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과 이도령의 고향, 향단과 방자의 고향이기도 한 남원은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다만, 거리를 핑계로 매번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통영, 그러니까 남원보다 훨씬 더 먼 곳으로 떠나기로 했을 때 '그래, 이때다!' 싶었다. 일정에 남원을 추가했다. 통영을 가기 전에 남원에서 하루 묵기로 했다.
남원에 간다면 왠지 한옥 숙소에서 머물고 싶었다. 일종의 로망이라고 할까. 지역과 숙소의 분위기가 잘 어우리지면 여행의 느낌이 훨씬 더 잘 살기 마련인데, 남원과 한옥은 마치 하나의 세트처럼 여겨졌다. 분명 한옥 숙소가 있을 것만 같았다. 남은 건 폭풍 검색, 열심을 다한 끝에 '남원예촌by켄싱턴'을 찾았다.
남원예촌by켄싱턴
주소 : 전북 남원시 광한북로 17
여름愛한옥(8평)
패키지 : 조식 2인, 빙수, 관광지 입장권, 미니바
비용 : 209,000원
남원예촌에 대한 첫인상은 '예쁘다'였고, 두 번째 인상은 '친절하다'였다. 한옥 건물의 아름다움에 취해 있는 와중에 친절함까지 더해지니 더할나위 없이 기분이 좋았다. '도움마루'에서 체크인 후 빙수를 주문했다. 처음에는 인절미 빙수를 먹으려 했는데, 망고 빙수가 더 맛있다는 직원 분의 추천에 따라 서둘러 변경했다.
직원을 따라 방 안내를 받았고, 숙소 내부를 구경하고 짐을 풀었다. 잠시 후 빙수가 도착했다. 비주얼은 합격! 하지만 맛은 조금 아쉬웠다. '설빙'의 그 맛을 기대한다면 조금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빗소리 가득한 한옥의 마루에 앉아 빙수를 먹는 시간은 황홀했고, 비치되어 있는 바둑알로 알까기를 하는 시간은 여유롭게 행복했다.
남원예촌은 '마패' 모양의 쿠폰을 제공하는데, 이를 제시하면 주요 관광지를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역마를 사용할 수 있는 증명의 표지였던 마패의 개념을 활용한 듯하다. 광한루원은 입장료가 3,000원(18:00 이후에는 무료)이라 그만큼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느긋하게 마실 다녀온다는 느낌으로 거닐다 오면 좋을 듯하다.
남원예촌은 위치적으로도 훌륭한데, 남원의 주요 관광지인 춘향테마파크나 김병종 시립미술관까지는 차로 3~4분 거리이며 광한루원은 바로 옆에 붙어 있어 도보로 이동 가능하다. 평범한(혹은 쇠락한) 춘향테마파크보다 건축미와 예술미를 갖춘 김병종 시립미술관이나 낮과 밤 모두 아름다운 광한루원을 둘러보기를 추천한다.
조식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많은 호텔들이 특색 없는 뷔페식 조식을 운영하는데, 대체로 가짓수만 많을 뿐 먹을 게 별로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남원예촌은 한옥 호텔에 맞게 한식으로 4가지 메뉴(우거지 해장국, 소고기 미역국, 전복죽, 황태 해장국)를 제공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음식들이 정갈하고 퀄리티도 좋은 편이다.
남원 여행은 기대했던 대로 만족스러웠다. 온갖 빛으로 찬란한 광한루원을 걸어다니는 순간의 충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무엇보다 비 오는 날의 한옥이 들려주는 소리들이 좋았고, 풍기는 향이 좋았다. 다시 남원에 가게 된다면, 고민 없이 남원예촌을 선택할 것이다. 맑디맑은 날의 남원예촌도 궁금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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