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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순위 데이트, 6순위 첫인상.. 헛발질하는 '나는SOLO'

너의길을가라 2023. 12. 2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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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 '나는 SOLO'는 출연료 100만 원에 데이트 비용도 출연자가 사비로 부담하는 시스템을 고집하고 있다. 남규홍 PD는 "원칙은 원칙"이라며 "출연료 때문에 출연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진정성이 있을까?"라고 반문한다. 그의 말처럼 '나는 SOLO'에 출연했던 다수의 출연자는 '진정성'을 장착했던 게 사실이다. 결혼을 전제한 연애를 대한 진심 말이다.

문제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럽게 변질되는 지점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있는, 그러니까 개인 홍보를 위해 참여했으리라 의심되는 출연자들도 눈에 띤다. "캐스팅은 늘 어렵다"는 남 PD의 말마따나 이들을 가려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처럼 진정성 없는 출연자는 혼자만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기수의 전체 분위기까지 흐리는 게 된다.

그러나 변질된 건 일부 출연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작진도 마찬가지이다. 역대급 기수였던 16기의 후폭풍은 너무나 컸다. 시청률은 4.058%까지 치솟았고, SNS를 비롯한 커뮤니티 공간은 온통 '나는 SOLO' 이야기로 가득했다. 놀랍게도 현실 공간에서도 "영숙이가..", "상철이는.."으로 대화가 이뤄질 정도였다. 부담감은 다음 기수에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제작진은 17기의 러브라인이 다른 기수들에 비해 밋밋하다고 판단했는지 '2순위 데이트'라는 새로운 규칙을 제시했다. 원래대로라면 자신의 1순위와 데이트를 하며 상대방을 알아가는 시간을 보냈겠지만, 출연자들은 갑작스러운 제작진의 룰 변경으로 대혼돈에 빠져들었다. 시청자들은 당황해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을 보며 약간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2순위 데이트'는 결과적으로 '출연자들의 사랑 찾기'라는 본질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다른 사람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 제공, 의외의 사람과 커플이 될 가능성 제공 등 나름의 명분이 있긴 했지만, 사람의 마음이 2순위에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광수와 순자의 줄다리기에서 확인했다시피 헛심만 켠 꼴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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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은 18기에 들어와 또 다시 새로운 룰을 추가했다. 이번에는 첫인상 6순위를 고르라는 것이었다. 첫인상에서 느낀 호감도가 끝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기에, '나는 SOLO'에서 첫인상 투표는 무척이나 중요했음에도 제작진은 '장난질'을 치며 판을 흐려놓았다. 영문도 모른 채 지목당한 남성 출연자들은 방긋 웃으며 "살았다!",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6순위 상대방과 함께 차를 타고 숙소까지 이동하는 시간은 여성 출연자들에게 고문과도 같았다. 관심이 없으니 질문도 없었고, 대화도 좀처럼 이어지지 않았다. 뻘쭘한 침묵이 이어졌다. 일분 일초가 급한 상황에서 귀중한 시간이 낭비된 셈이다. 나중에 "저의 첫인상 1위는, 사실은.."이라는 코멘트와 함께 진실이 밝혀지기는 했으나 애당초 불필요한 설정이었다.

제작진의 이와 같은 무리수를 어떻게 봐야 할까. '2순위 데이트', '6순위 첫인상'은 제작진과 시청자를 위한 규칙일 뿐, 정작 출연자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출연자들의 당황하는 모습, 그들의 엇갈린 관계를 보며 시청자들은 일시적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겠지만, 그것이 출연자들의 사랑 찾기라는 프로그램의 본질과는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나는 SOLO' 제작진도 고심이 많을 것이다. 시청률이나 화제성 등을 견인하기 위해 다양한 카드를 제시하는 것 자체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SOLO'가 가장 빛나는 순간은 그 '본질'에 집중할 때라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18기 옥순의 캐스팅 등 많은 논란에 직면한 '나는 SOLO'가 이 위기를 어떻게 파해할지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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