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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농장에서 구출된 고민견, 강형욱도 감동시킨 보호자의 책임감

너의길을가라 2022. 8. 30.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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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왜냐하면 호상이었어요." (이경규)



29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 촬영 중 이경규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자리로 돌아온 그는 한숨을 푹 내쉬며, 반려견 남순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사실을 전했다. 장도연은 조심스럽게 위로했는데, 이경규는 호상이었다며 담담히 웃어 보였다. 또, 남순이의 삶을 반추하며 10년 동안 재미있게 살다 갔다고 말했다. 함께 했던 행복한 시절을 떠올리는 그의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마음을 가다듬은 MC들은 본격적으로 고민견의 사연을 청취했다. 딩동(암컷, 3살)이는 개농장의 '뜬장(바닥까지 철조망으로 엮어 배설물이 그 사이로 떨어지도록 만든 개의 장)'에서 구출된 반려견이었다. 겨우 한 평 남짓한 더럽고 비좁은 공간에 갇혀 평생 땅을 편히 밟아 보지 못하고 죽는 개들의 삶은 얼마나 참담한가. 오늘의 사연은 기적의 확률로 보호자를 만난 딩동이의 이야기다.

제작진을 집 밖에서 만난 보호자는 매우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딩동이가 다른 개와 다르다며 주의를 요구했다. 침대에서 쉬고 있던 딩동이는 제작진을 보자마자 소변 실수를 했고, 배변 패드로 달려가 용변을 봤다. 공포에 질린 모습이라고 할까. 제작진은 외부인을 무서워하는 딩동이를 고려해 카메라를 설치 후 모두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밖에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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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와 단둘이 있을 때는 좀 다를까. 다른 모습이기를 기대했지만, 딩동이는 좀처럼 보호자 곁에 다가가지 않았다. 보호자가 딩동이를 수 차례 불러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오히려 보호자와 떨어진 방으로 향했다. 개농장에서 구출된 딩동이는 사람에 대한 공포를 갖고 있어 보였다. 게다가 임시보호처도 3차례나 바뀌었기 때문에 주변 환경과 사람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리라.

보통 임시보호처를 구하는 개들은 임시보호자의 마음에 들어야 하므로 가능한 예쁜 모습의 사진이 필요하다. 하지만 딩동이의 사진은 달랐다고 한다. 보호자는 다른 개들과 달리 오로지 두려움으로 가득한 딩동이 사진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임시 보호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딩동이와 9개월을 함께 했고, 또 다시 다른 곳에 보낼 수 없다는 책임감에 입양을 결정했다.

딩동이는 개농장에 있었던 까닭에 몇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당시 횟집 음식 쓰레기를 먹었던 탓에 습식에 익숙해져 있어 보호자는 딩동이에게 사료를 줄 때 물을 부어줬다. 하지만 딩동이는 냄새만 맡을 뿐 도통 사료를 먹지 않았다. 사람에 대한 경계심 때문일까. 다른 강아지들에 비해 작은 체구의 딩동이를 바라보는 보호자의 눈빛에 안타까움이 잔뜩 배어 있었다.

또, 딩동이는 산책을 거부했다. 목줄을 채우려 하자 구석으로 도망갔다. 보호자를 피해 숨어버린 후 한참을 움직이지 않았다. 보호자가 다가가자 입질을 시도했다. 깜짝 놀란 보호자는 결국 산책을 포기했다. 좁혀지지 않는 딩동이와의 거리에 씁쓸한 듯했다. 사람의 손길을 거부해 발톱을 깎아주지도, 목욕을 시키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다려주고 싶은 마음을 내비쳤다.

교감의 유일한 매개체는 소고기였다. 딩동이는 고기를 들고 있는 보호자에게 조금 관심을 보였다. 물론 둘 사이의 거리는 쉽사리 좁혀지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딩동이가 다가왔고, 고기를 먹었다. 한편, 보호자는 초저녁만 되면 집 안의 불을 모두 소등했다. 그 이유는 딩동이가 어두워져야 마음 편히 움직이고 사료를 먹기 때문이다. 보호자는 딩동이와 친해지기 위해 일부러 일찍 소등했다.

"태어나고 8주~12주까지 브리더가 강아지를 예뻐해 주고 좋은 경험을 시켜줘야 입양한 사람이 잘 이어받을 수 있는 거예요." (강형욱)



이처럼 딩동이를 위해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며 애쓰고 있는 보호자는 자신이 부족해서 딩동이가 계속 도돌이표인 건 아닐까 자책했다.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는 스스로를 탓했다. 유기견 임시보호를 한 적 있는 견습생, 배우 이초희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보호자의 마음을 위로했다. 한 달 반 후부터 꼬리를 치는 등 변화가 나타났다며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인 순간에 대해 공유했다.

강형욱 훈련사는 보호자의 섬세한 성격으로 지금까지 올 수 있었고, 수많은 시행착오와 시간을 통해 애착 관계가 조금씩 생성된 것이라 높게 평가했다. 훈련은 딩동이의 상태를 고려해 아주 조심스럽게 진행됐다. 첫 단계는 터치 훈련으로 딩동이가 익숙해질 때까지 온몸을 조금씩 만지도록 했다. 다음에는 두 손으로 만지고, 그런 후에는 무릎을 꿇어 거리를 좁힌 후 안도록 했다.

"발버둥 칠 때 손을 놓으면 내가 무서워서 놓치는 거지, 딩동이를 위한 게 아닌 거예요." (강형욱)



보호자는 발버둥치는 딩동이를 놓치지 않고 안는 데 성공했다. 강형욱은 무릎을 쳐서 손을 먼저 인지시킨 후 만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무릎을 치는 이유는 놀라지 않게 신호를 주기 위함이다. 다음 단계는 목줄 채우기였는데, 강형욱은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목줄로 쓰다듬다가 얼굴 쪽으로 쑥 넣으라고 지시했다. 이번에는 리드줄을 연결했다. 다만, 줄은 그저 줄일 뿐 통제를 위함은 아니었다.


딩동이는 목줄이 덫에 걸린 것처럼 느껴져 불안했는지 침대로 쏜살같이 도망쳤다. 보호자는 딩동이를 품에 안으려 시도했지만, 딩동이의 저항 때문에 놓치고 말았다. 강형욱은 목줄을 조금 잡아당겨 보호자를 도우려 했다. 그러나 목줄 통제를 처음 겪는 딩동이는 강하게 저항했다.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는 노릇, 보호자는 강형욱의 도움을 받아 좀더 강단있게 딩동이를 안는 데 성공했다.

훈련은 반복됐다. 보호자는 딩동이를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 놓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했다. 딩동이는 보호자의 손길이 어색한지 혼자 웅크리고 앉아 있으려 했다. 사람과의 스킨십을 배우거나 경험하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보호자의 끝없는 노력 덕분에 딩동이는 어느새 보호자의 품 속으로 들어가게 됐다. 강형욱은 보호자에게 가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알려주라고 당부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보호자는 별다른 준비 동작 없이도 딩동이를 품 안에 안을 수 있게 됐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믿을 수 없는 변화였다. 보호자는 강형욱을 바라보며 감사를 표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이초희도 울컥하며 공감했다. 훈련이 끝난 후에도 연습은 계속됐다. 3주 후, 드디어 딩동이는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됐다. 집 밖으로 첫 발을 내디딘 것이다. 앞으로 힘찬 발걸음을 걷길, 행동한 동행을 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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