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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했던 '체인지 데이즈'와 '환승연애', 진심이 비난을 이겼다

너의길을가라 2021. 8. 2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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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연애가 고달픈 세 커플(이상미-조성호, 강우석-이홍주, 김민선-오진록)이 제주도의 한 장소에 모였다. 그들은 자신의 연인에게 지쳐있다. 언젠가부터 연애는 더 이상 설레지 않다. 사랑은 모호하다. 이대로 계속 만나는 게 맞는지 헷갈린다. 내가 원하는 사랑은 무엇일까. 행복한 연애를 어떤 것일까. 불안한 현재는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게 한다. 그들은 진지하게 이별을 고민 중이다.

카카오TV '체인지 데이즈'는 이 혼란스러운 세 커플에게 새로운, 그것도 굉장히 매혹적인 가능성을 제시한다. 바로 함께 출연한 다른 이성과의 데이트다. 잊고 있던 설렘, 흐릿했던 사랑의 형체를 되새기게 한다. 자신의 연인과는 다른 성향의 이성과 데이트를 하면서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볼 시간을 부여한다. 또, 현재의 연애가 갖고 있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장기간의 연애로 인한 매너리즘, 성격 및 취향 차이로 인한 갈등, 가치관 혹은 연애 방식의 충돌 등 저마다 이유는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강한 문제의식이다. 과연 그들은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무엇을 얻게 될까. 자신의 연애를 복기한 끝에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될까. 기존의 연인과 더욱 단단한 결속을 맺게 될까, 새로운 연애를 선택하는 과감함을 보여줄까.


현재의 삶이 고달픈 건 미혼 남녀만이 아니다. 여수의 한 팬션에는 남녀 4쌍, 총 8명의 남녀가 모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돌싱(돌아온 싱글)'이라는 점이다. 이혼은 각자의 삶에 큰 상처를 남겼지만, 언제까지 동굴에 갇혀 지낼 수만은 없다. 그들은 다시 관계가 고프다. 하지만 현실은 '돌싱'에 가혹하다. 사회적 시선은 곱지 않고, 왜곡된 태도로 접근하는 이들도 있다.

MBN <돌싱글즈>는 그들에게 '돌싱 빌리지'를 선사했다. 새로운 관계를 찾고 있던 8명의 남녀는 적극적으로 마음에 드는 짝에게 마음을 내비쳤다. 그들이 주저함 없이 솔직하게 스스로를 보일 수 있었던 까닭은 합숙자들이 모두 돌싱이었기 때문이리라. 세세한 사정은 다를지라도 동병상련으로 연대감을 형성한 그들은 훨씬 더 편안하게 새로운 관계를 모색해 나갔다.

그리하여 탄생한 세 커플(이아영-추성연, 배수진-최준호, 김재열-박효정)은 동거 생활에 들어갔다. 각각의 커플은 알콩달콩한 신혼(?)을 만들어갔다. 하지만 '돌싱'인 그들은 또 다른 현실에 직면했다. 배수진-최준호는 육아라는 큰 산이 관계 형성에 변수로 작용했다. 김재열은 전처와 시부모의 갈등을 언급해 박효정을 의아했고, 이아영(서울)-추성연(영주)의 경우 장거리 연애가 난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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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연애 관찰 예능이 한 단계 도약했다. 앞서 언급한 '체인지 데이즈', '돌싱글즈' 외에 TVING '환승연애', '솔로지옥' 등 다수의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시청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연애 관찰 예능은 채널A <하트시그널>의 출연자 논란 등 비판에 직면하면서 급격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시청자들이 연애 관찰 예능을 외면한 이유는 또 있다.

무엇보다 시대착오적 접근과 식상함이 발목을 잡았다. 제작진은 출연자의 학벌, 직업 등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췄고, 외모를 부각시키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다보니 출연자 중 일부는 작정하고 개인 홍보의 수단으로 방송을 활용하기도 했다. 결국 진정성 논란으로 이어졌고, 이런 잡음은 시청자들의 흥미를 반감시켰다. 또, 새롭지 않은 포맷과 익숙한 구성은 실망감을 자아냈다.

그렇다면 2021년 다시 뜨거워진 연애 관찰 예능은 무엇이 달라진 걸까. 우선, 과감해졌다. 단순히 미혼 남녀가 모여 짝을 찾는 콘셉트로는 더 이상 대중의 관심을 유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걸까. 이별을 앞둔 연인, 이미 헤어진 연인, 이혼한 남녀 등 출연자들의 상황이 매우 파격적이다. 이 자극적인 설정에 누가 혹하지 않겠는가. 2021년의 연애 관찰 예능에는 금기가 없다.


단순히 과감해지기만 한 건 아니다. 이전의 연애 관찰 예능은 '인물'에 집중했다면 지금의 연애 관찰 예능은 '관계'에 좀더 포커스를 맞춘다. '체인지 데이즈'와 '환승연애'의 경우 이미 형성돼 있는 관계에서 시작해 속도감을 높였다. 이미 충분히 감정이 올라와 있는 출연자들의 리얼리티에 시청자들도 몰입하기 쉽다. 또, 자신의 입장을 대입해 공감할 여지도 크다.

연애 관찰 예능이 주는 '판타지'도 훨씬 강렬해졌다. 이별을 고민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경험은 현실에서는 쉽게 벌어지지 않는다. 이별을 마무리하지 못한 엑스(X, 전 연인)와의 재회, 사회적 시선에 움츠러든 돌싱의 연애도 당사자들에게는 판타지의 영역에 가깝다. 실제로 '체인지 데이즈'와 '환승 연애'의 경우, 그 자극적인 설정 때문에 도덕적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1년 연애 관찰 예능은 논란을 이겨내고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체인지 데이즈'는 누적 조회수 4300만을 돌파했고, '환승연애'는 유튜브 조회수 1천만 뷰를 넘어섰다. '돌싱글즈'는 최고 시청률 2.73%를 기록하는 등 2%대 시청률에 안착했다. 그만큼 시청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방증이다. 자극적인 설정에 그치지 않고, 충분한 고민거리를 던진 결과이다.

관찰 예능의 생명은 리얼리티다. 진정성이 없으면 애초에 성립될 수 없다. 최근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관찰 예능이 뭇매를 맞은 건 '연기'를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발각됐기 때문이다. 2021년 연애 관찰 예능의 반등은 출연자들의 진정성 덕분이다. 진짜였기에 가능했다. 이 기세를 몰아 시즌2 제작이 이어지고, 새로운 프로그램도 만들어질 텐데 과연 얼마나 이 흐름이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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