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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학적인 예능의 시대, 시청자들은 불편하고 불쾌하다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6. 8. 22. 19:10


이른바 '박보검 효과' 때문일까? KBS2 <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3(이하 1박2일)>의 시청률은 19.9%로 지난 주 14.7%에 비해 무려 5.2%나 올랐다. 박보검의 환한 웃음과 그가 지닌 특유의 '긍정 에너지'가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호평을 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시청률 상승을 공(功)을 박보검에게 귀속시켜도 무관하리라. 하지만 그런 박보검을 모셔 놓고 <1박2일>이 준비했던 게임은 '수준 이하'였고, 내용적으로도 '가학적(加虐的)'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가령, 뜨거운 햇볕 아래 상대방의 자루 위에 놓여 있던 15만원 어치 동전들을 몸에 붙여서 자신의 자루로 옮긴다든지(여행 경비를 획득하기 위한 게임), '마시는 양=주유량'이라는 조건을 제시하고 500㎖ 잔에 담긴 이온 음료를 마시도록 했다. 멤버들은 뜨겁게 달궈진 동전을 몸에 붙이며 고통을 호소했고, 그들의 몸에는 동전 자국이 빨갛게 남았다. 이를 지켜봐야 했던 시청자들의 불만도 빨갛게 익어갔다. 주유비를 벌기 위해 끊임없이 음료를 마시는 멤버들의 배는 잔뜩 불러왔고, 역시 시청자들의 불편함도 잔뜩 커져만 갔다.


한편, 역사 특집 '도산을 찾아서'를 통해 스스로의 무한한 가치를 재확인시킨 MBC <무한도전>은 지난 회의 실착을 완벽히 만회했다. 지난 13일 <무한도전>은 지난 1월 '행운의 편지' 특집에서 정준하가 받은 벌칙을 수행하기 위해서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놀이공원를 찾았다. 롤러코스터에 탑승한 정준하는 스파게티를 먹는 도전을 했고, 가장 무섭다는 4차원 롤러코스터에서는 요거트를 먹기에 도전했다. 어김없이 음식은 사방으로 튀었다. 이 가학적이고 안전에 무감각한 미션에 대해 시청자들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1박2일>의 유일용 PD는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촬영을 쉴 때마다 동전을 덮는 등 출연자들이 안전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준비했다"면서 "<1박2일> 팀은 항상 출연자들의 안전과 재미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이와 같은 논란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점을 미뤄볼 때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무한도전> 측도 매번 "협조하에 촬영 후 깨끗이 정리했습니다"라는 자막을 넣어 시청자들을 안심시키지만, 음식을 가지고 하는 무의미한 미션을 앞으로도 계속해야 할지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예능 프로그램인 <1박2일>, <무한도전>의 경우에 '눈에 띄는' 가학성이 문제가 됐다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가학성을 지닌 예능 프로그램도 수두룩하다. 가령, 걸그룹 멤버들을 불러 앉혀놓고 '애교를 보여달라', '춤을 춰라' 등의 거절하기 곤란한 요구를 하는 건 오래 전부터 지속돼 왔던 예능 프로그램의 공식(반면, 남자 연예인에게 복근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는 패턴도 마찬가지다)이다. 또, JTBC 예능프로그램 <잘 먹는 소녀들> 같은 경우에는 아예 대놓고 걸그룹 멤버들의 '먹방'을 구경하도록 만들기도 했다.


"다이어트에 갇혀 사는 걸그룹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던 제작진의 '변명'과는 달리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생중계 됐던 이 프로그램은 식사시간과 양이 불규칙적인 미성년자인 그들에게 충분히 가학적이었다. 맛있고, 예쁘게, 그리고 많이 먹어야 했던 걸그룹 멤버들을 보면서 '웃음' 짓게 만드는 이 관음적인 기획은 엽기적이기까지 했다. 시청자들의 비판에 직면했던 <잘 먹는 소녀들>은 포맷을 살짝 바꿔 <청춘식당-잘 먹겠습니다>로 돌아왔다.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고싶어 하는 제작진 측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물론 뒤편에 언급한 프로그램들의 경우엔 그 고민의 깊이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 '웃음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강박'이 돼 억지스러운 장면들을 연출한다거나 출연자에게 가학적인 '짓'을 가하는 데 적용된다면 그 어떤 시청자도 환한 웃음으로 반응할 수 없다. 날이 갈수록 점점 '자극적'으로만 변해가는 대한민국 예능의 풍토가 참으로 안타깝다. 


그래서 tvN <삼시세끼 - 고창편>가 주는 소소한 웃음, 건강한 웃음이 더욱 반가웠는지도 모르겠다. 나영석 PD가 만들어내는 조미료 없는 그 '착한 웃음'들이 지니는 청량함과 위로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15일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곧 마지막 회가 방송(<백삼촌의 글로벌 쿡토피아 - 먹고 자고 먹고 쿠닷편>의 첫 방송이 9월 23일로 편성됐다)된다고 하니, 마치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혼란스러운 거리에서 홀로 그 수수함을 빛냈던 정직했던 간판이 사라지는 것 같아 마음이 아리다. 그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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