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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욱을 향한 오해, 그럼에도 그가 훈련을 멈추지 않는 이유

너의길을가라 2023. 4. 2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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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사이에 갑자기 성격이 변할 수 있어요?" (박세리)
"변할 수 있죠. 제가 명확한 이유를 알아요." (강형욱)


강형욱 훈련사에 대한 많은 오해가 존재한다. 어떤 이들은 '훈련이 너무 과하다'며 손가락질하고, 그의 훈련 방식을 비난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강형욱은 자신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나갔다. 통제 안 되는 반려견을 만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지 않고,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으면서도 훈련을 멈추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기저에 자리잡은 생각이 궁금했다.

그 답은 24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 171회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번 주 고민견은 사연 많은 진도 믹스견 봄이(암컷, 7살)였다. 보호자와의 첫 만남은 어땠을까. 동물보호소에서 산책 봉사를 하던 언니 보호자는 친척 사무실을 방문했다가 봄이를 만났다고 한다. 그 후로 1~2년 정도 주기적으로 산책을 하며 정이 들었고, 봄이가 5살 무렵 귀촌을 하면서 함께 살게 됐다는 것이다.

넓은 마당에서 보호자들과 재미있게 놀고 있던 봄이는 갑자기 어딘가를 주시하며 짖었다. 촬영을 하고 있던 제작진을 보고 경계 모드에 들어간 것이다. 오빠 보호자는 처음 봤을 때는 낯선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등 경계심이 없었는데, 3~4살부터 낯선 사람들을 경계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제작진은 무인 카메라만 남기고 모두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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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봄이는 보호자의 손길에도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한 건 이해가 됐지만, 보호자들의 손길마저 불편해 하는 건 다소 의아했다. 결국 봄이는 집에서조차 편히 있지 못했다. 언니 보호자는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 보호자와 함께 있는 시간도 온전히 편안하지 않은 것 같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외출 시에도 봄이는 꼬리가 축 처진 상태에서 불안감을 표출했다. 몸을 제대로 못 가누며 초조하게 걸었다. 동물병원에 도착한 봄이는 입구부터 완강히 거부했다. 언니 보호자는 2년 전 봄이가 유해 조수용 덫에 걸려 큰 상처를 입었다며, 당시 통제가 어려워 전신마취 후 치료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설상가상으로 심장 사상충 양성 판정까지 받아 많은 치료에 두려움이 더 커진 듯했다.

언니 보호자는 평소 꾸준한 훈련을 통해 산책은 수월해졌지만, 돌발상황을 만나면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그 돌발상황이란 목줄 없는 개나 고양이, 닭 등의 동물을 발견했을 때였다. 봄이는 이웃집의 반려견 루키를 보고 격하게 반응했다. 통제가 힘들 정도로 힘이 세졌다. 봄이는 목줄이 풀린 개만 보면 줄을 당기며 달려들었다. 심지어 차 안에서도 목줄 없는 개를 보면 공격성을 드러냈다.

"저건 싸우는 게 아니에요. 포획하려고 하는 거예요." (강형욱)


강형욱은 봄이가 사냥 본능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봄이는 언니 보호자가 줄을 놓치는 바람에 눈앞에서 고양이를 죽여버린 적도 있었다. 오빠 보호자는 봄이의 공격을 막는 도중에 물려서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강형욱은 “타 동물에 대한 공격성이 있다면 미취학 아동에 대한 공격성이 있겠다고 생각하고 접근해야” 된다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1999년부터 훈련사 일을 시작했는데, 바로 오늘 결실을 맺는 날인 것 같다며 호언장담했다. 경험과 데이터에 의한 자신감이었다. 언니 보호자는 봄이의 사연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따. 큰 화물차에 치이는 교통사고를 당했고, 임신 및 출산 경험도 있으며, 뱀에게 물린 적도 있었다고 한다. 또, 목줄이 풀려 있는 진돗개 2마리에게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봄이에게 트라우마가 있을 거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강형욱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평소의 지론대로 오직 한 가지 요인(트라움)으로 행동이 전부가 결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성격은 경험, 기질,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므로 트라우마라는 한 가지 후천적 요인이 결정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어렸을 때는 잠재되어 있던 본성이 성장하면서 뚜렷하게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언니 보호자는 그동안 둔감화 교육을 통해 점진적이고 세심한 접근을 해왔지만, 강형욱은 오히려 홍수법(불안을 일으키는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해 불안을 제거하는 행동 치료 기법)을 제안했다. 아전한 상황에서는 좀더 과감하게 훈련함으로써 경험에 의한 해소가 필요하다는 의도였다. 강형욱은 봄이의 교육을 위해 보호자들의 태도가 바뀔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죽을 뻔 했다고? 그냥 살아. 아무 문제 없어." (강형욱)


