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

네거티브에 중독된 어른들의 선거, 과연 바꿀 수 있을까? 본문

사회를 듣는 귀

네거티브에 중독된 어른들의 선거, 과연 바꿀 수 있을까?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4. 7. 12. 08:16


요즘에는 '반장'도 소위 '스펙'의 일부로 인정받고 있어서 나름대로 경쟁률이 센 편이지만, 과거에는 그저 공부 잘 하는 아이의 전유물이거나 또래 내의 인기 투표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름대로이 구색은 갖췄었는데, 이를 테면 '공약' 같은 것을 내걸었다. "제가 반장이 되면…" 으로 시작하는 공약에는 반과 친구들을 위해 어떤 것들을 하겠다는 내용들로 채워졌었다. 어느 경우에도 'A는 반장이 되면 안 됩니다'와 같이 경쟁 상대로 출마한 친구를 비난하는 일은 없었다. 다시 말해서 어릴 적 우리의 선거는 '네거티브 선거'가 아닌 '포지티브 선거'였다. 




"김무성 후보에게 대권을 포기하면 중대한 결단을 하겠다고 했는데 대답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거부한 것으로 보고, 어떠한 일이 있어도 김 후보가 당 대표가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서청원 후보)


"사심 없이 대통령을 위한다는 분이 대통령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정치공세야말로 구태정치의 전형이고, 반드시 없어져야 할 정치 적폐" (김무성 후보)


새누리당의 7 · 14 전당대회에 출마한 서청원 의원과 김무성 의원의 선거 행태를 보면 '어른들의' 선거가 어떤 것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한 명은 무슨 일이 있어도 상대방이 당 대표가 되는 것을 막겠다고 하고, 또 다른 한명은 경쟁자를 '반드시 없어져야 할 정치 적폐'라고 몰아세운다. 개인적으로는 두 후보가 틀린 말을 한다고 생각되진 않지만, 어쨌거나 이러한 선거 방식은 네거티브 중에서도 네거티브에 속한다. 두 후보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정치 적폐'가 아닌가 싶다. 


앞으로 새누리당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에 대한 비전이 사라진 지는 오래다. 그저 상대방에 대한 비난과 폄훼가 전당대회를 가득 채워버렸다. 무려 집권여당의 당 대표로 출마한, 그것도 당선이 유력한 두 사람이 상대방에 대해 평가하는 것을 듣고 있자면 참담한 생각이 든다. 도대체 이런 사람들끼리 어떻게 한 정당에서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 이런 사람들이 모여 있는 새누리당이라는 정당은 도대체 뭐하는 정당일까?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6 · 4 지방선거에서 배낭을 메고 직접 걸어다니며 유권자를 만났다. 이른바 '유세차, 로고송, 율동, 확성기가 없는 이른바 '4무(無) 선거'를 실천에 옮긴 것이다. 물론 경쟁자로 나선 정몽준 후보는 박 후보의 아내에 대한 공격까지 서슴지 않는 지저분한 선거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네거티브' 공세 속에서도 박 시장은 끝까지 네거티브에 대한 유혹을 참아냈다. 선거 유세가 끝나고 박 시장은 캠프 관계자들을 만나 자리에서 "참으로 슬펐지만 대한민국 정치풍토 하에서 낮은 선거, 돈안드는 선거, 네거티브 없는 선거 등 우리가 했던 많은 실험들이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6 · 4 지방선거의 '진정한 승자'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문용린 후보와 고승덕 후보 간에 벌어진 불썽사나운 '패륜 논란' 가운데 끝까지 정도를 걸었다. 분명 네거티브의 유혹이 있을 법도 했지만, 조 교육감은 유권자에게 서울시 교육을 어떻게 바꿔 놓겠다는 공약과 비전만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기적과 같은 대역전극을 이뤄냈다. 


위에서 언급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예는 '네거티브'가 없는 유세로도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대부분의 선거에서 후보들은 '네거티브'의 유혹에 빠져들기 마련이다. '내가 무엇을 하겠습니다'보다는 '쟤는 이상한 놈이에요'라고 말하는 것이 언론의 주목과 여론의 관심을을 훨씬 더 쉽게 끌 수 있기 때문이다. 



- <영남일보>에서 발췌 - 


그렇다면 이번 7 · 30 재보궐 선거는 어떨까? 또 다시 기존의 '어른들의' 선거를 답습하게 될까? 여전히 후보들은 상대방을 헐뜯고 비방하는 유세를 이어갈까? 각 정당의 공천이 이제 막 마무리된 시점이라 아직까진 잠잠하지만, 선거가 조금씩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지지율에서 열세에 놓인 후보들은 어김없이 '네거티브' 카드를 꺼내들 것이다.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는 "국민이 바라는 싸우지 않고, 증오하지 않고, 질투하지 않고, 편 가르지 않는 정치에 앞장서겠다. '네거티브 없는 선거' '듣는 선거'를 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에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에서 상당한 격차로 앞서 있다는 이유가 자신감으로 표현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야권 단일화가 이뤄지고 선거 국면이 박빙으로 치닫게 돼도 지금의 약속을 끝까지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명의 유권자로서 언제까지 추잡하기 짝이 없는 '어른들의' 선거를 계속 지켜봐야 하는가 하는 자괴감이 든다. 이미 어른 냄새가 풀풀 풍기는 저들에게 '아이들의' 선거를 떠올려보라고 권고하는 것은 지나치게 낭만적인 접근일 것이다. 변명이야 뻔하지 않은가? "내가 하는 것은 '네거티브'가 아니라 '검증'이야." 결국 '네거티브'가 선거 유세 방법으로서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 검증되어야만, 선거에서 '네거티브'는 조금씩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다시 책임은 '유권자'에게 돌아온다. '네거티브'에 중독된 어른들의 선거를 바꿀 수 있는 것은 현명한 유권자의 선택뿐이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자신에게도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혹시 우리도 나조차도 모르는 사이에 '네거티브'에 중독됐던 것은 아닌가?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