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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스페셜] 상상 초월의 음식물 쓰레기, 매년 1조 달러가 버려진다

너의길을가라 2022. 3. 1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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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억 명이 사는 지구에 100억 명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이 생산되고 있다. 그 중 3분의 1은 '먹지도 않고' 버려진다. 버려질 음식을 만들기 위해 지구가 병들어 가고 있는 셈이다. 20억 인분 이상의 음식이 버려지는 풍요의 시대, 그 이면은 어떤 모습일까. 바로 '식량 불평등'이다. 8억 명의 사람들은 당장 먹을 것이 없어 끼니를 걱정하고 있다. 매일을 절망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식량 불평등에 대한 논의는 줄곧 있어 왔다.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 장 지글러는 자신의 책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2007)'에서 8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기아로 고통받는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는 해결책으로 서구 유럽의 신자유주의를 약화시키고, 제3세계 국가 정부 관리들의 부패를 없애고, 기아 문제를 직접 대면할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기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고, 그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은 더할나위 없는 풍요를 누리고 있다. 식량 불평등은 오히려 더 심화됐다. 최근 '음식 쓰레기'에 관한 책을 읽었다. 음식 연구가이자 칼럼니스트인 앤드루 스미스는 자신의 저서 '음식물 쓰레기 전쟁(2021)'에서 얼마나 많은 음식물이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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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을 폐기하지 말아야 할 재정적, 환경적, 윤리적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소비하기 위해 재배한 전체 식품이 약 3분의 1(약 14억 톤)이 매년 손식되거나 버려진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전 세계적으로 약 1조 달러(약 1,120조 원), 혹은 전체 세계경제 규모의 1.5%에 맞먹는다. 하지만 이 엄청난 숫자에는 에탄올 생산, 반려동물이나 가축사료와 같은 다른 용도를 위해 재배된 식량 작물은 포함되지 않는다. 상업용 어선이 낚아 올린 다음(인기가 없거나 팔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 밖으로 내버리는 엄청난 양의 해산물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또한 많은 사람들, 특히 부유한 국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전 세계적인 비만 위기를 초래하며 과도하게 먹어치우고 있는 엄청난 양의 음식도 포함되지 않는다." (p. 11-12)



지난 10일 방송된 KBS2 <환경스페셜> '먹다 버릴 지구는 없다' 편도 같은 문제 의식을 공유했다. 제작진은 코펜하겐 대학교 기후변화 연구원 '도시 수확자' 맷 홈우드를 만났다. 저녁 7시가 되자 맷 홈우드는 슈퍼마켓으로 향했다. 그는 화려한 진열대가 아니라 뒤편에 위치한 쓰레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 무엇이 있는 걸까. 그는 무엇을 '수확'하는 걸까. 그건 바로 '음식 쓰레기'였다.

쓰레기통에는 버려진 이유를 알 수 없는 다양한 음식들, 아직 신선한 빵과 채소, 포장을 뜯지 않은 가공식품들이 가득했다. 유통기한이 남은 음식들이었다. 다른 슈퍼마켓도 마찬가지였다. "서양 전역의 슈퍼마켓에서 매일 벌어지는 일입니다." 기후 변화학자로서 식품 폐기 문제에 주목한 맷 홈우드는 3년째 쓰레기통을 뒤지며 멀쩡한 식품들이 얼마나 버려지고 있는지 알리고 있다.

"바로 여기서 식품 시스템의 광기를 볼 수 있어요. 남반구에서 생산된 사료를 먹여 엄청나게 많은 가축을 키우고 고기로 만들어서 쓰레기통에 집어넣고 있어요. 우리는 결국 쓰레기통에 버릴 고기를 만들겠다고 사바나와 열대우림의 나무를 베어버리고 있는 거죠." (맷 홈우드)



맷 홈우드는 음식물 쓰레기와 기후 변화와 관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알다시피 기후 위기의 영향은 평등하지 않다. 탄소 배출을 거의 하지 않은 많은 나라들이 지구 온도 상승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살아온 터전이 불에 타고, 물에 잠겼다. 재난은 일상이 됐다. 하지만 재난에서 비껴난 부유한 나라에서는 멀쩡한 음식들이 버려진다. 이 음식들이 기후 위기와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버린다는 건 제조, 유통 소비,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모두 배출하는 것과 같다. 실제로 중국보다 넓은 면적의 땅이 폐기될 농작물(연간 10억 톤)을 생산하는 데 사용된다. 버려질 음식을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물은 매년 250조 리터에 달한다. 결국 버릴 음식을 만들기 위해 자원은 고갈되고 온실가스가 배출돼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셈이다.


인도네시아의 칼리만탄은 브라질의 아마존과 더불어 세계 최대 열대 우림으로 손꼽힌다. 멸종 위기종 등 다양한 종들이 칼리만탄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동물과 공존하며 숲에 기대 살아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건기만 되면 몇 달째 숲이 불타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10억 톤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됐다. 화재는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고의적인 방화'였다.

