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유명 식당은 오늘 다 문 닫았겠다."
서울 시내에서 이름 좀 날린다는 식당의 셰프 80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엄마 손맛을 재현한 백반집 사장, 철가방 출신 주방장, 만화책을 보며 요리를 익힌 재야의 고수, 수백 억의 매출을 자라하는 힙한 술집 사장, 오픈하는 족족 대박을 터뜨리는 요식업계 고수, 160만 구독자를 보유 중인 요리 유투버, 미슐랭 3스타에서 요리를 배운 셰프, 초등학생들의 밥을 책임지는 급식실 조리사까지..
저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요리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넘친다는 점이다. 각자의 스타일이 다르고, 개성이 각양각색이다. 마치 만화 '요리왕 비룡'이나 '미스터 초밥왕 전국대회편'이 생각나게 만드는 화려하고 흥미로운 구성이다. 물론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흑수저'로 명명된 80명의 셰프들이 대적해야 할 백수저 셰프 20명이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등장한다.
대한민국 대표 스타 셰프 최현석, 중식 그랜드 마스터 여경래, 15년 연속 이탈리아 미슐랭 1스타 오너 셰프 파브리, 세계 3대 요리 대회 2관왕 조은주, '2010 아이언 셰프' 우승자 에드워드 리, 국내 채소요리 1인자 남정석, 대한민국 16대 조리명장 안유성 등 내로라하는 스타 셰프들의 모습이 긴장감을 자아낸다. 드디어 '천하제일 요리대회'가 완성된 듯하다.
'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들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치열하게 맞붙는 100인의 요리 계급 전쟁.' 이 놀라운 기획의 정체는 넷플릭스(Netflix) 예능 '흑백요리사: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이다. 9월 17일 오후 공개된 후 하루 만에 '대한민국의 TOP 10 시리즈'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바로 '심사위원'이다. 과연 저들의 대결을 누가 심사할 것인가. 최고의 경지에 오른 엄청난 경력의 셰프들이 만든 요리를 판단할 때, 시청자는 물론 셰프들도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경력과 권위를 지닌 인물이어야 했다. 제작진은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의 외식 경영인 백종원과 국내 유일 미슐랭 3스타 '모수'의 셰프 안성재를 선택했다.
"요리가 많이 늘었네." (안성재)
4회까지 공개된 '흑백요리사'는 도전자 80인의 흑수저들이 20명으로 추려지고, 백수저와 흑수저의 1:1 서바이벌 대결이 펼쳐지는 등 빠르게 진행됐다. 먼저 흑수저 셰프들은 100분 동안 자신이 선보일 수 있는 최상의 요리를 만들어 평가를 받았다. 백종원 심사위원은 '맛', 안성재 심사위원은 '요리사의 의도'라는 기준으로 깐깐하게 생존자와 탈락자를 가려냈다.
넷플릭스는 '피지컬 100', '사이렌' 등 서바이벌 예능 제작을 통해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쌓아왔는데, '흑백요리사'도 그 틀에서 정립된 티가 역력하다. 서바이벌의 긴장감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요리 프로그램이 보여주어야 할 다양한 요소들을 빠짐없이 챙겼다. 또, 편집의 낭비가 없이 적재적소에 필요한 장면들만 적절히 드러내며 넘침 없는 편집의 미학을 선보였다.
또, 스승과 제자의 갑작스러운 조우(여경래-중식여신, 안성재-원투쓰리, 트리플스타) 등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할 법한 서사들이 언급되지만, 제작진은 이를 붙잡고 늘어지는 악수를 두지 않는다. 자칫 프로그램의 속도감 있는 전개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서사를 과감하게 생략함으로써 '흑백요리사'가 쾌속선처럼 나아가도록 한다. 이는 콘텐트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리라.
한 가지 의문점은 심사위원을 왜 2명만 뒀냐는 것이다. 홀수가 아닌 짝수는 결정을 하는 데 있어 곤란한 숫자이다. '흑백요리사'은 2인 심사를 통해 끝없는 토론을 이끌어낸다. 이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도출되는 결과는 굉장히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백종원과 안성재, 두 심사위원의 날카롭고 전문적인 심사평을 보는 맛도 '흑백요리왕'을 즐기는 특별한 요소이다.
백척간두에 선 20명의 백수저 셰프와 20명의 흑수저 셰프, 지목을 통해 결정된 그들의 대결은 양상으로 펼쳐질까. 제작진은 요리 대결에 사용할 식재료(김치, 돼지 족발, 들기름, 시래기, 바닷장어 등)가 들어 있는 20대 냉장고를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심사위원들은 안대를 쓴 채 오직 '맛'으로 평가를 진행한다. 자존심을 건 흑백 대결, '흑백요리사'에 빠져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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