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3만 달러 시대? 허상을 걷어내면 진짜 고민의 지점이 보인다

너의길을가라 2015. 9. 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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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2015년이 되면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 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과연 그 예측은 정확했을까? 경제 전문가들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 '경제는 워낙 복잡하고,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이다. 틀린 전망과 예측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경제 전문가를 본 적이 없다.



이 글에서는 GDP와 GNI를 맥락에 따라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혼용하여 사용하였다는 사실을 알립니다.



화, 세, 화, 축. 다. 해 1당 GDP 3론(衆論)다. 물론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우리가 이들의 말을 '전문가의 말이니까'라며 신뢰할 이유는 없다. 다만, 그것이 부정적인 것이라면 조금 더 믿음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이 글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1인당 GDP가 3만 달러를 넘을까? 혹은 못 넘을까?' 따위의 부차적인 것이 아니다. 그건 사실상 무의미한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지난 글(국민소득 2만 4000달러 돌파? 당신의 지갑은 어때요?)을 통해 '평균의 허상'을 들여다 본 적이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평균'이란 말 그대로 '중간값'을 의미하는 것일 뿐,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 않는다.



당신의 키는 얼마인가요? 그나마 신체지수는 낫죠. 키가 3m, 4m인 사람은 없으니까요.


99명의 소득이 그대로라고 하더라도 1명의 소득이 증가하면, '평균값'은 올라가게 마련이다. 다시 1인당 GDP(국내 총 생산)이든 1인당 GNI(국민 총 소득, Gross National Income)간에 그것이 '진정으로' 1인의 생산액 또는 1인의 소득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리하자. '1인당'으로 시작하는 모든 통계 자료는 그야말로 '허상(虛像)'이다.


게다가 '달러'로 표기되는 수치들은 '환율'의 영향을 매우 크게 받기 때문에 오늘은 3만 달러를 넘었다가도 내일은 아닐 수도 있는 변동성을 갖고 있다. 반복하자면, 결국 '허상'인 셈이다. 어쨌거나 <중앙일보>는 올해 1인당 GDP가 3만달러를 돌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기사를 보도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3만 달러 시대'라는 기획 기사를 실고 있다. 일관성은 어디로 간 걸까?




박현영 "광복 후 70년 동안 세계를 놀라게 한 산업화의 성취를 이뤘지만 여가 활용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한국 노년층의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는 '여가 스펙(경력)'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다. 여가(餘暇)에도 경쟁적 의미의 '스펙'이라는 말을 갖다붙여야만 했는지 다소 불만스럽긴 하지만, 그 정도의 남용(濫用)은 가볍게 넘어가기로 하자. 변죽을 울리지 말고, 본질을 쳐야 하니까.


틀린 말은 아니다. 지금의 노년층을 형성하고 있는 산업화 세대가 앞만 보고 달려온 것은 사실이니까. 그들의 행복지수가 낮은 까닭이 '제대로 놀 줄 모르기 때문'인 것도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뭔가 찜찜하다. 그것뿐일까? 그것이 정확한 현실에 대한 이해일까? 과연 대한민국의 노년층들에게 여가를 즐길 '틈', 아니 여가를 즐길 '돈'이 있을까?


-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3만 달러라면, 지금의 환율로 계산했을 때 3천 5백만 원이 조금 넘는 돈이다. 정말 우리는 그 정도의 돈을 벌고 있나? 자. 제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손봉숙(71)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이사장, 10년 전 대기업 임원으로 퇴직한 정모(68·서울 송파구) 다. 지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겐 꿈 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덧붙여 놓았다.


다. 까? 까? 대한민국의 소득불평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2012년 기준으로 상위 10%의 소득 집중도는 44.87%였다. 모르긴 몰라도 이 수치는 더욱 올라갔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누적된 불평등'이라고 할 수 있는 자산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점이다.


- 만화 <원피스>의 한 장면 -


서 '균'낸 1당 GDP(GNI)가? 기사에서 갑자기 '노년층의 행복'을 이야기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과 대기업 임원으로 퇴직한 사람이 과연 대한민국의 노년층을 대표할 수 있을까?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놀 줄 모르는 노인들이여, 각성하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통계청의 2014년 3·4분기 분위별 소득 통계에 따르면, 상위 10% 가구의 1인당 월평균 소득은 약 283만 1715만 원이라고 한다. 이를 연봉으로 바꾸면 3398다. 위 10% 이 '3대'다. 까? 그 이유는 통계 속에 가계(家計)뿐만 아니라 기업과 정부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1인당 OOO' 수치를 조금이나마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가계'만을 떼어내야 하는데, 그 개념이 바로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라는 것이다. 그렇게 산출한 숫자가 1만4,690달러(약 1740만 원)라고 하니, 훨씬 더 현실적으로 와닿는다. 여전히 평균의 허상은 지워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우리가 고민할 지점이 조금 더 분명해진 것은 사실이다.


3만 달러? 놀 줄 알아야 축복?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1만 4,590달러. 우리의 논의는 최소한 여기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사람들은 여전히 먹고 사는 문제를 놓고 시름하고 신음한다. 열심히 일해도 행복해질 수 없는 세상, '여가 스펙'을 쌓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세상. 우리는 모두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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