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개는 훌륭하다' 톺아보기

방앗간을 공포로 몰고 간 행패견, 강형욱은 솔루션 변경을 결정했다

너의길을가라 2023. 4. 1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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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개는 훌륭하다'는 개편을 맞아 몇 가지 변화를 단행했다. 우선, 전 골프선수 박세리가 MC로 합류했다. 무려 6마리의 반려견(+반려묘 2마리)과 함께 살고 있는 그는 존재감을 발휘하며 프로그램에 녹아 들었다. 또, 방송 시간을 20시 30분으로 앞당긴 효과는 뚜렷했다. 168회 1.9%(닐슨코리아 기준)에 불과했던 시청률이 169회 4.1%로 껑충 뛰었다. 성공적인 개편인 셈이다.

17일 방송된 '개는 훌륭하다'는 시골의 한 방앗간을 찾았다. 먼저 모습을 드러낸 건 도베르만 도식이(수컷)였다. 늘씬하고 늠름한 모습의 녀석의 등장은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했지만, 오늘의 고민견은 아니었다. 뒤이어 나타난 비글 찌루(수컷)는 갑자기 제작진을 향해 공격성을 보였다. 쉼없이 짖우며 거침없이 달려들었다. 도식이는 오히려 흥분하는 찌루를 말리는 쪽이었다.

사나운 찌루 때문에 손님들은 무서워서 방앗간에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들어왔다가도 황급히 뒷걸음질쳤다. 찌루는 꼬리를 안테나처럼 빳빳하게 세운 채 좀처럼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았다. 강형욱 훈련서는 빳빳하게 선 꼬리의 의미를 넘치는 자신감이라고 설명했다. 찌루는 가게 밖으로 나가는 손님을 향해 달려들어 물기도 핬다. 형욱은 이를 사냥 본능이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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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보호자는 17년째 영업을 하고 있는데, 찌루 때문에 단골 손님마저 다 떨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찌루를 방앗간이 아니라 집에 두면 되는 것 아닐까. (구조상 집과 방앗간은 연결되어 있었다.) 엄마 보호자는 문을 닫아두면 도식이는 짖어대고, 찌루는 베개는 물론이고 이불에까지 마킹을 한다며 분리하기가 용이하지 않다고 말했다. 도식이와 찌루 모두 분리불안이 있었다.

산책은 어떨까. 앞서 나가는 찌루와 느긋한 도식이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밖으로 나간 찌루는 보이는 곳마다 마킹을 했다. 말을 잘 듣는 것처럼 보였지만, 다른 반려견을 마주치자 사납게 짖기 시작했다. 게다가 달려들어 시비를 걸었다. 그야말로 '행패견'과 다름 없었다. 어렸을 때는 다른 반려견과 잘 어울리고 사람을 좋아했다는 찌루는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걸까.

산책을 다녀온 후, 엄마 보호자가 발을 닦아주자 찌루의 눈빛이 돌변했다. 으르렁대는 게 불안했는데, 결국 입질까지 하는 게 아닌가. 입마개 없이는 케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엄마 보호자는 핏자국이 선명한 손을 치료하며 헛웃음을 지었다. 엄마 보호자는 주변에서 안락사를 시키자는 말까지 나왔지만, 차마 그럴 수 없어 ‘개는 훌륭하다’에 사연을 보낸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비글은 웬만하면 착해요." (강형욱)


비글을 키웠던 경험을 떠올린 박세리는 일반적으로 비글은 사람을 좋아하고 사교적인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강형욱도 비글은 웬만하면 순하다며 맞장구를 쳤다. 박세리는 찌루가 지금의 보호자에게 오기 전에 학대받은 경험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트라우마가 공격성의 원인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강형욱은 문제 행동은 여러 요인이 합쳐져 표출되는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도식이와 찌루의 반응을 살폈다. 도식이는 냄새를 맡으며 얌전히 탐색을 했고, 찌루는 맹렬히 짖어댔다. 본격적인 솔루션에 들어가기에 앞서 강형욱은 도식이에 대해 짚고 넘어갔다. 현재 도식이는 중간에서 조절하는 역할을 도맡고 있었다. 찌루의 행동이 보호자를 곤란하게 한다는 걸 알고 불상사가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해 애쓰는 중이었다.

