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대한일본? SBS의 거듭된 실수, 일베 의혹의 연장선인가?

너의길을가라 2014. 9. 26.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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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일본. 1910년 8월 29일 한일합방의 재현일까? 단순한 실수라고 하기엔 참으로 씁쓸했다. 지난 25일 밤에 방송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대한민국과 일본의 여자배구 하이라이트 방송(SBS)에서 '대한민국'이 '대한일본'으로 잘못 표기되는 방송사고가 발생했다. 그것도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한일전에서 말이다.



해당 자막은 약 4분동안 지속되다 '대한민국'으로 수정됐다. SBS 측에서 방송 사고라는 것을 확인하고 내린 조치일까, 아니면 시청자들의 항의 전화로 인한 수정이었을까? 다음 날(26일) SBS는 다음과 같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SBS는 9월 26일 새벽 인천아시안게임 여자배구 한국대 일본전 하이라이트 방송당시 자막실수가 있었습니다. 컴퓨터그래픽(CG)을 다루는 프리랜서 요원의 실수로 확인되었습니다. 시청자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SBS는 아시안게임동안 철저한 방송준비로 완성도높은 중계방송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SBS의 해명은 '(SBS의 잘못이라기보다는) 프리랜서 요원의 실수'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SBS의 해명은 책임을 프리랜서에게 전가하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설령 프리랜서 요원의 실수라고 하더라도 이를 확인하고 감독해야 할 책임자가 있을 테고, 총괄적인 책임을 SBS 관계자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실수'가 잦다는 것인데, '대한민국'이 '대한일본'으로 바뀐 25일과 같은 날 열렸던 남자 축구 16강 홍콩전 중계방송에서 SBS는 박주호 선수의 국적을 '대한민국'이 아닌 'HKG(홍콩)'으로 표기하는 실수를 범했다.


'대한일본'이라는 자막 실수를 두고, 네티즌들은 "무슨 이런 아마추어같은 실수를 해", "대한일본이라니, 이건 좀 심하잖아요" 등의 비판을 쏟아내고 있고, 일각에서는 "대한일본? SBS에 숨어있는 일베가 참 많은 거 같아. 이건 실수가 아니야"라며 일베와의 연관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물론 '대한일본'이라는 자막 실수만으로 '일베'와 관련짓는 것은 조금 성급한 감이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제기 자체가 설득력을 지니는 까닭은 SBS가 이미 여러 차례 비슷한 실수들을 해왔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가령, 자막 표기뿐만 아니라 일베에서 사용하는 이미지,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마크 등 매우 다양한 케이스가 있었다.



지난 2013년 8월 20일 방송된 SBS '8뉴스'는 '특파원 현장' 코너에서 '일본 수산물 방사능 공포'에 관한 뉴스를 보도하면서, '후쿠시마산 가자미류 방사능 검출량'에 대한 도표를 화면에 송출했다. 위의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도표 하단 부분에는 일베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과 코알라를 합성해서 만든 이미지가 새겨져 있었다.


SBS는 "제작 담당자는 이미지를 알아채지 못한 채 컴퓨터 그래픽 제작에 사용했다"라고 해명했지만, 당시로부터 약 2달 전인 6월 8일 한 일베 회원이 일베 사이트에 방송국 내부 사진을 공개하면서 "저격해봐라 그리고 일베는 방송국도 점령했음을 잊지 마라"는 글을 올린 사실이 회자되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단순한 실수'라는 SBS 해명에도 네티즌들은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방송 사고는 그 이후에도 계속됐다. 2013년 10월 SBS '스포츄뉴스'에서는 연세대의 로고가 아닌 '일베'에서 사용하는 마크를 내보냈고, 2014년 3월 2일 방송된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서는 고려대학교를 소개하면서 고려대 로고가 아닌 '일베' 마크를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 


SBS는 "제작과정에서 시간에 쫓겨 급하게 CG를 의뢰하다보니 공식적인 학교 로고를 사용하지 못했다. 비공식 로고가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고 실수로 공식로고를 쓰지 않은 것이라 지금은 다 교체했다. 다시보기 등에는 바로 잡아 나갈 것이다"라고 해명했지만, 반복되는 실수에 실제로 SBS 안에 일베 회원이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은 짙어졌다.



이렇게 되자 시청자들도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 6월 16일 방송됐던 'SNS 원정대-일단띄워'도 '일베 논란'에 휩싸였는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그리스도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이미지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이미지인 '노알라'을 닮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SBS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에게 프로그램 삽입 이미지를 의뢰했고, 이미지를 최대한 기존 작가 작품의 이미지나 기법대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고 사정을 설명했고, 실제로 그 일러스트레이터의 다른 작품들을 살펴본 결과 논란이 됐던 일단띄워에서 사용된 이미지와 스타일이 비슷한 것으로 확인이 돼 논란은 일단락 됐다.


실수가 반복되면 그것은 더 이상 실수가 아니라는 말은 SBS에 적용되는 것 아닐까? 물론 방송도 인간이 하는 일이기에 실수가 발생할 수 있지만,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일베'의 이미지나 마크를 사용하는 것은 분명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게다가 '시간에 쫓겨서'라는 변명은 납득할 수 없는 구차한 것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을 '대한일본'으로 잘못 표기하고, 대한민국의 선수를 다른 나라 국적으로 표기하는 것은 단순 실수라고 이해하고 싶지만, '일베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SBS이기에 더욱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시청자와 네티즌들의 의혹 제기를 마냥 '의혹'으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은 누구의 탓도 아니다. 바로 계속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SBS의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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