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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혜리, 임영웅의 스태프 사랑,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은..

너의길을가라 2024. 8.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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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소감을 발표할 때 '스태프'에게 공을 돌리는 스타들의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으레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그 고마움과 애정이 느껴져 뭉클해지기도 한다. 예전 일이지만,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의 스태프가 한 배우가 촬영 중 비가 오는 상황에서 모기에 물리기 싫다는 이유로 트레이닝 복을 입겠다며 스태프를 30분 기다리게 했다는 내용의 글을 SNS에 게시한 적이 있다.

그 무렵, 이순재는 "우리 드라마 배우들은 (...) 시간을 정확하게 지켜야 한다. 촬영은 우리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40~50명이 같이 하는 것"이라는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물론 십수 년 전의 케이스인 만큼 현장의 사정이 조금 나아졌으리라 짐작된다. 또, 실제로 스태프를 내 식구처럼 챙기는 스타들도 있다. (이들의 '선행'이 뉴스가 되는 걸 보면 현실이 아주 많이 변한 건 아닐지도 모른다.)

지난 4일, 인스타그램에 아이유를 '칭송'하는 글이 게시되어 화제가 됐다. 아이유가 '2024 아이유 HEREH 월드투어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귀국하는 길에 100여 명이 넘는 스태프를 위해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을 제공했다는 소식이었다. 스태프들은 비즈니스석 인증 사진과 함께 "그녀의 FLEX! 스테프들 고생했다며 끊어줬다. 그녀의 이름은 아이유"라며 감동을 표현했다.

아이유의 스태프 사랑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는 1년 간 드라마 촬영을 함께 한 스태프 전원에게 76만 원 상당 고가의 헤드폰을 선물해 화제가 됐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달에는 오사카에서 열린 월드 투어 공연 중 고생하는 스태프들을 위한 밥차를 준비하기도 했다. 비교적 최근의 예를 들었을 뿐, 스태프를 챙기는 아이유의 선행은 차고 넘친다.

지난 5일, 신동엽은 유튜브 웹예능 '짠한형 신동엽'에 출연한 혜리의 미담을 공개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놀라운 토요일'에서 하차할 당시, 혜리가 회식을 추최하며 모든 스태프를 초대했는데, 느닷없이 이벤트를 진행하며 도합 몇 천만 원 가량의 상품을 내걸었다는 것이다. 혜리는 이 상품들이 출연자들이 아니라 스태프에게 돌아가도록 애를 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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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도 고윤정은 (전공의 파업으로 방영이 무기한 미뤄진 비운의 드라마) tvN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 마지막 촬영 날 간식차를 제공하며, 80명이 넘는 스태프의 얼굴로 스티커를 직접 제작하고 음료를 나눠줬다고 한다. 스태프 한 명 한 명을 기억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에 스태프를 향한 고윤정의 진심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유재석의 미담은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챙기기 어려울 지경인데, 지난달 31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조정석이 하나 더 추가했다. 다름 아니라, "재석이 형이 (출연료를) 안 받겠다고 해서 저희 스태프들은 장학금처럼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임영웅도 3년 전 지상파에서 진행한 공연 출연료 전액을 열악한 환경에서 일한 스태프에게 전했다고 한다.

이렇듯 수고하는 스태프를 살뜰히 챙기는 스타들의 행동은 분명 좋은 일이다. 알려야 할 선행이고, 따뜻한 미담이다. 하지만 '스타 몇 명의 선행을 칭찬하는 걸로 끝날 일인가'라는 회의가 든다. 뒤집어 생각하면 스태프들이 현장에서 고생하는 만큼 제대로 된 대우를 못 받는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스타들의 선행이 강조될수록 스태프의 열악한 처우는 잊힌다.

영화 제작 현장은 표준계약서가 자리잡으면서 노동권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주 52시간을 넘어서고 임금은 3년간 정체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스태프 고용 외주화도 크게 늘었다. 이슈페이퍼에 따르면, 스태프 실질임금은 2018년 2883만 원에서 2년 뒤 3001만 원으로 올랐다가 2022년 2804만 원으로 외려 줄었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 적용)

출처 :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방송 미디어 쪽 사정은 훨씬 더 암울하다. 24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와 더불어민주당 강유정·이기헌·이용우 의원실은 국회의원회관에서 <질주를 멈춘 K콘텐츠 산업 그리고 방송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는데, 방송미디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연평균 4개월 실업 상태에 놓였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또, 4명 중 1명은 서면 계약 없이 일하고 있었다.

2019년 뮤지컬, 연극, 발레, 무용 등 공연예술 무대 장치(무대기술·소품·의상·조명·음향 등)를 담당하는 스태프의 열악한 처우 및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표준계약서 2종이 새롭게 마련됐지만, 아직까지 현실은 충분히 개선되지 못했다. 임영웅의 공연 무대를 제작했던 스태프는 당시 월급 200만 원을 받았고, "일정에 맞춰 세트를 만드는 게 죽을만큼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스타들의 스태프 챙기기는 칭찬받아 마땅한 태도이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안다. 다만, 처우 개선이라는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선행'만 강조되는 건 씁쓸한 일이다. 자칫 스태프들의 열악한 현실이 감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들의 그 예쁜 마음씀씀이를 스태프 처우 개선을 위한 제도적 정비에 힘을 싣는 데 써준다면 더할나위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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