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이민호와 수지의 열애설이 덮어버린 진짜 뉴스는 무엇일까?

너의길을가라 2015. 3. 2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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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3일) 하루는 '로맨틱 먼데이'라고 불릴 만큼, 연예계에 핑크빛 소식들이 쏟아졌다. 부러움과 시기, 질투가 세상을 가득 채운 하루였다. 류수영과 박하선의 교제 소식으로부터 시작되고, 장윤주의 결혼 소식으로 마무리 됐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충격(?)을 선사했던 소식은 이민호와 수지의 열애설이었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중국 등 아시아의 한류 스타로 자리매김한 두 사람의 연애 소식은 아시아 전역을 뒤흔들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인터넷에서 '클릭질' 좀 했다는 사람들이라면, 톱스타의 열애설이 터질 때마다 항상 제기되는 '음모론'을 알고 있을 것이다. 사회 · 정치적으로 중요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혹은 특정 정치인에 대한 '메가톤급' 뉴스가 터질 때마다 연예계가 좋은 방패막이가 되어 주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에 가깝다. 진실 여부를 떠나서 개연성을 의심할 만한 자료들은 충분하다.

 

정치 블로거 '아이엠피터'는 세월호 특위 시작하자 터진 '걸그룹 멤버 마약밀수' 라는 글에서 '정치권 주요 이슈때마다 터지는 연예 뉴스'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바 있다. (그의 정치적 입장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서 아래의 자료는 좋은 참고자료임에 틀림없다. 오해가 없길 바란다.) 이쯤되면 공교롭다고 말하기에도 민망하지 않은가? 과연 <디스패치>는 완전히 독립된, 연예인의 뒷조사만을 담당하는 언론사가 맞을까? 

 

 

물론 <디스패치> 측은 이렇게 반문할지 모르겠다. "대한민국이 어떤 곳인가? 매일같이 놀라운 소식들이 폭탄처럼 쏟아지는 나라 아닌가? 오늘을 피한다고 한들, 내일은 '안전'하겠는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디스패치>의 '택일(擇日)'능력이 탁월한 것도 분명해보인다. 따라서 유럽까지 쫓아가 이민호와 수지의 연애 사실을 보도하는 디스패치의 지독한 활약상이 놀라운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왜 하필 지금이지?'라는 의문 부호가 따라붙는 것도 사실이다.

 

'공교로웠던' <디스패치>의 보도들은 매번 사회 · 정치적 이슈들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렸다. 그렇다면 역발상을 해보자. 오늘도 분명, 중요한 뉴스들이 쏟아졌을 것이다. 음모론에 대한 신뢰 여부를 떠나서, '로맨틱 먼데이'이 몰고온 뜨거운 온풍이 덮어버린 뉴스들엔 무엇이 있을지 살펴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어떤 뉴스들이 깜쪽같이 지워졌는지, 혹은 더 많이 회자되었어야 마땅한 이야기들이 사람들의 시야에서 멀어졌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최근 가장 핫한 정치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조사한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홍 지사는 0.3%p 상승한 6.0%를 기록하며 3주 연속 상승하는 흐름을 타고 있다. 사실상 '인지도' 조사 정도의 의미밖에 부여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홍 지사가 이번 무상급식 중단을 통해 얻은 포인트는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다.

 

보수층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등극한 홍 지사는 비즈니스석 탑석과 미국에서 평일에 부인을 대동하고 골프를 친 일로 비판의 중심에 섰다. 재정 부족을 이유로 무상급식에 제동을 걸었던 만큼, 그의 표리부동적인 행동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해보인다. 또, 출장 중에 최고급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것도 도지사로서 부적절한 처신일 뿐만 아니라 복지 논란을 야기한 당사자로서 모양 빠지는 한심한 일이다.

 

곤혹스러울 홍 지사에게 '로맨틱 먼데이'는 한숨 돌릴 수 있는 큰 도움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 소식이 묻히기를 바라지 않는 수많은 네티즌들에 의해 '베스트 댓글'에 홍 지사의 이름이 오르고, 그와 관련한 뉴스들이 '댓글 많은 뉴스', '많이 본 뉴스'의 상위권에 랭크되면서 그다지 덕을 본 것 같진 않아 보인다. 이렇게 따지면, 이와 같은 '역효과' 때문에 '음모론'은 힘이 다소 빠지는 양상이다. 

