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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들 활약 필요한 '놀면 뭐하니?', 이용진과 이은지 있었더라면

너의길을가라 2023. 7. 23.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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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부터 바꿔야겠다고 한 것은 억지 텐션이다. 요즘은 시청자들이 진짜가 아닌 것은 바로 알아본다." (장우성 PD)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잘못된 답을 찾아내면 계속 엇나갈 뿐이다. MBC '놀면 뭐하니?'는 2주간의 재정비 끝에 ① PD 교체 ② 주우재 영입으로 새로운 변화를 모색 중이다. 제작진이 성찰 끝에 내놓은 답은 '새로운 구도의 정립'이었다. 김진용 PD는 "동생들이 예능 베테랑들에게 대들 수 있는 구도"를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정리하면 베테랑 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유재석과 하하와 동생들 라인의 박진주, 이미주, 이이경, 주우재로 구도가 짜여진 셈이다. 결국 유재석과 하하의 역량은 상수라고 볼 때, 동생들의 활약 여부에 따라 '놀면 뭐하니?'의 운명이 결정될 예정이다. 4주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평가를 하기는 섣부른 감도 있지만, 현재까지의 점수를 매기자면 신통치 않은 게 사실이다.

새로운 멤버가 합류했음에도 제작진은 전체 출연진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기획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주우재가 합류하자마자 '단합대회(190회)'를 기획했지만, 두 팀으로 나눠 3명씩 따로 떠나게 했다. 또, '영업사원' 편(192회, 191회)은 유재석-하하, 이미주-주우재, 박진주-이이경 등 2명씩 짝을 지어 따로 움직이게 했다. 이쯤되면 의도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멤버를 프로그램에 녹아들게 하기 위한 기획을 준비하는 게 일반적인 예능의 흐름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 관점은 안정적이지만 너무 뻔하다. 제작진이 천명한 것처럼, 지금의 시간은 동생들이 좀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캐릭터를 쌓아나가고, 이를 통해 베테랑에게 대들 수 있는 에너지를 축적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문제는 베테랑을 제외한 동생들의 활약이 아직까지 미미하다는 것이다. '영업사원' 에피소드에서도 티격태격하며 웃음을 이끌어낸 유재석-하하가 단연 돋보였다. 반면, 이미주-주우재의 분량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박진주-이이경은 연예인 인맥을 활용해 최소의 분량을 확보했을 뿐이었다. 순간 최고 시청률 5.9%를 기록한 최고의 1분도 유재석과 하하가 성수동 미용실을 찾았던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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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놀면 뭐하니?'가 놓쳐버린 멤버 후보들에 대해 짚어보자. 이를테면 유재석을 당황시켰던 이용진과 이은지, 유재석과 유독 케미가 잘 맞았던 감자골 멤버들과 누나들(박미선, 조혜련)처럼 잠깐의 출연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예능인들 말이다. 만약 그들이 있었다면 '놀면 뭐하니?'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물론 되돌릴 수 없는 일이지만 흥미로운 상상이다.

웹 예능 '튀르키예즈 온 더 블럭'에서 센스 있는 입담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이용진은 그 기세를 몰아 'JMT' 면접에 참여했다. '무한상사'를 퇴사하고 새로운 회사에서 새출발한 유 본부장(유재석)은 당시 첫 면접 대상자 이용진의 매력에 흠뻑 빠졌었다. 허세를 콘셉트로 잡았던 이용진은 남다른 어휘력으로 허당미를 뽐내며 큰 웃음을 자아냈다. 새로운 멤버로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아쉽게도 멤버 합류가 불발된 이용진은 오히려 전성기를 누렸다. 2023년 KBS '배틀트립’' MBC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래', 웹예능 '용진건강원', '바퀴 달린 입' 등에 출연하며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티빙 '환승연애'에서 보여주는 분석력과 통찰력, 시의적절한 입담도 이용진의 매력 포인트이다. 만약 이용진이 '놀면 뭐하니?'에 합류했다면 이미 '동생들'의 중심축이 됐을 것이다.

'놀면 뭐하니?'가 놓친 인재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바로 이은지다. 그도 이용진과 마찬가지로 'JMT' 면접에 참여했었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90년생이 온다. 92년생 면접자 이은지"라고 외쳤던 이은지는 거침없고 솔직한 입담으로 유 본부장을 매료시켰다. 공개 코미디 무대를 섭렵한 그는 급작스러운 상황극에도 재치있게 대처하며 엄청난 활약을 펼쳤었다.

역시 '놀면 뭐하니?'에 합류하지 못했지만, 이은지는 곧바로 자신의 전성시대를 열어갔다. 나영석 PD에게 발탁되어 tvN '뿅뿅 지구오락실'에 합류했고, 맏언니로서 동생들(미미, 이영지, 안유진)을 이끌며 대세 예능인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활약을 인정받아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여자 예능상 수상했다. 만약 이은지가 '놀면 뭐하니?'에 있었다면 활력소로 자리매김했을 것이다.

그밖에도 유재석이 '막내'가 되는 신선한 구도를 가능하게 했던 감자골 멤버들(김용만, 지석진, 김수용)이나 유재석을 기로 내리눌렀던 누나들(이경실, 박미선, 조혜련)도 '놀면 뭐하니?'를 풍성하게 해줄 수 있는 카드였다. 물론 장기적으로 볼 때 감자골 멤버들이나 누나들과 멤버십을 구축하는 건 어려웠을 테지만, 정기적으로 이벤트를 만들어 볼 수는 있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놀면 뭐하니?'에게도 많은 기회가 있었다. 그 기회는 곧 사람일진대, 프로그램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후보들이 여럿 있었다. 결과적으로 '놀면 뭐하니?'의 선택은 지금의 '동생들'이 되었다. 기회가 주어졌지만, 시간이 많지는 않다. 시청자는 재미없는 예능에 그리 너그럽지 않다. 부디 유재석과 하하에게 과감하게 대들어주길 바란다. 그래야  놓쳐버린 기회들에 아쉬워하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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