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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음란죄로 고발? 화사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

너의길을가라 2023. 7. 1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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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형법 제245조, '공연음란죄'의 법조문이다. 오랜만에 이 조항을 곱씹어 본 까닭은 마마무의 화사가 바로 공연음란 혐의로 학생학부모인권보호연대(학인연)에 고발을 당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이 사건의 전말을 알기 위해서는 지난 5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5월 12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인문사회과학캠퍼스에서 축제가 열렸다. tvN '댄스가수 유랑단'의 일환으로 무대에 오른 화사는 마마무의 히트곡 '다칼코마니', '힙' 등을 열창했고, 래퍼 로꼬와 듀엣으로 '주지마'까지 소화했다.  뛰어난 가창력과 파워풀한 무대 매너를 선보였다. 관객들은 뜨거운 반응으로 그 열정에 화답했다. 모든 것이 좋았다고 할 만한 무대였다.

하지만 화사의 무대 영상 직캠이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 퍼지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해를 위해 문제의 장면을 묘사하면 다음과 같다. 무대에서 숏팬츠를 입고 있던 화사는 양쪽 다리를 벌린 상태에서 쭈그려 앉은 후, 혀로 손을 핥는 제스처를 취해고, 이어 특정 부위를 손으로 쓸어 올리는 행동을 취했다. 이 부분만 짧게 편집된 클립이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후폭풍은 생각보다 거셌다.

분명 과감한 퍼포먼스였다. 어떤 사람들은 환호했고, 어떤 이들은 불쾌감을 표현했다. 전자는 '역시 화끈하다', '무대를 장악했다', '퍼포먼스는 퍼포먼스일 뿐'이라는 입장이었고, 후자는 '파격을 넘었다', '외설적이다', '눈살이 찌푸려진다'는 의견이었다. 갑론을박이 오갔지만, 성인을 대상으로 한 대학교 축제 무대였기에 그 뜨거웠을 분위기를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한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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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도 "화사, 조금만 더 신중했더라면.."이라는 보수적인 뉘앙스를 띤 논조의 기사들이 제법 있었고, 과거 화사의 무대들을 나열하며 '선정성 논란'의 역사(?)를 되짚는 기사도 눈에 띠었다. 거기에는 화사가 2019년 해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던 당시 노브라로 티셔츠를 착용했던 공항 패션을 언급하며 '선정성 논란사(史)'라고 묶는 무리수도 섞여 있었다.

화사의 퍼포먼스를 두고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고, 하나의 공론장이 형성됐다. 한참 시끌벅적하긴 했지만,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면서 사그라들었다. 그렇게 일단락되는가 싶었다. 그런데 2달 가량이 지난 시점에 황당한 소식이 전해졌다. 10일, 경찰은 화사가 공연음란죄 혐의로 학생학부모인권보호연대(학인연)에 고발 당했으며, 이에 서울 성동경찰서에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학인연은 고발장에서 "화사는 축제 공연에서 안무를 한다는 명목으로 전혀 맥락에 맞지 않는 행위를 했"다며 화사의 행위가 공연을 목격한 대중에게 수치감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민향 대표는 "특히 화사는 자신에게 '악플'이 쏟아지는 것처럼 포장하는 발언을 했는데 외설 논란이 처음이 아님에도 반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화사의 퍼포먼스를 두고 '외설이냐', '표현의 자유냐' 의견을 게시하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생각의 차이를 존중하는 선에서 각자의 입장을 제시함으로써 사회적 논의의 한 흐름을 형성한다면 긍정적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공연음란죄'로 고발한다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화사의 퍼포먼스를 불편해 하면서도 '(고발은) 선을 넘었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은 건 같은 맥락이다.

앞서 '오랜만에' 공연음란죄의 법조문을 들여다봤다고 말한 까닭은, 2014년 8월 당시 제주지검장 김수창이 길거리에서 5차례에 걸쳐 음란행위를 해 고등학생의 신고로 현행범 체포됐던 사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연음란죄는 그 행위가 반드시 성행위를 묘사하거나 성적인 의도를 표출할 것을 요하지 않지만, 적어도 신체의 전체 또는 일부를 노출하는 정도는 되어야 성립한다.

대법원은 연극공연행위의 음란성 유무를 판단할 때, 공연행위 자체로 객관적으로 판단하므로 행위자의 주관적인 의사에 따라 좌우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화사의 퍼포먼스는 공연음란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무대 위에서 굉장히 짧은 순간에 행해진 안무로 대다수의 관객이 불쾌감과 수치스러움을 느꼈다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대학교 축제 공연이었다.

또, 화사의 그것과 비슷한 수위의 퍼포먼스와 콘텐츠가 이미 다른 대학 축제나 공연, 방송 등에서 흔한 상황에서 화사의 퍼포먼스만 딱 꼬집어 외설적이라고 고발하는 건 난센스다. 실제로 성행위를 묘사한 듯한 안무를 적용한 무대나 뮤직비디오 등 훨씬 더 선정적인 퍼포먼스가 많은 게 사실이다. 그 모든 가수들의 안무에 똑같이 '공연음란죄'를 적용할 수 있을까. 왜 유독 화사일까.

데뷔 초창기 때부터 눈빛이 김완선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던 화사는 이 시대 섹시와 도발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지금과 같은 논란도 화사의 파급력에 따른 결과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화사에게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건 불합리한 일이다. 게다가 그 잣대 속에 여성을 어떤 틀에 넣어두고 이를 넘어서면 마치 '두더지 게임'하듯 때리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한다.

만약 화사의 퍼포먼스를 보며 '수치심'을 느꼈다면, 그 수치심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혹 왜곡되거나 억압된 성의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댄스가수유랑단’에서 김완선은 화사에게 “자기 스타일이 과감한 거는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런 게 너무 멋있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건넸다. 지금 이 순간, 화사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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