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박노자로부터 듣는 노르웨이의 교육 시스템

너의길을가라 2012. 7. 8.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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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를 통해서 '노르웨이의 교육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들어볼까요? 주로 '숙제철폐운동'과 관련된 내용인데, 이건 우리도 좀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승호 : 우리나라에서 가장 바꿔야 할 영역은 교육이라고 많이들 말합니다. 노르웨이에선 최근 '숙제철폐운동'까지 벌어졌다고 들었는데, 노르웨이 교육은 어떻습니까?


박노자 : 여기 교육은 13년제예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3년간 교육받습니다. 한국처럼 수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입학시험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학교 나름의 커리큘럼에 충실하고 시간도 충분하죠. 그래서 '숙제철폐운동'과 같은 운동이 가능합니다. '숙제철폐운동'은 특히 경쟁 교육에 미칠 대로 미친 한국에서는 이루어지기 어려운 과제입니다. 그런데 당장의 혁명은 어려워도, 진보세력들은 점차적 학습량, 학습시간의 감소 쪽으로 교육개혁의 방향을 트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지난 2011년에 노르웨이에서 숙제철폐를 위한 학생들의 시위라든가 동맹 휴업, 즉 맹휴까지도 조직했습니다. 맹휴 참여는 한 시간 동안의 수업 참여 거부와 숙제철폐를 위한 서명 등으로 이루어졌는데, 참가 의사를 밝힌 학생 숫자만 해도 700개 학교 4만 명이었습니다.


숙제는 추가 학습노동으로서의 성격도 있지만, 무엇보다 계급적인 차이를 만들어내는 기제로서의 성격이 강하죠. 고백하자면 저만 해도 저녁마다 아홉 살배기 아들의 숙제를 도와주고 검토해주느라고 꼭 30~40분 정도 보냅니다. 저야 정신노동을 하니까 집에 와서 이런 추가 노동을 할 여력이 있지만, 8시간 동안 공사장에서 벽돌 나르고 나서 아이 숙제를 도와준다고 생각해보세요. 파김치 된 상태에서 숙제를 도와주다가 그냥 잠들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 결국 부모의 개인 코치를 받아 숙제해온 아동들과 그렇지 못한 아동, 특히는 육체노동자, 이민자 가족의 아동들 사이에 적지 않은 학습능력 격차가 생기고 맙니다. 그 격차는 나중에 내신 격차로 이어지고, 내신 성적대로 대입이 이루어지는 노르웨이 상황에서 고인기 학과 진학 가능성의 차이로 또 이어집니다. 노르웨이 사회 상층부의 상당 부분은 법대 출신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법대에 진학하자면 내신이 꽤 좋아야 합니다. 한국도 아닌 노르웨이지만, 저숙련 저임금 육체노동자의 자녀들의 법대행은 매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죠.


또 한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학생도 학습노동자인데, 노동자는 노동하는 장소에서 노동을 해야지, 집에서까지 노동을 한다는 것은 학교에 의한 개인 시간의 식민화예요. 노동 시간과 개인 시간이 구별되어야 합니다. 그게 원칙이어야하죠. 제가 글을 쓰거나 인터뷰하는 것도 대외 활동의 일종인데요. 주말에는 안 하잖아요. 아이들하고 같이 놀아야 하니까. 개인 시간과 노동 시간을 구별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한 가지 뭐냐 하면 아이들끼리 친하게 지낼 것은 강조합니다. 폭력 방지 같은 것을 많이 하고요. 제 아이의 숙제를 검토하느라 학교 교과서를 다 읽었는데요. 나름대로 다양성에 대한 교육 같은 것도 잘하는 것 같아요. 지금 제 아이는 사회 교과서를 통해서 유대교, 불교, 힌두교, 기독교, 이슬람교, 세계 주요 종교에 대한 특징을 거의 다 배웠어요. 아홉 살밖에 안 된 노르웨이에 사는 아동이 힌두교라든가 이슬람교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이미 획득하고 있는 거죠. (웃음) 대한민국 초등생이 과연 이슬람에 대해서는 얼마나 배울까 싶어요. 다양성에 대한 존중 같은 것을 배운다는 점에서 노르웨이 교육에 배울 점도 분명히 있는 것 같긴 합니다. 


- 박노자 · 지승호,『좌파하라』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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