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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욱도 예외없는 개물림 사고, 보호자의 예민함만이 해결책이다

너의길을가라 2020. 8. 25.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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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서울 은평구의 한 주택가에서 입마개를 하지 않은 로트와일러가 산책 중이던 다른 반려견(스피츠)에게 달려드는 사건이 있었다. 불과 15초 만에 그 반려견은 목숨을 잃었다. 로트와일러는 동물보호법상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한 맹견에 속한다. 맹견의 경우 외출시 목줄과 입마개를 착용해야 하지만, 위 사례의 경우 보호자는 목줄만 한 채로 산책에 나섰다. 결과는 참담했다. 

그렇다면 맹견만 위험한 걸까. 같은 달, 경기도 양주시에서는 40대 여성(A)과 6살 여자 어린이(B)가 산책 중 갑자기 달려든 진돗개와 골든리트리버에게 공격을 당했다. A는 등과 허벅지를, B는 다리를 물렸다. 게다가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시달리며 심리치료까지 병행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이들에게 개는 악몽이자 공포일 것이다. 예민하지 못한 보호자 때문이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발생한 개물림 사고는 총 6,883건이었다. 하루 평균 6건 꼴이다. 피해자 가운데 절반이 60대 이상의 노인이거나 10대 이하의 어린이였다. 우리는 650만 반려견 시대를 맞이했다. 앞으로 개물림 사고는 더욱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처럼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고 생각하는 보호자가 많다면 말이다.

 

 

"처음 아메리칸 불리 고민견 얘기를 듣고 하고 싶은 말은 진짜 많은데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간 오해도 많이 사겠고.. 아메리칸 불리를 키우시는 분들은 (개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고 주변 사람들을 안전하게 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에요."

지난 24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에 고민견으로 등장한 토비(모견, 3살)와 바키(자견, 2살)는 '아메리칸 불리(American Bully)'였다. 아메리칸 불리는 1990년대 중반 미국에선 '아메리칸 핏불 테리어'와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를 선택 교배시켜 개량해낸 견종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아메리칸 핏불 테리어와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는 맹견류로 분류된다.)

아메리칸 불리는 현행 동물법상 맹견류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근육질에 큰 턱을 지녀 굉장히 무섭게 생겼다는 느낌을 준다. (물론 귀엽기도 하다.) 불리라는 이름이 '깡패'를 뜻한다고 하니 더 이상 말해 무엇하겠는가. 물론 선택 교배를 하면서 사나운 성격을 순화시켰다고 하지만, 강형욱 훈련사의 말처럼 핏불 테리어와 같이 위험한 경우도 많기에 보호자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했다.


바키는 외부인에게 마운팅을 하는 경향이 있었다. 마운팅이랑 개가 다른 개나 사람의 신체 등에 올라타고나 껴안는 행위를 뜻하는데, 짝짓기의 의미도 있지만 대부분 사회적 놀이라고 볼 수 있다. 일종의 장난인 셈이다. 강 훈련사는 마운팅을 심한 장난, 무례한 장난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바키의 마운팅은 정말 그 정도가 심했는데, 블로킹을 해도 떨어질 줄을 몰랐다. 굉장한 집착을 보였다.

토비의 경우에는 개에 대한 공격성이 문제였다. 보호자는 토비가 공격성을 보이기 시작한 지 2년 정도가 됐다며 먼저 짖거나 달려드는 개가 있으면 흥분 상태가 심해졌다고 했다. 실제로 아메리칸 불리 동호회에서 만난 다른 개들을 향해 토비는 사납게 짖어댔다. 철망이 없었다면 큰 사고가 벌어졌을 게 틀림없었다. 그런 토비를 볼 때마다 보호자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저도 무섭더라고요. 왜냐하면 실수로 놓치면 큰 사고로 이어지니까 긴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보호자)

아니나 다를까. 결국 큰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강 훈련사는 헬퍼독을 투입해 토비와 바키의 공격성이 매우 강하다는 걸 확인한 후 보호자와의 상담을 위해 훈련장을 찾았다. 그런데 갑자기 바키가 흥분하며 강 훈련사에게 달려드는 게 아닌가. 반가워서 마운팅을 하는 걸까? 하지만 마운팅이라고 하기에는 매우 과격한 행동이었다. 더 이상 상담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강 훈련사가 불로킹을 하며 밀쳐내자 화가 났는지 이번엔 물려고 달려들었다. 명백한 공격 의사였다. 한편, 그 시각 토비는 구석에서 개 인형을 물어뜯고 있었다. 강 훈련사는 그 모습을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건 위험한 신호였다. 하지만 토비는 그런 행동을 '장난'처럼 하고 있었고, 아마도 보호자는 큰 경각심 없이 대했으라. 하지만 그건 강 훈련사의 말처럼 '끝장까지 가는 경우'에 해당했다.

끝장은 곧 발생했다. 강 훈련사에게 계속해서 마운팅을 시도하던 바키는 결국 강 훈련사의 왼쪽 무릎을 물고 말았다. 강 훈련사는 날카로운 고통에 얼굴을 찡그렸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놀란 이경규가 황급히 훈련장으로 뛰쳐갔고, 괜찮다고 하는 강 훈련사를 병원에 가도록 설득했다. 훈련은 중단됐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일주일 후 강 훈련사는 다시 보호자를 만나 훈련을 재개했다.

 

 


"이 정도의 모습에서 많은 반려인들이 알아채야 해요. 내 개는 지금 위험한 상태구나! 근데 많은 보호자들이 이걸 잘 몰라요."

강 훈련사는 보호자와 함께 지난 훈련 영상을 보며 대화를 나눴다. 보호자는 바키의 공격성에 대해 좀더 명확히 인식할 수 있었다. 사람을 문 적이 없었던 바키였지만, 언제든지 돌변해 끔찍한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앞으로 보호자는 훨씬 더 조심하게 될 것이다. 보다 예민한 보호자가 돼 자신의 반려견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는 걸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아메리칸 불리는 맹견류가 아니다. 그럼 안심해도 될까? 내 반려견은 귀엽고 사랑스러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될까? <개훌륭>은 그런 안일한 인식을 통렬히 꼬집었다. 자신의 반려견이 마운팅을 심하게 하고, 다른 개에 대해 공격성을 드러낸다면 보호자는 '위험한 상태'라는 걸 인지해야 한다. 반려견의 상태에 민감한 보호자만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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