강형욱은 봄이가 수많은 자극들에 무뎌질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살면서 체득해야 하는 것들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는 세심한 보호자들은 자칫 ‘방치’로 느껴질 수 있는 태도였다. 강형욱은 보호자들에게 감당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쉽사리 대답이 나오지 않는 듯했다. 다행히 보호자들도 상황에 공감하고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함께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봄이는 한마디로 '개'였다. 하지만 2023년에 어울리는 개는 아니었다. 20세기 초에 잘 어울리는 개, 그러니까 옛날 스타일의 개였다. 강형욱은 동물보호법이 만약 지금보다 엄격했다면 주변의 다른 동물들을 공격하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하는 봄이는 안락사를 피하지 못했을 거라고 경고했다. 제한 없는 자유가 봄이에게 좋은 걸까. 그렇지 않았다. 봄이를 위해서라도 봄이의 자유를 제한해야 했다.

본격적으로 산책 훈련에 나섰다. 훈련을 돕기 위해 찾아온 헬퍼독을 발견한 봄이는 어김없이 공격성을 보였다. 극도의 흥분 상태에 강형욱도 당황했다. 그만큼 봄이의 힘은 셌다. 보호자가 감당하기에는 벅찼다. 강형욱은 제압을 위해 목줄을 짧게 잡았다. 몸이 들린 봄이는 발버둥을 치며 헛구역질을 했다. 강항 압박 훈련이 이어졌다. 통제하고 리드하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지금 필요한 건 보호자의 강하고 단호한 태도였다. 강형욱은 "포식 공격성을 보이는 봄이보다 차라리 겁먹은 봄이가 보기 좋"다며, 물론 그건 자신의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강형욱은 보호자들의 감정이 궁금했던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내가 사랑하는 반려견에게 강한 압박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보호자들도 있기 때문이다.  언니 보호자는 봄이와 함께 살고 싶다며 강형욱을 지지했다.

합의가 이뤄지자 훈련이 속행됐다. 언니 보호자가 목줄을 잡고 천천히 헬퍼독에게 접근했지만, 봄이는 더 이상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물론 칭찬할 필요는 없는 일이었다. 공격하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헬퍼캣이 동원됐다. 봄이는 반응하기는 했지만, 달려든다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헬퍼캣을 바닥에 내려놓자 다시 공격성이 발현됐다.

"저는 얘를 위해서 훈련하는 게 아니에요. 앞으로 혹시나 다칠 수 있는 고양이나 개를 위해서 훈련을 하는 거라서. 봄이가 목이 아픈 것보다 다른 동물 이 위협받을 게 더 무섭다고 생각해요." (강형욱)

봄이의 포식 공격성은 무조건적인 반사와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훈련을 통해 조금씩 개선된다는 느낌이 있었다. 강형욱은 핀치칼라를 사용해도 되겠냐고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핀치칼라에 부정적인 보호자들은 그 이유를 물었다. 강형욱은 자신에게 훈련을 받았던 한 보호자가 의도와 상관없이 줄을 놓쳐 개물림 사고가 발생했고, 그 때문에 안락사됐다는 사연을 털어놓았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서로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기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훈련에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핀치칼라를 사용하니 봄이의 통제가 훨씬 수월했다. 헬퍼캣과 거리가 좁혀지자 포식 공격성이 발현됐지만, 힘을 훨씬 더 쓰고도 제어할 수 있었다. 강형욱은 (핀치칼라를 써서) 보호자가 힘을 덜 쓰고 통제하게 되면 주위에 신경을 쓸 여유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제가 하는 이 압박은 여러 나라에서 금지되어 있어요. 그런데 그 나라에는 또 하나의 법이 있어요. 이런 개들은 안락사시키라고 해요." (강형욱)


훈련이 종료된 후, 강형욱은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았다. 자신이 훈련에서 사용하는 압박은 여러 나라에서 금지되어 있는데, 한편으로 이런 공격성 있는 개들은 안락사 시키라는 법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여러 비난과 어려움 속에서도 훈련을 멈추지 않는 까닭, 몸과 마음을 다쳐가면서 훈련에 임하는 이유는 한 마리의 개라도 더 지키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매순간 고민이 뒤따를 터. 강형욱은 상황에 따라 '이게 맞나'라며 스스로에게 되뇌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한 번 더 생각하고 고민하며 보호자와 소통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제야 강형욱의 고뇌가 보다 또렷하게 보였다. 그동안 수많은 고뇌 속에서 반려견에 의한 피해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보호자를 향한 진심이 담긴 조언을 건네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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