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극장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 3시간을 감내할 가치가 있는 영화

너의길을가라 2016. 1. 13. 01:57
반응형



려 3시간에 달하는 런닝타임을 자랑하는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은 우민호 감독의 '변명'과도 같은 작품이다. <내부자들>의 관객 수가 500만 명을 돌파할 경우 '감독판'을 공개하겠다는 '공약'의 성격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애초에 3시간 40분짜리의 작품을 대중성을 감안해 2시간 남짓한 영화로 잘라야 했으나 감독의 입장에서 얼마나 마음이 아팠겠는가.


개봉 당시 '이병헌'이라는 큼지막한 악재(惡材)를 안고 있었음에도 (이병헌을 포함한) 배우들의 열연과 윤태호 작가의 동명의 웹툰에 기반한 탄탄한 시나리오 덕분에 <내부자들>은 500만 관객을 거뜬히 넘어섰고(13일 기준 706만 9,931명), 우민호 감독은 <내부자들>에 50분을 덧된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을 통해 '변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 



기존의 영화에 약 5~10분 정도를 추가한 감독판을 개봉작과 함께 상영한 케이스는 간헐적으로 있었지만, 50분이나 되는 분량을 추가한 경우는 처음이다. 당연히 한국 영화 사상 최초 시도다. 흥미로운 것은 이 '영리하거나 영악한' 시도가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은 13일 현재 <히말라야>, <굿 다이노>에 이어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하며 157만 8,519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은 <내부자들>에 비해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우민호 감독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우선, 부족했던 '개연성'은 확실히 충족됐다. 안상구와 이강희의 돈독한 관계, 도대체 안상구가 왜 그토록 이강희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가졌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됐다. 그 밖에도 '속도감' 때문에 편집될 수밖에 없었던 부분들이 소소하게 채워졌다.



"명장면? 근데, 없어졌다. 첫 신이었다. 기자회견 가기 직전에 기자 한명을 호텔방으로 불러 독대하는 장면이다. <대부> 같은 느낌이 난다. '<차이나타운> 봤나 난 토요명화 죽돌이었다'며 영화 이야기를 쫘악~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난 내 손이 좋아' 하면서 인공 손을 돌린다. '난 이걸로 밥도 먹고 똥도 닦는다' 그러면서." (이병헌)


<내부자들>의 급작스러웠던 오프닝에 비해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은 안상구의 인터뷰로 시작하며 서서히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왜 폭로했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안상구는 '영화를 좋아하냐'며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차이나타운>(1974)'을 언급하면서 "난 내 손이 좋아"라고 답한다. 이 장면은 마치 헐리우드의 고전 갱 영화를 연상케 하는데, 이병헌이 가장 좋아했던 신(scene)이기도 하다.


지나치게 영화적인 이 장면은 극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편집될 수밖에 없었는데, 작정하고 '영화적'인 분위기를 맘껏 뽐낼 수 있는 '감독판'에는 이 멋부리는 장면들이 모두 포함됐다. 또, "너 나랑 영화 한 편 찍자"며 자신의 복수를 '영화'에 빗댔던 안상구라는 캐릭터를 더욱 잘 설명해주는 장면이기도 하기 때문에 흥미롭다.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이 오프닝만큼이나 큰 변화를 준 것은 엔딩이다. 죄수복을 입은 이강희가 누군가와 통화를 나누는 장면은 백미(白眉)라고 할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대중들은 스트레스 때문에 씹을 안주거리가 필요할 뿐'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른바 '냄비 근성'을 언급하고 '조금만 버티면 된다'는 그의 말은 씁쓸함을 더한다. '오른손이 아니면 왼손으로 쓰면 된다'고 말하는 마지막 장면은 소름이 돋을 정도다.


이처럼 '권선징악'을 강조하며 희망적으로 마무리했던 <내부자들>과 달리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는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한다. 개인적으로는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의 다소 꿉꿉한 엔딩이 더 마음에 든다. 관객들에게 '통쾌함'을 선물하는 것도 좋겠지만, 이 영화가 '현실'을 반영하고자 했다면 보다 '현실적인' 결말을 전달하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또, 정치와 언론이 얼마나 긴밀하게 결탁(結託)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조국일보' 편집회의 장면은 숨은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회사의 방침'으로 표현되는 언론사의 이해관계는 '진실'이 아니라 지면에 광고를 실어주는 '광고주'이고, '정의'가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대통령 후보일 뿐이다.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은 타락한 언론의 민낯을 그 어떤 영화보다 현실적으로 비춘다. 


영화를 선택하는 데 있어 '3시간'이라는 런닝타임은 분명 부담스럽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회의 정경언 유착, 그 노골적인 결탁의 현실을 적나라하면서도 세련되게 드러낸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은 그 부담을 감내할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물론 '개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약간 지루해진 감도 있지만, 좀더 탄탄한 스토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