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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발톱 숨긴 <구르미 그린 달빛>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6. 8. 24. 14:12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였던 KBS2 월화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이 동시간대 시청률 3위로 출발했다. 지난 23일 방송된 <구르미 그린 달빛> 2회는 8.5%(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1회(8.3%)보다 0.2% 포인트 상승했지만, 기존에 방송되고 있던 동시간대 드라마 SBS <닥터스>(20.2%)와 MBC <몬스터>(9.7%)에 밀렸다. 하지만 아직 낙담하긴 이르다. 



흥미로운 것은 시청률에서는 3위에 그친 <구르미 그린 달빛>이 방송 프로그램 화제성 지수에서는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다음소프트가 트위터 버즈량(키워드 언급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구르미 그린 달빛>은 화제성 지수 125.83으로 앞으로 경쟁을 하기 될 SBS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뿐만 아니라 SBS <닥터스>마저 크게 앞질렀다. <닥터스>의 종영과 함께 향후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구르미 그린 달빛>이 '기대작'으로 손꼽혔던 까닭은 tvN <응답하라 1988>을 통해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박보검'의 존재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최고의 인기를 구가(謳歌)한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웹소설 조회수 1위, 누적 조회수 4,300만을 기록했던 웹소설 <구르미 그린 달빛>은 평점이 9.9점에 달할 만큼 독자들을 만족시켰는데, 그 여세를 몰아 5권의 장편 소설로 출간되기도 했다.



1, 2회가 방송된 <구르미 그린 달빛>에는 '18부작'의 여유가 물씬 풍긴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드라마의 축이 될 두 명의 주인공 세자 이영(박보검)과 내시로 입궐하게 된 홍라온(김유정)의 캐릭터와 관계를 설명하는 데 공을 들였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도입부에 힘을 실은 건 박보검과 김유정의 '개인기'였는데, 두 배우는 한층 성숙한 연기로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왔다. 


박보검은 아직까지 <응답하라 1988>의 '최택'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큼 '이영'에 빠져든 연기를 보여줬다. 장난기 가득한 철부지 세자의 모습에서 내면에 깊은 속내를 품고 있는 양면적인 캐릭터를 어색함 없이 잘 소화했다. 박보검이 지니고 있는 다채로운 표정과 안정된 연기는 그가 스쳐가는 '스타'가 아니라 내공이 착실히 쌓인 '배우'였음을 확인시켰다. 


또, 김유정은 2년 전 SBS <비밀의 문 - 의궤 살인사건>에서 분(扮)했던 '서지담'을 떠오르게 할 법한 발랄한 '홍라온' 역을 맡았지만,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단단한 연기를 펼쳤다. <비밀의 문>에서는 다른 캐릭터들과의 애매한 관계 탓에 어정쩡했다면, 이번에는 애초부터 '러브라인(을 넘어 삼각관계)'으로 포지셔닝을 했기 때문에 '헷갈림'도 없었다. 



"드라마는 정치적인 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로코 사극이라 아기자기하고 유쾌 발랄 경쾌하다. 다양한 에피소드가 버무려진 젊은 사극이다" (김성윤PD)


"지금은 코믹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가면 갈수록 나름의 역사성과 진지한 멜로 이런 것들이 변주가 될 것이다. 특히 세자 이영이 부친을 대신해 대리청정을 하게 되며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강벽택 CP)


다만, 드라마 전체를 덮고 있는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의 분위기는 다양한 시청자를 포용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게 한다. 원작을 접했던 팬들이 '너무 가벼운 것 아니냐'며 불만을 표시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홍라온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좌충우돌한 에피소드들은 이영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것이었지만, 다소 유치하다고 여겨지기도 했다. 


물론 <구르미 그린 달빛>은 여전히 '발톱'을 숨기고 있다. 유쾌하고 경쾌한 '로코'의 따사로운 햇살을 걷어내면, 정치적으로 무기력한 왕(김승수)과 그를 허수아비로 만든 영의정 김헌(천호진)이 냉기를 내뿜고 있다. 그리고 심약한 아버지를 바라보는 세자 이영의 슬픈 눈빛이 앞으로 다가올 태풍을 예고한다. 앞으로 남은 16부를 통해 <구르미 그린 달빛>이 '로코'와 '(정치) 사극'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곁들여 시청자들을 유혹할지 기대가 된다. 


그나저나 다음 주면 시청자들은 가혹한 선택의 시련을 겪게 됐다. 도대체 <구르미 그린 달빛>과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가 동시간대에 방송되는 편성이라니. 참으로 잔혹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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