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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잃고 외면받는 이상민과 우효광, 그들에게 돌파구 있을까?

너의길을가라 2023. 7. 19.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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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은 '캐릭터(콘셉트)'로 시작해 '캐릭터'로 끝난다. 수많은 경쟁자가 존재하는 예능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확실한 무기, 그러니까 캐릭터를 장착해야 한다. 그건 실제 성격일 수도 있고, 방송을 위한 설정일 수도 있다. 어쩌면 일시적인 상황이나 환경일 수도 있다. 일단 대중의 흥미를 유발하는 캐릭터를 탑재한 인물은 반복해서 회자되며 사랑받는다.

간단히 예를 들어보자. 이경규와 박명수는 '호통'을 콘셉트로 수십 년째 한결같이 활동 중이고,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 기안84는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로 여행 예능까지 접수 후 연예대상까지 노리고 있다. tvN '지구오락실'에서 미미는 '오답 요정'으로 활약 중이고, 안유진은 '맑은 눈의 광인'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했다. 한번 캐릭터가 구축되면 다른 예능에도 쉽게 활용된다.

하지만 영원한 건 없다. 캐릭터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애정이 식거나, 더 이상 예능적(혹은 시대적) 흐름과 호응되지 않으면 좀처럼 소비되지 않는다. 반대로 본인이 캐릭터를 상실해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정의롭고 바른말을 하는 콘셉트로 추앙받았다가 음주운전 등 범죄로 추락하는 케이스가 어디 한둘인가. 마찬가지로 삶과 괴리되어 설정이 과한 경우에도 오래가지 못한다.

혼성그룹 룰라의 리더로 연예계에 데뷔했던 이상민은 9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이후 프로듀서로 변신한 그는 탁월한 감각으로 샤크라, S#ARP(샵), 컨츄리꼬꼬 등 인기 그룹들을 탄생시키며 제작사로서도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 그러나 이상민의 인생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2005년 자신이 운영하던 레스토랑이 부도가 나면서 엄청난 빚을 지게 된 것이다.

삶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던 이상민은 2012년 채널A '쇼킹'에 출연해 자신의 '빚'을 만천하에 공개했다. 그는 "회사가 부도났을 당시, 부도 금액은 57억 원이었"다며, "빚쟁이들이 찾아와 나를 찾으며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솔직하게 채무에 대해 고백하는 이상민의 진솔함은 대중의 관심을 끌었고, 69억 8천만 원이라는 엄청난 빚을 갚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응원을 자아냈다.

이상민은 빚을 갚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자신의 삶을 예능에 녹여냈다.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짠내나는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며 대중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렇게 전례없는 '궁상' 캐릭터('궁상민')를 구축해 나갔다. 하지만 몇 년째 이어지는 똑같은 설정에 대중들은 조금씩 싫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빚쟁이 코스프레'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상민은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서 "현재는 빚이 얼마 안 남았다. 거의 80~90% 해결했"며 "앞으로 '빚쟁이 콘셉트'를 줄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6일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용산의 아파트로 이사하며 새출발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방송 후 해당 매물의 거래 가격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빚 청산은 축하할 일이지만, 그에 다른 캐릭터 상실은 예능인으로서 숙제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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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꾼' 캐릭터는 최수종, 차인표, 션 등이 선점한 영토였는데, 2017년에 새롭게 떠오른 신성이 있었으니 바로 우효광이다. SBS '동상이몽2'에 등장한 그는 훤칠한 외모에 밝은 성격, 애교 넘치는 모습으로 단숨에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연기, 운동 등 못하는 게 없는 '엄친아'인데다 아내 추자현을 향한 일편단심의 사랑까지 모든 것을 갖춘 듯한 그에게 대중은 열광했다.

우효광은 추자현 앞에서 (용돈을 올려달라고 조르는) 철없는 남편일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애교를 발사해 추자현을 웃게 만들었다.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결혼 생활이 예뻐 보였다. '우블리'로 불리던 우효광은 급기야 '국민사위'로 등극했다. ‘추우커플’은 2017년 SBS 연예대상에서 '올해의 핫스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2018년 출산을 앞두고 '동상이몽2'에서 하차했다.

프로그램에서 하차했음에도 '사랑꾼' 우효광의 이미지는 굳건했다. 하지만 2021년 7월 우효광의 '사랑꾼' 캐릭터가 와르르 무너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 현지 매체 '소후연예'는 "우효광이 늦은 밤 술집에서 나와 미녀와 함께 차를 타고 떠났다"며 한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에는 우효광이 차량 내에서 자신의 무릎 위에 한 여성을 앉힌 장면이 담겨 있었다.

우효광의 외도설, 불륜설이 일파만파 번져나갔다. 당시 BH엔터테인먼트 측은 "친한 동네 지인들과의 모임"이라며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한중 양국의 대중들은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사랑꾼'의 이미지가 워낙 강했던 터라 오해도 충격도 더 컸으리라.

17일 '동상이몽2' 300회 특집에 복귀한 '추우커플'은 불륜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추자현은 "저도 다 친한 사이들이고 이웃"이라며 "한 차에 우르르 몰려 타는 찰나에 오해가 될 만한 영상이 찍"혔다고 설명했다. 우효광은 "처음엔 아무 일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악의적으로 편집이 됐"다며 억울해 했다. 또, "해명하고 싶었지만 사람들이 믿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았"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추우커플'의 해명에도 시청자들의 반응은 썩 호의적이지 않았다. 사실관계와 무관하게 이미 '사랑꾼' 이미지가 상실된 우효광에게 더 이상 애정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앞서 '궁상민' 캐릭터가 붕괴된 이상민에게 대중이 더 이상 따뜻한 시선을 보내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우효광이 다시 '사랑꾼' 캐릭터를 회복하는 건 굉장히 어려워보인다. 과연 '추우커플'에게 플랜B가 있을까.

이상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가 계속해서 '궁상' 캐릭터를 유지하는 건 제 발등을 찍는 격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대중과 교감할 수 있는 새로운 캐릭터를 찾아내야 한다. 문제는 당장의 부정적 시선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이다. 캐릭터(콘셉트)로 대중을 설득해 왔던 이상민과 우효광에게 큰 숙제가 생긴 셈이다. 어쩌면 받아들여야 할 일일까. 영원한 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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