문제는 과도한 방어가 공격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강형욱은 도식이가 앞으로 가족과의 관계가 더 돈독해지면 분란을 일으키는 찌루를 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누구나 불쑥 찾게 되는 시골 방앗간에 두 마리가 함께 있는 건 위험해 보였다. 강형욱은 "도식이는 너무 착하고 훌륭한 개"이지만, 가드 역할에 충실할 것이기에 "여기에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번에는 찌루의 행동을 관찰해 볼 차례였다. 어떤 상황에서 공격성을 보이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강형욱이 방앗간 밖으로 나가려는 시늉을 하자 찌루는 바로 짖으며 달려들 기세였다. 강형욱은 목줄을 끌어 당겨 제지하라고 지시했다. 보호자가 허락하지 않는다는 걸 목줄을 통해 인식시키는 훈련이었다. 같은 상황을 반복하면서 움직임에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폭풍 칭찬을 해줬다.

차분히 관찰해 본 강형욱은 찌루가 어렸을 때부터 예민했을 것 같다며, 어린 시절 사회화 훈련이 부족했을 거라 추측했다. 엄마 보호자는 막내를 키우느라 소홀했던 점을 인정했다. 강형욱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바쁜 일상을 보냈을 엄마 보호자가 찌루의 사회화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거라며 위로했다. 그렇다면 찌루 같은 개들은 어떤 관점에서 훈련시켜야 할까.

강형욱은 이런 유형의 개들에게는 훈계를 심하게 하는 것보다 '너 나를 우습게 보지 마. 이런 행동은 예뻐해줄 수 없어.'라는 태도로 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가능하려면 보호자의 마음 속에 미안함이 없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훈련이 재개됐다. 강형욱이 움직이자 찌루는 앞다리를 들어 달려들 준비를 취했다. 이른바 '포인팅 포즈'였다.

"그냥 공격하는 거예요." (강형욱)


포인팅 포즈(Pointing pose)란 포인터 견종들이 사냥감을 발견했을 때 발로 목표물을 가리키는 행동을 뜻한다. 공격성이 가라앉을 때까지 목줄로 강하게 통제했지만, 한번 시작된 공격성은 쉽사리 멈추지 않았다. 강형욱은 트라우마에 의한 공격성이 아니라 단순 분풀이일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생각지도 못한 당혹스러운 사실에 엄마 보호자는 깜짝 놀란 듯했다.

강형욱은 찌루가 간식을 먹는 것을 확인하고, 두려움에 의한 공격성은 아니라고 확신했다. 직접 목줄 통제에 나선 강형욱은 찌루를 밖으로 데려 나갔다. 짧은 산책 후, 찌루는 방앗간 안으로 들어가기를 거부했다. 억지로 들어오자 짜증스러운 소리를 냈고, 계속 바깥만 바라봤다. 강형욱은 '욕구불만' 같다고 분석했다. 어릴 때 목줄 없어도 자유롭게 다녔던 기억 때문일까. 박탈감을 느낀 걸까.

강형욱은 솔루션 방향을 변경했다. 욕구 불만을 해소시키기 위해 산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핀치 칼라를 사용해 찌루의 행동을 엄격히 통제했다. 찌루는 시바견 급으로 엄살을 부렸다. 난생 처음 경험해 보는 통제에 어리둥절했던 모양이다. 찌루는 산책 중에 자동차만 보이면 마킹을 시도했는데, 강형욱은 그럴 때마다 목줄을 잡아당겨 제지했다.

"처음에는 찌루가 예민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자기 맘대로 살았던 것 같아요." (강형욱)

솔루션은 크게 두 가지였다. ①산책 횟수 늘리기 ② 방앗간에서 완전히 분리하기. 이를 위해 켄넬 훈련이 필요했는데, 그 전에 집 안 곳곳에 마킹을 하는 찌루의 나쁜 버릇을 고쳐야 했다. 강형욱은 마킹 장소에 찌루를 앉힌 다음 간식을 주라고 지시했다. 이유는 두 가지였는데, ① 그 장소가 보호자의 영역임을 고지하고 ②취식하는 공간으로 인식시키기 위함이다.

다음은 켄넬 훈련이 이어졌다. 다행히 찌루는 켄넬을 거부하지 않았다. 켄넬 훈련은 하루에 5분씩 3번, 일주일 동안 꾸준히 해야 하는데, 일주일 후에는 훈련 시간을 조금씩 늘려나가면 된다. 강형욱은 꾸준히 훈련하다보면 하룻밤을 켄넬에서 보내는 것도 가능해진다고 독려했다. 찌루의 극적인 변화에 엄마 보호자는 활짝 웃었다. 공포의 방앗간은 이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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