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4대강 사업 예찬하던 학계·언론·정치권, 반성도 책임지는 이도 없다

너의길을가라 2014. 7. 20.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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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 통계학자, 경제학자가 같은 직장에 지원했다. 면접관이 수학자에게 질문했다. "2 더하기 2는 뭐죠?" 수학자가 대답했다. "4입니다." 그다음에 면접관은 통계학자를 불러 같은 질문을 했다. 통계학자가 대답했다. "평균적으로 4이며, 오차 범위는 ±10퍼센트입니다." 마지막으로 면접관은 경제학자를 불러 물었다. "2 더하기 2는?" 경제학자는 문을 걸어 잠근 뒤 면접관에게 가까이 다가가 몸을 숙이고는 속삭였다. "어떤 답을 원하시죠?" 


- 구전되어온 이야기 (팀 하포드, 『당신이 경제학자라면』에서 발췌 -


경제학자의 속성에 대해 이보다 정확하게 표현한 글이 또 있을까? 질문이 어떤 것이든 간에 원하는 답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경제학자. 그들에게 '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질문을 던진 사람의 '의도'만 있을 뿐이다. 만약 "2 더하기 2는 뭘까?"라는 질문 대신에 "4대강 사업의 수익성은?"이라는 질문을 한다면 어떨까? 경제학자는 이 질문에도 어김없이 문을 걸어 잠그고 나서 이렇게 속삭일 것이다. "어떤 답을 원하시죠?



-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대한민국에는 '경제학자의 마인드'를 가진 학자들이 너무도 많았다. 그동안 4대강 사업에 대해 소위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보여준 행태는 기가 막힐 정도였다. 하나같이 4대강 사업에 대한 찬양 일색이었다. 밥줄과 출세라는 '당근'을 들고 유혹하는 정부 앞에 학자로서의 양심과 자존심은 너무도 쉽게 버려졌다. 그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4대강 사업의 필요성과 그 수익성을 홍보하고 나섰다. 


지난 2009년 4월 28일 자 <해럴드경제>의 사설을 읽어 보자. 이 글에는 4대강 사업에 대한 MB 정부의 전형적인 홍보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제방 둑을 높여 홍수를 방지하고, 강바닥 준설과 보 및 저류지 조성 등 갈수기 물 부족 해결은 당연히 정부가 해야 할 치수사업이다. 강원도 태백과 경북 일부 지역이 지난봄 심한 가뭄에 시달린 것에 비추어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더구나 우리는 동강댐 무산 이후 좌파정부 10년 동안 댐다운 댐을 건설하지 못한 원죄가 있다. 때문에 물 부족은 정치적ㆍ이념적 접근 대신 실생활 등 경제 문제로 풀어야 옳다. 2012년까지 14조원을 투입하더라도 매년 홍수 피해 2조7000억원, 복구비용 4조2000억원을 절약하고, 삶의 질 향상 등을 감안하면 분명 경제적 이익은 작지 않다. 정부는 여기에 19만개 일자리 창출과 23조원 생산유발 효과도 기대한다. 4대강 사업은 녹색성장과 미래성장동력 확보, 내수진작의 디딤돌인 것이다.


우선,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는 민주 정부 10년을 '좌파정부 10년'이라고 규정하는 것을 통해 <해럴드경제>가 대한민국의 정치적 지형도를 어떻게 왜곡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던가? <해럴드경제>가 '4대강 사업'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는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뻔하다. 


사설은 '2012년까지 14조원을 투입하더라도 매년 홍수 피해 2조 7000억 원, 복구비용 4조 2000억 원을 절약하고 살의 질 향상 등을 감안하면 경제적 이익은 작지 않다'고 주장했고, '19만 개 일자리 창출과 23조원 생산 유발 효과'가 있다고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그러면서 4대강 사업을 '녹생성장과 미래성장동력 확보, 내수진작의 디딤돌'이라고 설명했다.



- <경향신문>에서 발췌 - 


최근에 들어 <해럴드경제>는 4대강 후유증 등으로 169개 非금융공기업 6년연속 적자(2014년 4월 3일), 대강 빚은 혈세에 떠맡기고..성과급 펑펑 쓴 수공(2014년 7월 7일) 등의 기사를 쓰면서 '4대강 사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과거에 자신들이 썼던 '사설'에 대한 반성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해럴드경제>뿐이었을까? <조선일보>를 비롯해서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등 보수(수구) 언론들은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뒤지지 않는 '알랑방귀'를 껴댔다. 역시 그 어떤 반성도 없었다.


양심을 버렸던 것은 전문가와 언론만이 아니었다.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의 의원들은 4대강 사업이 대한민국을 위한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떠들었었다. 심지어 "4대강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이 취업 잘 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일이 뭘까 고민하다 만들어낸 사업"이라면서 청년 실업의 해결방안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었다. 