 

 

 

홍 지사는 '로맨틱 먼데이'에도 된서리를 맞았지만, MB 정부는 분명 혜택을 본 것 같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부정부패 척결을 외치면서 '자원외교 비리'를 주요 카테고리에 넣은 탓에 검찰은 본격적으로 칼날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MB정부 5년 동안 한국광물자원공사(Korea Resources Corporation)가 '일반융자' 형식으로 해외 자원개발 기업 29곳에 2822억 4,500만 원을 빌려줬다고 밝혔다.

 

 

현재 공기업 가운데 일반융자를 운용하고 있는 곳은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유일한데, 1.75%의 낮은 금리가 적용되는 일반융자를 받기 위해 기업들이 '로비'나 '뒷돈'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상식적인 접근이다. 반대로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일부 기업에게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도 가능하다. 검찰은 일반융자를 받은 기업(경남기업)을 출발점으로 삼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한다.

 

MB 정부의 자원외교 비리 뉴스는 상당히 비중을 둘 만한 뉴스임에 틀림없지만, '로맨틱 코미디'에 묻히고, 홍 지사에게도 밀려버려 사람들의 뇌리에서 쉽게 잊혔다. 물론 단발성 뉴스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다뤄질 내용이고, 앞으로도 보도가 끊임없이 줄기차게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그리 실망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음모론'은 또 다시 힘을 잃게 되는 셈이다. '오늘만 나올 뉴스가 아니라고!'

 

 

 

홍 지사와 MB 정부 관련 뉴스가 '로맨틱 먼데이'에 의해 지워졌다고 생각하는, 혹은 정치 권력이 여당 측에 불리한 뉴스를 덮기 위해 <디스패치>를 조종했을 것이라 여기는 사람들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손해를 봤다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지난 23일, 새누리당의 이노근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포스코 경영진에 대한 감시에 소홀했다면서 두 사람을 동시에 저격했다.

 

물론 다소 억지 논리에다 정치적 의도가 명백한 노골적이고 악의적인 공격이었지만, '흠집'을 내기 위해서는 '진실'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법이다. 단지 '의혹'만으로도 충분하다. 보도는 재생산 되게 되어 있고, 클릭 수 올리기에 여념이 없는 언론들은 자극적인 어휘들을 써가며 두 사람을 구석으로 몰아갈 테니 말이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들은 ''로맨틱 먼데이'가 두 사람의 허물을 덮었다'며 분통을 터트렸을 것이란 사실이다.

 

 

 

기분을 꿉꿉하게 만드는 정치적인 뉴스는 접어두고, 위와 같은 뉴스는 어떨까?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은 101일 만에 고공농성을 해제하고 내려오면서 "다시는 노동자들이 이런 곳에 올라오질 않길 바란다. 너무 고통스럽고 외롭다"고 말했다. 물론 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수많은 우리들이 높을 곳을 향해 기어올라 갈 것이다. 이 매정한 세상은, 그래야만 잠시나마 귀를 기울여주기 때문이다. 절규를 쏟아내야 겨우 찔끔 반응을 하기 때문이다.

 

'로맨틱 먼데이'가 어떤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는지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도, 그에 대해 해명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다. 그것의 진실 여부에 대해, 우리는 섣불리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 가능성 자체에 대해서도 입막음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 글에서 필자가 하고 싶은 진짜 이야기는 '혹시 우리가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진 않을까?'라는 질문에 담겨 있다.

 

진짜 사라진 뉴스는 무엇인가? 연예인의 사랑에 대한 관음증적인 관심 때문에 뭉개지고 없어진 뉴스는 무엇일까? 정작 읽혔어야 할 뉴스는 무엇일까? 혹시 그것이 지금도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아픔에 눈물 흘리고 있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씁쓸하지만 한 가지 더! 사실 이런 뉴스들은 굳이 '로맨틱 먼데이'가 아니더라도 대중들로부터 외면받기 일쑤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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