산불의 80%는 기업들이 팜유 농장을 만들기 위해 숲을 개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불을 질러 태우는 쪽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850만 헥타르의 숲이 팜유 농장을 만들기 위해 사라졌다. 팜유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식용기름으로 과자, 초콜릿부터 수많은 가공식품에 사용된다. 인도네시아는 전세계 팜유의 절반을 생산한다. 울창했던 숲은 사라졌다. 사람들도 삶의 터전을 잃었다.

한국의 '음식물 쓰레기' 상황은 어떨까. 한국에서 매일 버려지는 음식은 14,000톤이다. 그 중에서 97% 가량이 사료나 비료 등으로 자원화되고 있다. (2018년 97%, 2019년 96.2%, 202년 96.8%)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안심해도 될까. 대답은 'NO'이다. 음식물 쓰레기로 만든 사료와 비료의 판매량은 2018년 0.5%, 2019년 22.5%, 2022년 12.4%로 매우 낮다.


이유는 수요 부족이다. 돼지 열병 등 전염병이 많아지면서 동물에게 음식물 쓰레기 사료를 먹이는 것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팽배하고, 퇴비의 경우 1년 내내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돈을 들여서 만들어도 갈 곳이 없는 게 현실이다. 재활용 되어 필요한 누군가가 사용하거나 잘 썩어 사라질 거라는 믿음은 순진한 것이다. 막대한 양이 음식물 쓰레기는 누군가에게는 피해로 돌아간다.

"질 좋은 퇴비나 사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비용이 들거든요. 충분하게 부숙도 해야 하고 사료를 만들려면 일정 부분 영양소도 넣어야 하고 이물질도 걸러야 하고. 그러면 비용만 지불하면 모든 게 해결되나요? 마지막에는 음페수나 자원화되지 않은 퇴비나 사료들이 그대로 이 지구를 떠돌면서 환경 오염을 시키고 있다는 겁니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



2020년 여름, 대전 유성구의 한 밭에 음식물 쓰레기 비료 약 700톤이 매립됐다. 주민들은 악취와 오염에 시달려야 했다. 구본환 대전시의원은 "금산, 영동, 공주 할 것 없이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음식물 분리수거가 전면 의무화되지 않은 미국의 사정도 심각하다. 일반 쓰레기와 섞여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는 이산화탄소보다 21배 강한 온실가스인 메탄가스를 뿜어낸다.

한 사람이 1년간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는 평균 121kg에 달하는데, 세계인이 버린 음식물 쓰레기를 40톤 트럭에 담아 세우면 지구를 일곱 바퀴 돌 수 있다고 한다. 이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지구 담수의 21%가 사용되고 있다. 전 세계 음식물 쓰레기가 배출하는 탄소 배출량은 44억 톤, 전체 탄소 배출량의 8%를 차지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유럽, 캐나다 등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도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다.) 식품 유통에서 속도는 생명과도 같이 여겨진다. 최근에는 신선도 경쟁은 매우 치열해져서 급기야 '초신선'이라는 말까지 등장하지 않았던가. 초신선 마케팅이 등장한 이유는 갓 생산한 식품이 더 우수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정말 사실일까.

허선진 중앙대학교 생명자원공학부 교수는 "생산 일자가 짧은 제품이나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이나 제품의 품질, 맛, 안전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실험 참가자들은 맛과 냄새로 생산 직후 유통이 시작된 식품과 오늘로 유통기한이 만료되는 식품을 구분할 수 없었다. 참가자들은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점수 차이는 오차 범위 내였다.

유통기한 경과 후 식품이 안전성 유지 기간은 달걀 20일, 우유 7일, 포장 두부 7일, 요거트 7일, 식품 2일, 크림빵 2일로 나타났다. 쇠고기, 돼지고기는 포장 후 14일까지 안전성에 문제가 없었다. 소비기한을 사용하면 유통기한보다 섭취 가능기간이 10~20%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실제로 표기된 날짜 때문에 버려지는 음식은 1조 5,400억 원에 달한다.


프랑스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2016년 제정된 '음식물 쓰레기 퇴치에 관한 법'의 핵심은 "판매되지 않은 식품을 고의로 식용 부적합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프랑스에서는 더 이상 소비 가능한 식품을 버릴 수 없다. 대형 마트들은 팔리지 않은 식품을 복지 기관에 의무적으로 기부해야 한다. 만약 어길 경우 10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식품 폐기로 발생하는 비용은 1년에 8조 1,419억 원이다. 국내 식품제조업체의 식품 폐기 비용은 1년에 5,308억 원이다. 맷 홈우드는 "식품 산업의 입장에서 식품을 폐기하는 비용은 너무 저렴"하다며 "폐기에 대한 비용을 치르고 있는 건 평범한 소비자"라고 주장했다. 기업들이 식품가격에 폐기 비용을 포함시키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엄청난 양의 음식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고 있다. MC 김효진은 "우리가 버리고 있는 건 지구"라고 꼬집었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개인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국가와 기업 차원의 변화가 더욱 절실하게 요구된다. 버려질 음식을 위해 지구를 낭비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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