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 시사교양

‘나는 신이다’ JMS 교주 정명석에게 형량 10년은 짧았다

너의길을가라 2023. 3. 10.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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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껴안아 줘. 꽉 껴안아 줘. 주님 영원히 사랑할 거라 해. 아유, 히프 크다. 우리 수정이 히프 크다. 좋아 미치겠어? 쌌어? 물 나왔어? 나는 한 50번은 싼 거 같아.(JMS 정명석 성폭행 녹음파일)"


참담하고 끔찍했다. 온 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느낌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에서 JMS의 교주 정명석은 스스로 메시아를 자처한다. “하나님이 안 보인다고? 안 보여? 나 쳐다봐, 하나님. 하나님까지 볼 필요 없잖아.” 그에게 신도들은 아멘으로 화답했다. 정명석은 신이었다. 하지만 그의 추악한 실체가 밝혀지는 데는 고작 1분이면 충분했다.

‘나는 신이다’ 제작진(연출 조성현, 작가 고혜림)은 정명석에게 성폭행을 당한 메이플 등 피해자들의 충격적인 증언을 담아냈다. 또, JMS에서 간부까지 올라갔다가 탈퇴한 이들의 폭로도 이어졌다. 정명석의 범죄 행각을 저지하기 위해 홍콩까지 추적했던 김도형 교수 등 민간단체 ‘엑소더스’ 회원들의 증언도 반영됐다. 이들의 생생하고 절실한 목소리는 다큐멘터리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이들은 무엇을 위해 정명석의 실체를 폭로하고, JMS에 맞서 싸우고 있는 걸까. ‘나는 신이다’를 통해 그들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일까. 홍콩 출신의 메이플은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면서 이 싸움을 이어가는 이유에 대해 “진실을 알리면 더 이상의 피해자가 없겠죠.”라고 설명했다. ‘나는 신이다’가 불러온 이 뜨거운 사회적 파장은 오롯이 그들의 용기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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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독재로 암울했던 시대에 신촌 등 대학가를 중심으로 종교 단체를 결성했던 정명석은 신의 이름을 팔아 여성 신도를 추행 및 성폭행했다. 1999년 수사기관의 내사를 받던 중 대만으로 도주했고, 이후 홍콩, 중국 등을 전전하며 해당 국가의 여성 신도들을 추행하여 ‘색마 교주’로 불리기도 했다. 또, 그 기간동안 한국에서 여성 신도들을 불러들여 성범죄를 저질렀다. 후안무치의 극치다.

2007년 5월 중국 공안에 체포된 정명석은 이듬해 2월 한국으로 강제소환되어 재판을 받았다. 정명석은 여성 신도 4명에게 성폭력을 가한 사실이 인정되어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2009년 대법원에서 항소심이 확정되어 수감 생활을 했다. 감옥에서 정명석은 반성했을까. 그는 자신이 시대의 십자가를 졌다며 자기합리화를 이어갔다.

정명석의 실체를 폭로한 ‘나는 신이다’는 엄청난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많은 언론들이 리뷰를 통해 정명석의 범죄 행각을 전달하며 비난 대열에 합류했다. 일부 언론은 ‘JMS를 믿는 연예인과 아나운서가 있다’며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한편, ‘한겨레‘,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진보 언론들은 ’나는 신이다‘의 선정성이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위배했다며 비판했다.


‘나는 신이다‘는 성폭력 피해 자체를 묘사하는 데 많은 분량을 할애했는데, 그 접근 방식도 피해 자체를 전시하는 것이라 불편함을 자아냈다. 또, 불필요하게 여성 신도들의 알몸을 과도하게 노출시켰고, 피해자들의 진술도 지나치게 적나라하게 전달했다. 실제로 ‘나는 신이다’를 시청하려고 했던 시청자들의 많은 수가 1회를 끝까지 보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할 정도였다.

이에 대해 조성현 PD는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실제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수위“였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들도 모든 걸 그대로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자신의 연출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러나 ‘나는 신이다’의 영상이 성착취 형태로 가공되거나 2차 가해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좀더 신중했어야 했다.

‘나는 신이다’를 둘러싼 다양한 논의들은 그 자체로 모두 유의미하다. 이 논의의 테이블에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공권력과 사법부에 대한 아쉬움이다. JMS의 교주 정명석을 추적한 건 민간단체, 그러니까 김도형 교수를 비롯한 ‘엑소더스’의 회원들이었다. 또, 중국 공안도 정명석을 체포한 후 김도형 교수를 요청했을 만큼 그들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그만큼 경찰과 검찰의 존재감은 미약했다.

“정명석 씨가 특수 지위에 있는 종교 지도자라고 믿는 회원을 상대로 성 접촉을 한 점, 피해자들이 비교적 어린 나이였던 점 등을 볼 때 정 씨가 고령(당시 63세)이라 하더라도 1심보다 중한 형을 내려야 한다.” (항소심 재판부)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정명석에 대한 사법부의 안일한 접근이다. 정명석은 1심에서 피해자 3명에게 가한 성폭행만 인정되어 징역 6년, 항소심에서 또 다른 고소인의 피해가 인정되어 10년 형이 선고됐다. 물론 재판부가 정명석의 특수 지위, 피해자들의 나이(미성년자) 등을 고려하여 1심보다 중한 형을 선고했지만, 정명석이 죄질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 죄를 물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형기를 마친 정명석은 반성하지 않았다. 그는 2018년 2월 출소한 후 충남 금산군에 위치한 JMS 교단의 수련원에서 전자발찌를 찬 채로 메이플 등 여성 신도들을 17회에 걸쳐 강제추행하고 준강간했다. 이로 인해 정명석은 지난해 10월 구속됐고,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정명석의 추가 범행은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이후 여성 신도 3명이 추가 고소함에 따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만약 첫 번째 구속 후 재판에서 정명석에게 그 죄에 맞는 중한 벌이 내려졌다면, 출소 후 전자발찌를 찬 정명석에 대한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이비교주들의 추악한 행각은 지금도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특수지위를 이용한 그들의 성범죄에 대한 공권력의 보다 적극적인 태도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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