 있다. 조금 과장하면 ’덜 짜기만 해도 성공‘이다. 하지만 ’La Bouillabaisse‘의 스프는 기준 좋은 짭짤함이라 빵이랑 먹으면 간이 딱 맞았다. 스프에는 작은 크기의 새우도 들었다. 통통한 살이 씹히는 식감이 식사의 즐거움을 더했다.

(생굴을 먹지 못하는 관계로 생굴에 대한 묘사는 전적으로 여행을 함께 했던 분의 것을 옮겼다.) 생굴은 신선함 그 자체였(다고 하)는데, 레몬즙을 충분히 적시고 후추를 뿌려 먹으면 된다는 직원의 설명대로 먹더니 그저 감탄사만 연발했다. 얼굴에는 행복함이 가득 피어 있어서 그 맛을 짐작케 했다.

가리비 요리(Jacobsmuschelnüsschen auf Apfelbett und karamelisiertem)는 생전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 오일에 살짝 구운 가리비는 입 안에서 사르륵 녹아내렸는데,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에 전율이 느껴질 정도였가. 양파와 사과의 조합이 매력적이었는데, (언어의 한계로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소스가 풍미를 더했다.

마지막으로 나온 요리는 메인 메뉴라고 할 ‘랍스타 파스타’였다. 처음에 나왔던 꾸덕한 랍스타 소스와 같은 맛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신 여기에는 탐스러운 랍스타가 듬뿍 들어 있었다. 진열장에 있었던 녀석이 여기에 담겼다고 생각하면 미안하지만, 그래도 맛있었다는 사실..

독일은 생각보다 요리가 다양하지 않다. 슈바인스학세나 슈니첼(은 게다가 오스트리아가 원조이다)정도이고, 그 외에는 감자 요리이다. 한두 번 정도는 맛을 봐도 좋지만, 그 이상은 어렵다. 하지만 다양한 국가의 요리를 파는 맛집이 많아서 조금만 발품을 팔면 생각보다 훌륭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음식 값으로 72.5유로, 와인 2잔과 콜라, 물까지 합쳐 93.7유로가 나왔다.


다양한 해산물 요리를 파는 ’La Bouillabaisse‘가 좋은 대안일 것이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카드 계산이 되지 않아 현금으로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워낙 즐겁게 식사를 했기에 불쾌하지는 않았고, 감사의 마음을 담아 팁까지 조금 보탰다. 뒤셀도르프를 방문했다면 꼭 들러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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