이재오 의원과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대표적인 '4대강 전도사'였고, 경기 수원정에 출마한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야권의 주장에 대해 "우리나라가 선진국 진입의 길목으로 접어들고 있는 만큼 이제는 더 이상 소모적이고 낭비적인 '묻지마'식의 반대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2009년 9월 7일, 새누리당 출신의 김형오 국회의장은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부산의 평생 소원이 '우리도 이제 맑은 물 한 번 마셔보자는 것'이다. 나는 4대강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사람"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과연 4대강 사업으로 '맑은 물 한 번 마셔보자'는 소원은 이뤄졌을까? 



JTBC는 '4대강 사업 그후'라는 기획을 통해 4대강 사업에 대한 심층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우선, 수질과 관련된 보도를 살펴보면, 낙동강 강정보 인근 취수장의 경우에 8m 아래 뻘층에는 산소량이 0.11ppm까지 떨어진 것을 확인이 됐다. 깨끗한 개울물의 용존산소량은 7~10ppm 정도다. 수치에서도 나타나듯이 강바닥에 산소가 거의 없다. 이처럼 뻘층이 생기는 것은 '보'가 생기면서 강물의 유속이 현저히 느려진 탓이다. 


녹조의 발생도 4대강 공사 이후 무려 50배까지 늘어났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저희가 4대강 사업 시작 전부터 수차례 경고한 것들이 그대로 실현되고 있습니다. 이대로 놔두면 문제는 더 심각해 질 겁니다"라며 안타까운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이러한 현상은 '낙동강'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영산강을 비롯해서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보'를 쌓은 곳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낙동강에 8개의 보를 건설해 물의 체류시간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수온이 상승하는 것을 실측치 값을 통해서 확인했다"면서 "수온의 상승은 수질을 악화시키고, 기존서식지의 변화를 초래한다. 최근 녹조와 큰빗이끼벌레의 확산은 4대강 사업으로 때문이다. 4대강 복원 특별법을 국회에서 논의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질이 악화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4대강 사업으로 인해 홍수방지와 철새들의 서식지 역할을 하던 습지가 사라지면서 4대강 사업은 '친(親)환경'이 아니라 '반(反)환경'적인 것임이 명백히 드러났다. 그렇다면 경제학자를 비롯한 4대강 예찬론자들이 그토록 강조했던 '4대강 사업의 경제적 효과'는 어떨까? 정말 '4대강 사업은 고수익 사업이었을까?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수자원공사의 부채가 8조 원에 달하고, 이를 국민의 세금으로 갚아야 할지로 모른다는 뉴스는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이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것처럼 홍보했지만,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는 것이 입증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전 대통령은 강바닥에서 퍼올린 준설토만 팔아도 1000억 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장담했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JTBC 보도에 따르면, 남한강에서 채취해 쌓아둔 준설토는 3,500만m³에 달한다. 이 중에 팔린 것은 고작 26%에 불과한 실정이다. 여주시는 정부의 말만 믿고 준설토를 쌓아뒀지만, 결국 준설토 적치장 임대료만 매년 40억 원씩 부담하고 있다. 판매 부진에 매년 임대료는 내야 하는 형편이라 앞으로 20~30억 원의 적자를 감당해야만 한다. 


이렇듯 되는 일도 없고, '부채'만 마냥 쌓여만 가자 수자원공사는 개발 수익사업을 추진하기에 이른다. 수공은 낙동강 친수사업을 통해 '수 천억 원대의 수익이 낼 것'이라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국토부 산하의 국토연구원 용역 결과에 따르면, 총투자비는 6조 3,900억 원이고, 개발 순익은 2,500억 원으로 추산됐다. 이러한 장밋빛 전망을 그대로 믿어도 되는 걸까? 앞서 경제학자가 "어떤 답을 원하시죠?"라고 속삭였던 것을 상기해보자. 


현재 서낙동강 일대의 수질은 3~4급수 수준인데, 이를 친수사업을 하기 위한 최소 요건인 2급수로 정화시키기 위해서는 당연히 돈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 돈이 대략 1조 원 정도라고 한다. 수공의 사업계획에는 이러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한마디로 대충 만들어진 사획 계획이라는 이야기다. 여기에 수요 예측도 부풀려졌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박재운 부산대 경영학부 교수는 "적자사업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아, 4대강 사업이 '이명박 대통령이 취업 잘 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일이 뭘까 고민하다 만들어낸 사업'이라고 했던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창출된 일자리는 이명박 정부가 공언했던 공언했던 96만 개의 1%에 불과했다. 그 1%도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라 중장기와 외국인 노동자 등 단기적인 질 낮은 일자리가 대부분이었다. 


수질 악화, 환경 파괴, 일자리 창출 실패, 수익 창출 실패, 입찰 비리 등 4대강 사업이 남긴 것은 '적폐' 그 자체이다. 정부 주도의 대국민 사기극이었다. 그에 적극 동참했던 학자들과 언론, 그리고 정치권은 반성 한 마디 없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들의 '뻔뻔한 사기극'이 계속되는 동안 강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가슴은 시꺼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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