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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전철 밟는 오은영, 그에게도 솔루션이 필요하다

너의길을가라 2022. 7. 29.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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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점에서 전문성과 대중성을 갖춘, 위상이 가장 높은 방송인을 꼽는다면, 그건 단연코 오은영 박사이다. 대한민국에서 그의 이름과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오은영의 소구력은 10대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나이와 성별에 무관하다. 아마도 정치적 성향의 벽도 뛰어넘을 것이다. 그만큼 영향력이 크고 광범위하다. 오은영은 백종원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백종원이 그랬듯, 오은영은 자신의 역할과 브랜드를 끊임없이 확장해 왔다. E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는 오은영이라는 브랜드의 출발점이자 베이스 캠프였는데,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로 계승되어 '육아 전문가'라는 전문성이 더욱 공고해졌다. 아이를 향한 그의 따뜻한 시선과 날카로운 분석, 명쾌한 솔루션은 육아 전쟁을 치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감화시켰다.

이후 오은영은 자신의 영역을 점차 넓혀나갔다. 상담의 대상을 '아동'에서 '전 세대'로 확장한 것이다. SBS <써클 하우스>에서 '청춘'의 아픔을 위로했고, TV조선 <미친.사랑.X>에서는 '사랑·치정과 관련된 범죄'를 다뤘다.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서 '연예인(또는 셀럽)'의 고민을 들었다면, KBS2 <오케이? 오케이!>에서는 거리로 나가 '시민'들과 직접 소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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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에서 '육아 전문가'로 제한되어 있던 역할도 확장됐다.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를 통해 '가정을 수호하는 멘토'로 한걸음 나아갔고, 이제는 '사회를 치유하는 힐러'로 스텝을 이어나가고 있다. 본인의 이름을 내걸고 런칭한 프로그램이개수(8개)만큼이나 오은영 매직의 영향 범위는 넓어졌다. 심리 상담 콘텐츠의 시대가 도래했고, 그 중심에는 역시 오은영이 있다.

하지만 '오은영 월드'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문어발식 확장' 때문일까. 육아 전문가를 넘어 자신의 역할을 빌드업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방송 출연이 잦아졌고, 이러한 다작은 시청자들에게 이미지 과소비로 다가왔다. 거기에 오은영의 선구안도 아쉬움을 더했다.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은 '빌런 찾기'에 치중했고, 상담과 솔루션은 뒷전이 됐다. 남는 건 불편한 감정뿐이다.

'출장 상담'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오케이? 오케이!>는 스튜디오 촬영이 아니라 생동감을 주지만, 오은영의 이전 프로그램들과 달리 예능적 색채가 훨씬 짙다. 그의 곁에는 백종원의 든든한 제자였던 양세형이 자리잡고, 오은영은 반짝이 의상을 입고 노래까지 부른다. 그러다보니 상담은 뒷전이다. 이 중구난방 속에서 오은영의 가치가 제대로 발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은영의 확장성은 상담이 갖고 있는 유연성에 기반한다. 하지만 정신과 전문의의 스펙트럼이 아무리 넓다고 해도 모든 분야에 관여하는 건 과하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 오은영이 걷고 있는 길은 공교롭게도 백종원이 걸었던 길이다. 일주일 내내 백종원이 TV에 출연하던 시절과 유사하다. 그토록 공고했던 '백종원 월드'가 무너졌던 까닭은 이미지 소비가 심했기 때문이다.

백종원은 '요리'와 '음식'에 집중하고 그 이상의 확장을 시도하지 않았음에도 시청자들의 피로감을 불러 일으켰다. 오은영의 행보는 그에 못지 않다. 반면, 솔루션 계의 3대장 중 한 명인 강형욱은 KBS2 <개는 훌륭하다>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않는다. 만약 강형욱이 '맹견 훈련', '반려견 산책', '반려인 출장 상담' 등을 각각 론칭한다면 어떨까. 당연히 피로감을 야기할 것이다.

오은영은 '백종원 딜레마'에 빠졌다. 백종원은 손님이 밀려 오더라도 무작정 다 받지 말고, 최선을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라고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 조절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은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수많은 제안이 몰려올 테고, 이를 모두 거절하는 건 어려울 터. 오은영 콘텐츠의 질과 방향성이 흐트러지는 건 그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오은영의 대중성은 백종원에 한참 못 미친다.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 마찬가지다. 하지만 방송량은 백종원 전성기에 못지 않다. 오히려 그 이상이다. 이대로, 이 속도로 오은영이 자신을 소진해버린다면 그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종횡무진 누비며 만인을 위해 솔루션을 해주고 있는 그에게도 솔루션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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