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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껍지만 의아했던 '솔로지옥', 연애 리얼리티의 퇴행이다

너의길을가라 2022. 1. 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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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무인도(사승봉도)에서 펼쳐지는 핫한 데이팅 리얼리티! 한국판 <투핫>이라 불리며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웹 예능 <솔로지옥>이 총 4커플(문세훈-신지연, 김준식-안예원, 강소영-오진택, 김현중-송지아)을 탄생시키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불신지옥'을 연상케 하는 강렬한 제목답게 <솔로지옥>은 방영 내내 시청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자아냈다.

이 프로그램의 룰은 간단하다. 주기적인 매칭을 통해 커플이 된 출연자들은 '천국도'라고 불리는 호화로운 호텔(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아름다운 밤을 보내지만, 솔로가 되면 기존에 생활하던 '지옥도'에 남아 쓸쓸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매칭은 서로의 선택이 일치한 경우나 게임에서 승리해 천국도행 티켓을 쟁취한 출연자의 선택으로 결정된다.

지옥도에서 출연자들은 제공된 식재료로 함께 요리를 하고, 조금 떨어진 곳에 마련된 식수를 길러오는 식으로 (제한된 의미의) 자급자족을 하게 된다. 그 밖의 시간은 대부분 자유 시간인데, 출연자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커플을 찾는 일에 매진한다. 제작진은 처음에 남녀 9명(남자 5명, 여자 4명)을 투입하고, 중반쯤에 3명(남자 2명, 여자 1명)을 추가해 판을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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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190여 개국에 공개됐던 <솔로지옥>은 지난 2일 넷플릭스 전 세계 시청 순위 10위권(TOP 10 on Netflix in the World, 이하 flixpatrol 집계)에 진입했고, 싱가폴과 베트남 등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드라마에서 <오징어게임> 등이 1위를 차지한 적은 있지만, 예능에서 10위권 진입은 처음 있는 경사였다. <솔로지옥>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솔로지옥>의 특징은 '핫'하면서도 '절제'되어 있다는 점이다. 우선, 푸른 빛 가득한 아름다운 해변을 배경으로 젊은 남녀들이 구애를 펼친다. 말 그대로 선남선녀인 그들은 외모가 출중하고 매력이 넘친다. 의상도 화려하고 과감하다. 노출도 거리낌 없다. 해외에서 인기를 끌었던 리얼 언애 버라이어티를 보는 듯하다. <솔로지옥>을 '한국판 투핫'이라 부르는 건 그 때문이다.

이처럼 <솔로지옥>은 겉보기에는 한없이 뜨거워 현기증이 날 것만 같다. 하지만 제작진은 연출에 있어 열기를 확 뺐다. 물론 몸을 사용한 게임을 통해 후끈 달아오르게 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남녀간의 심리와 감정선을 담는 데 주력했다. 자극적인 화면과 달리 절제된 연출을 통해 기존의 한국 연애 리얼리티의 결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시청자들이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소위 '인스타 감성'을 공략하며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은 <솔로지옥>의 성공 이면에는 아쉬움도 존재한다. MBC <사랑의 스튜디오>부터 시작된 한국의 연애 리얼리티는 SBS <짝>, 채널A <하트 시그널> 등을 거치며 인기와 논란을 동시에 겪었고,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카카오TV <체인지 데이지>, 티빙 <환승연애>, MBN <돌싱글즈> 등을 통해 장르적으로 발전했다.

<체인지 데이즈>는 이별을 고민 중인 커플들이 서로 파트너를 바꿔 데이트를 한다는 설정으로 화제가 됐고, 한발 더 나아가 <환승연애>는 이미 이별한 커플들을 한 곳에 불러모았다. <돌싱글즈>는 아예 출연 조건을 '돌아온 싱글'로 제한하면서 완전히 다른 색깔의 리얼리티를 완성했다. 이처럼 최근 연애 리얼리티는 이전처럼 단순한 '짝짓기'를 넘어 확실한 '콘셉트'를 제시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솔로지옥>은 퇴행에 가깝다. <솔로지옥>은 천국도와 지옥도를 나눈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아무런 특색이 없다. 무인도에 갇혀 있다고 하지만 그것이 별다른 핸디캡은 아니다. 오히려 석양 아래에서 식사를 하고, 해변을 걷는 데이트도 할 수 있다. 어쩌면 호텔의 스위트룸보다 훨씬 더 로맨틱하게 느껴진다. 결국 <솔로지옥>은 출연자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먼저 여성 출연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들은 이미 유명한 뷰티 관련 유튜버(송지아, '프리지아'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이거나 전국 춘향 선발대회에서 수상(신지연)을 했다거나 개인 복싱짐을 운영하고 유튜버로 활동(강소연)하고 있다. 또 다른 출연자는 피트니스 모델로 활약(안예원)하고 있기도 하다. 새로 투입된 출연자 중 한 명은 소속사가 있는 모델(김수민)이다.

남성 출연자들의 스펙은 어떨까. 우선, 다수의 출연자가 개인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요식업(문세훈), 테일러샵(오진택), 식품 스타트업(김준식) 등 다양하다. 또, 각종 대회에서 입상한 헬스 트레이너(김현중), 과거 웹드라마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연예인(최시훈)도 있다. 후발주자로 투입된 출연자(차현승)는 가수 선미의 댄서로 활약한 경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하나같이 빵빵하다.

사실 <솔로지옥>을 보면서 의아했다. 저 화려한 비주얼과 경력의 출연자들이 정말 현실 속에서 연애를 못해서 연애 리얼리티에 출연한 걸까? 왜 굳이 무인도 같은 '레드 오션'에 들어와서 사랑을 쟁취하겠다고 아등바등하는 걸까. 유튜브 구독자만 수백 만,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십 만에 달하는 저들이 말이다. 자연히 '홍보'를 위해 방송 출연을 선택한 게 아닐까, 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었다.


<체인지 데이즈>, <환승연애>, <돌싱글즈>는 물론이고, SBS PLUS와 NQQ가 공동 제작하는 <나는 솔로>까지 최근의 연애 리얼리티가 추구하는 방향은 현실감과 진정성이었다. '나의 이야기'이거나 '내 친구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게 했다. 그 때문에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의 감정에 쉽게 공감할 수 있었고, 그들의 희노애락에 몰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솔로지옥>은 반대로 판타지를 제시했다.

연예인급의 외모를 가진 화려한 출연진, 그들의 비주얼은 곧 설득력이 됐다. 시청자들은 '팬심'에 빠졌다. 하지만 끝나고 나니 씁쓸함이 남는다. 그들의 홍보 쇼에 놀아난 듯한 기분이랄까. 상품적인 측면에서 보면 잘 팔렸다는 점에서 성공을 거뒀지만(시즌2는 예약이다), 연애 리얼리티의 계보 측면에서 보면 분명 '고민없이 만든' 퇴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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