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정부의 설익은 정책, 푸드트럭이 할퀸 청년과 서민의 꿈

너의길을가라 2015. 9. 21.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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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트럭 

1. 스낵카. 식품판매업의 한 형태.

2. 박근혜 정부의 규제 완화의 상징이자 대표적인 삽질 정책            


'청년들이여, 푸드트럭으로 창업을 시작하라!' 여전히 그 정체를 알기 어려운 '창조경제'는 박근혜 정부의 국시(國是)였고, 규제 완화는 일종의 좌우명(座右銘)과도 같았다. 그리고 그 두 가지 가치(?)가 모두 담긴 상징적인 프로젝트가 바로 '푸드트럭'이었다. 정부는 트럭 개조 수요가 2,000여 대가 있고, 일자리 6,000개를 창출할 수 있다고 야심차게 주장했다. 


비아냥대고 싶은 마음은 없다. 정부도 얼마나 고심을 했겠는가? 머리를 쥐어짜면서 고민하지 않았겠는가? 문제는 그것이 제대로 된 '방향'이었는지 여부이고, 어찌됐든 그 '책임'은 정부의 몫이다.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까지도 어떤 보수 언론들은 '움직이는 노점상, 푸드트럭이 대한민국을 누빈다'는 둥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다. 지금부터 '푸드트럭'의 시작과 현실을 짚어보도록 하자.


지난 9월 9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15 지역희망 박람회에 참석,

 '굿모닝 푸드트럭'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경제에 대도약을 위한 발판을 만들어야 하고, 이것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앞으로 규제개혁에 대해 저항하거나 미온적 태도를 갖게 된다면 반드시 책임을 질수 있다. 물건을 빼앗는 것만 도둑질이 아니라 자기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를 규제에 따라 빼앗는 것도 도둑질이다. 규제개혁 저항 공무원은 반드시 책임져야하고, 앞으로 규제개혁 장관회의는 제가 직접 주재할 것이다"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은 끝장 토론을 열어 규제 개혁, 이른바 '손톱 및 가시 뽑기'를 강조했다. 당시 그 자리에는 다양한 직종의 종사자들이 참여했는데, 그 가운데 인천에서 9년 간 푸드트럭 개조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두리원 FnF의 배영기 사장은 "푸드트럭 도입 관련 규제를 개선하면 소규모 자본을 갖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고 내수시장 확대 등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관련법의 개정을 요구했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개혁 1호 대상을 '푸드 트럭'으로 설정했고, 그 이후 '푸드 트럭'은 현 정부의 규제 완화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다시 말해서 그만큼 '공을 들였다'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전봇대'가 있다면, 박 대통령에게는 '푸트트럭'이 있다고 할까? 불과 열흘 만에 LPG 조리시설을 허용하도록 자동차관리법과 식품위생법이 개정됐고, 그해 8월에는 유원지·도시공원·하천부지에서 푸드트럭 영업을 합법화했다. 그야말로 일사천리!



소위 '대통령빨'을 받아 엄청난 추진력을 얻었던 정책의 결과는 어떠했을까? 안타깝게도 혹은 당연하게도, '푸드트럭' 정책은 대실패로 귀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남인순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푸드트럭은 8월 말 기준으로 총 44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말이지 초라한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남 의원은 "푸드트럭은 박근혜 정부의 규제개혁 대상으로 꼽혀 식약처 소관 식품위생법 규칙 4건을 포함해 타법률 규칙까지 포함 총 9건의 시행규칙을 개정해가면서 무리하게 추진해왔다. 현재 관련 부처가 운영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하면서 공무원들이 부랴부랴 움직이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현실성'에서 의문점이 생긴다. 



한국푸드트럭협동조합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합법적으로 푸드트럭을 하려면 정해진 특정 장소에서만 영업이 가능하고 해당 지역을 이탈하면 불법 노점상이 된다. 합법 지역인 공원이나 하천 인근보다 번화가가 장사가 잘 돼 번화가로 이동하는데 이럴 경우 불법이다" 장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서 영업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런 장소는 푸드트럭에겐 허락되지 않은 금단의 공간이다. 그야말로 '헐' 아닌가?


이번에는 홍익대 인근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A씨의 푸념을 들어보자. "장사할 데가 없다는 게 문제다. 푸드트럭이면 이동하면서 장사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푸드트럭이 사실상 노점의 새로운 형태로, 등록하려면 차량개조와 등록 과정에서 비용 등 돈만 들어가지 이득이 없어 등록할 이유를 못 느낀다상황이 이렇게 되자, '불법 영업'이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JTBC <뉴스룸>은 불법 푸드트럭이 유동 인구가 많은 여의도 공원 등을 점령했고, 이러한 불법 푸드트럭에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중앙일보>의 이철호 논설실장은 푸드트럭의 실패 원인을 '장사가 안 되기 때문'이라고 한마디로 정리하기도 했다. '빛 좋은 개살구'가 되게 생겼다는 따끔한 일침도 아끼지 않았다. 


ⓒ 파이낸셜 뉴스


정부가 유원시설(놀이공원), 도시공원, 하천, 체육시설 등에서 푸드트럭의 영업을 가능하게 했지만, 기존에 세금을 내며 영업하는 편의점과 식당과의 마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자체가 굳이 이들의 반대를 무릅쓸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게다가 번화가로 푸드트럭의 영업을 허가하는 것도 기존의 상인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한 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정부의 탁상행정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청년 일자리', '고용 창출'. 어제도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정부는 같은 구호를 외친다. 현실성 여부를 꼼꼼하게 따져보지도 않고, 좀 괜찮다 싶으면 허겁지겁 정책을 만들어 밀어붙인다. 주먹구구식으로 고안된 정책들이 어찌 제 기능을 할 수 있겠는가? 잠깐의 홍보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남는 것은 빈 껍데기뿐이다. 거기에 혹한 서민들의 아우성과 눈물만 남겨질 뿐이다. 


'푸드트럭'도 다르지 않다. '푸드트럭' 정책은 정부의 '일단 던지고 보는' 낚시였고, 달콤한 미끼가 껴 있던 낚시 바늘은 대통령만 철석 같이 믿고 창업의 길에 뛰어들었던 청년과 서민의 입을 사정없이 갈가리 찢어놓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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