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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 신경질 부리는 반려견, 강형욱이 말한 '손뼉론'의 의미는?

너의길을가라 2022. 9. 1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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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 신경질을 부리는 개와 함께 산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시도때도 없이 으르렁거리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뭔가 마음에 안 들면 입질을 하는 등 공격성을 보인다면 보호자 입장에서 어떤 기분이 들까. 아마 그 공포에 지배당해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하지 않을까.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좀처럼 방법을 찾지 못해 답답할지도 모르겠다.

장시월(암컷, 9살)

지난 12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고민견은 스피츠였다. 독일이 원산지인 스피츠는 차우 차우, 포메라니안, 사모예드와 같은 북방견의 한 무리이다. 뾰족한 얼굴과 쫑긋한 귀, 폭신폭신한 털의 스피츠는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을 지녔다. 과거에는 '부의 상징'이기도 했다. 쾌활하고 영리한 성격에 온순한 편이라 기르기 쉬운 반려동물이다. 반면, 용맹하고 강한 경계심을 보이기도 한다.

11년 지기 친구 사이인 보호자들은 2달 전부터 동거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원래 같은 건물의 위 아래층에 살며 이웃으로 지내다가 좀더 넓은 집으로 옮기기로 의기투합했다는 것이다. 3교대 간호조무사인 그들은 직업 특성상 반려견을 혼자 두고 집을 비우기 일쑤라 같이 살면 번갈아 케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뜻이 맞았다. 하지만 동거 생활은 좋은 점만 있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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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게 TV를 보고 있던 보호자들은 시월이의 급발진에 당황했다. 시월이는 아무 때나 으르렁거렸고, 화가 풀릴 때까지 두문불출했다. 관심을 돌리려 해도 요지부동이었다. 보호자는 "8년째 개춘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며 눈치를 봤다. 시월이는 하우스에 있으면서 끊임없이 경계했고, 보호자의 손을 향해 입질을 했다. 방심하고 있던 보호자는 어김없이 손을 물리고 말았다.

시월이는 물건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보호자가 귀가하자 함께 살고 있는 비글 믹스 네트(암컷, 2살)은 꼬리를 흔들며 반가워 했지만, 시월이는 곧바로 경계 모드에 들어갔다. 하우스 앞에 놓여 있던 셔츠에 대해 소유욕을 보였다. 보호자가 다가가자 가차없이 발을 공격했다. 예전에는 음식에만 집착했다면, 최근에는 옷, 담요, 사인펜, 인형 등 집 안의 모든 물건에 집착했다.

또, 보호자 친구의 손을 물어 인대가 파열될 정도의 심각한 상처를 입힌 적이 있었다. 보호자는 시월이의 공격성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 사고였다며 고개숙였다. 한편, 보호자는 시월이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 밥그릇을 떠받들고 있었다. 상전이 따로 없달까. 보호자는 밥그릇을 들어준 지 벌써 2~3년이나 됐다며, 밥그릇을 내려 놓으면 그마저도 지키려 들어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혹시 밥그릇을 들어주는 행동과 반려견의 소유 공격성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 건 아닐까. 캐나다 온타리오주 궬프 대학교의 연구(소유욕이 있는 반려견 3,589마리를 대상)에 따르면, 8~16주 사이에 보호자가 음식을 손으로 먹여줄 경우에 소유 공격성 발생 확률이 2.2배나 높았다고 한다. 반면, 사료 그릇에 배식할 경우 0.6배 낮아졌다.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은가.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요.개가 혼자 저렇게 되기 힘들어요. 아마 보호자님이 측은지심이 좀 있으실 거예요." (강형욱)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 훈련사는 보호자와 함께 영상을 보며 문제 행동 파악에 들어갔다. 강형욱은 옆에 지나가는 것조차 허락을 받는 보호자의 모습에 "시월이한테 위축되어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시월이가 원하는 건 긴장감을 만드는 것인데, 난처해하는 보호자의 모습에 재미를 느꼈을 거라고 설명했다.  그것이 바로 시월이가 하는 으르렁의 목적이었다.

시월이가 옷에 집착하는 상황에서 물릴까 조심스러워하는 보호자의 모습에 대해서도 지적이 이어졌다. 시월이는 옷을 밟은 보호자를 공격했고, 이어 성공적으로 옷을 쟁취했다. 이를 통해 으르렁거리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걸 학습했다. 이때 보호자는 시월이에게 화를 내거나 제지하기보다 네트를 막기에 급급했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둘 사이의 싸움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강형욱은 그 '오해'에 대해 설명했다. 네트는 보호자를 보호하기 위해 경고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강형욱은 "시월이의 자극이 네트를 예민하게 반응하게 하는 것 같"다며 둘의 공간을 분리해야 한다고 솔루션했다. 네트를 위해서 네트 보호자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시월이는 당분간 거실에서 지내도록 했다. 또, 애정 편식을 하는 시월이에게 결핍을 가르쳐 줄 것을 조언했다.


훈련이 시작됐다. 첫 단추는 '보호자 리더십 훈련'이었다. 시월이에게 공포심을 갖고 있는 보호자의 변화가 시급했다. 우선, 의자를 방패 삼아 시월이에게 접근했다. 목줄을 잡는 게 1차적인 목표였지만, 성질을 부리는 시월이의 기세에 보호자는 머뭇거렸다. 강형욱은 허리를 펴고 심호흡을 지시했고, 천천히 시도하도록 북돋았다. 보호자는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마침내 목줄을 잡았다.

시월이는 평소와 다른 보호자의 태도에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이후 강형욱이 줄을 넘겨받았고, 강력한 핸들링으로 시월이를 통제했다. 이게 웬일인가. 갑자기 시월이는 강형욱을 향해 꼬리를 치기 시작했다. 보호자 눈치를 살피며 낯선 자에게 꼬리치는 비굴함을 보였다. 강형욱은 아무 대응도 하지 말고 조용히 줄만 잡고 있으라고 지시했다. 단호한 보호자에 시월이는 더욱 당황했다.

물건 집착 완화 훈련과 산책 훈련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보호자는 짧은 훈련동안 한층 더 단호해진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오랜기간 내재된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켄넬 훈련에서 시월이가 으르렁대자 보호자는 여전히 멈칫했다. 그는 시월이의 작은 몸짓조차 공포로 느끼고 있었다. 하루빨리 공포에서 벗어나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복 훈련이 정답이다.

"이러다가 다시 으르렁할 수 있는데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그럴 수 있어요. 아예 없어진다가 아니라 하루에 30회 으르렁댔다면 훈련을 해서 10회로 줄면 발전하는 거거든요." (강형욱)


켄넬 안에 들어간 시월이가 다시 으르렁대기 시작했고, 강형욱은 곧바로 응징에 들어갔다. 보호자를 향한 경계하는 잘못된 행동은 확실하게 통제를 해야 했다. 압박을 하자 시월이는 곧바로 순응했다. 시월이가 켄넬에 들어가지 않으려 하는 까닭은 사이즈가 작기 때문이었는데, 켄넬의 위치를 높여주자 점프를 하며 들어갔다. 시월이는 훈련 전에 비해 놀라운 변화를 보여줬다.

강형욱은 훈련 후에도 다시 으르렁대더라도 너무 속상해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한순간에 완전히 달라지기를 기대하기보다 조금씩 나아지는 과정에 포커스를 두라는 얘기였다. 좋아질 미래를 꿈꾸며 시월이와 보호자가 모두 힘을 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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