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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걸린 누리호 성공, 나로호 빼고 설명할 수 없다

너의길을가라 2022. 7. 2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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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까지 휴식을 갖기로 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휴지기 전 마지막 방송으로 '여름방학' 특집을 선보였다. 20일 방송(162회)에는 1회 출연자 줄리어드 음대생 이정원 씨, 영화 '미나리'에 출연한 아역 배우 앨런 킴,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돌아온 박찬욱 감독의 선택을 받은 배우 김신영이 등장했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유퀴저는 '누리호'의 사령탑 고정환 본부장이었다.

"2010년에 시작을 해서 이제 12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참 우리가 우여곡절이 많았거든요. 그 모든 것들을 다 넘어서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완수할 수 있게 돼서 기쁩니다." (고정환 본부장)



2022년 6월 21일,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으로 대한민국은 실용급 위성을 쏘아올릴 능력을 갖춘 세계 7대 우주 강국으로 등극했다. 1톤 이상의 위성을 우주 궤도에 올릴 수 있는 7번째 국가가 된 것이다. 앞에 붙는 숫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대한민국이 우주발사체 개발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는 것 자체에 더욱 큰 의의가 있다. 당연히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일이다.

누리호의 비행 시간은 총 16분이었는데, 그 시간을 위해 무려 12년 3개월의 연구 기간이 필요했다. 그 오랜 시간 속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녹아 있을까. 감히 짐작하기 어려웠다. 유재석이 발사 성공 소감을 묻자, 고정환 본부장은 "한마디로 표현을 하면 가슴이 뻥 뚫려요. 정말 시원하다."며 활짝 웃었다. 수많은 고충을 넘어선 자만이 지을 수 있는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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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발사체 기술을 가진 7번째 나라가 됐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일까. 고정환 본부장은 우주발사체 기술을 보유했다는 건 우리가 원하는 것을 우주로 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다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인공위성, 탐사선 등을 자체적으로 우주에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누리호의 경우는 약 1.5톤의 위성을 약 700km의 지구 저궤도에 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누리호의 성공을 말하기 앞서 고정환 본부장은 나로호를 언급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2013년 1월 30일 발사)가 없었다면 누리호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로호는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우주발사체를 만드는 기술은 국가 안보와 연결돼 있어 기술 이전이나 협력이 쉽지 않다. 당시 러시아도 기술 보안에 철저했고, 그런 만큼 정보를 얻기 어려웠다.

고정환 본부장은 무언가 하나라도 정보를 얻기 위해 애썼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부족했던 정보를 얻으려면 필사적으로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며, 회식 등을 통해 친밀도를 쌓으면서 기술적 교류를 했던 당시의 사정을 회상했다. 고정환 본부장은 나로호 사업을 얘기할 때 '우리가 돈을 주고 러시아 좋은 일 시켜준 거 아니냐'고 지적하는 부정적 시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기술 이전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애당초) 기술 이전이 없음을 인지하고 연구를 시작했어요. 정보의 조각들을 굉장히 많이 얻을 수 있었고, 그런 걸 모아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개발에 활용했기 때문에 '나로호 사업이 없었다면 누리호 사업이 있었겠냐'는 질문을 합니다." (고정환 본부장)


2021년 10월 21일, 누리호 1호 발사는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첫 발사에 성공할 확률은 통계상 30%에 불과하다. 나로호의 경우에도 3번째 만에 성공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연구진들은 그 정도의 기대감을 갖고 발사에 임했다. 그럼에도 실패라고 규정짓기보다 '성공을 위한 과정'이라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실제로 누리호의 첫 번째 비행은 예상보다 좋았다. 사실상 성공에 가까웠다.

1차 발사에서 누리호는 위성 분리까지 모두 다 성공했으나, 발사체가 700km 고도에 올라갔을 때 위성이 궤도 유지를 위해 필요한 속도(7.5km/s)를 내지 못했다. 3단 엔진의 연소가 일찍 끝나면서 6.5km/s의 속도만 내는 바람에 위성이 궤도에 머물지 못하고 지상으로 추락했던 것이다. 다만, 그 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든 부분에서 성공적이었기에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개발해 가는 과정을 성공 실패로 규정짓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거의 끝까지 왔고 마지막 계단 하나가 남아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권현준 과기정통부 정책관)



연구진들은 1차 발사 결과를 철저히 분석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에 들어갔다. 만반의 준비를 마쳤지만, 2차 발사 성공에 이르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우선, 발사일을 정하는 게 쉽지 않았다. 6월 13일로 발사일이 정해졌지만, 기상 악화로 연기됐다. 비가 오면 발사체 이송이 어렵고, 바람이 불면 높은 위치에서 작업해야 하는 사람들의 안전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15일에는 발사체를 이송했지만, 점검 과정에서 발사체 1단에 센서 이상이 감지됐다. 다행히 빠르게 해결 가능한 문제였다. 17일까지 모든 작업을 끝내고 발사 일정을 확정하려 했지만, 또다시 기상이 악화됐다. 결국 21일 발사가 결정됐고, 누리호 2차 발사는 성공했다. 위성이 제대로 궤도에 들어가자 온 국민이 함께 기뻐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연구진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누리호 성공 이후 준비 중인 프로젝트가 있을까. 고정환 본부장은 "발사체라는 게 언제든 실패할 수 있기 때문에 신뢰성을 위해 4차례의 추가 발사 계획이 있"다고 대답했고, 그와 별개로 달 착륙선을 보낼 수 있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또, 8월 3일, 달 탐사 위성 '다누리(KPLO, Korea Pathfinder Lunar Orbiter)'가 미국에서 발사 예정이라는 소식도 전했다.

누리호 개발 비용은 1조 9,572억 원이다. 유재석이 약 2억 원이라고 소개하자 고정환 본부장은 정확한 수치를 언급하며 수정했다. 그만큼 부담감이 컸기 때문이리라. 사실 액수만 보면 엄청난 금액이지만, 타국의 우주 개발 비용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미국은 SLS 프로젝트(달에 사람을 보내기 위한 우주 발사체 개발)에 약 30조 원을 투자했고, 로켓 발사 비용만 회당 2조 원에 달한다.

우주 개발은 세계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고, 천문학적인 개발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국민의 지지와 관심이 절실하다. 고정환 본부장은 250명도 안 되는, 타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력 부문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주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과 현장에서 활약하는 후배들이 좀더 좋은 환경에서 멋진 성과를 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10월에 꼭 돌아오겠습니다."



2년 3개월 동안 쉼없이 달려온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여름방학'을 맞이했다. 원래 휴지기를 갖는 형식으로 제작되는 프로그램인 만큼 자연스러운 재충전 기간이지만,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터라 제작진 입장에서도 방학이 절실했으리라.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이 출연을 두고 논란에 휩싸였고, 최근에는 동시간대 방송되는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밀려 시청률 부진에 빠졌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최고 시청률(11.69%)을 경신하는 동안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3.298%까지 하락했다. 2월 9일 방송 이후 가장 낮은 시청률이다. 그럼에도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이야기는 시청자 입장에서 들을 가치가 있었다. 인터뷰 형식의 토크쇼가 성공할 수 있다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 이번 재정비를 통해 좀더 단단한 프로그램으로 돌아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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