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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석에 의한 '흑백요리사', 재평가 받아 마땅하다

너의길을가라 2024. 10. 5.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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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석, 요리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시청자 중에서 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화려한 요리 테크닉, 준수한 용모, 유려한 입담 거기에 힙한 시그니처 포즈까지.. '한식대첩', '냉장고를 부탁해' 등을 통해 요리 권위자로 자리매김한 최현석은 말 그대로 '스타 셰프'이다. 하지만 유명세만큼이나 선입견도 있었다. 방송에 자주 얼굴을 비추는 전문가에 대한 저평가는 흔한 일이다.

파인 다이닝으로 입지를 다지고, 오랜 방송 경력으로 대중적으로 유명한 최현석이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 뛰어들었다. 이름값으로는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최고의 셰프가 요리 경연에 나왔다는 얘기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그가 올라선 위치를 고려하면 심사를 하는 쪽에 훨씬 가까운데, 요리를 해서 심사를 받는 입장을 받아들이다니 엄청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흑백요리사'의 흥행에는 소위 스타 셰프들의 섭외가 한몫했다. '한식대첩', '마스터 코리아 셰프' 등 요리 경연 프로그램 우승자들을 비롯해 레전드 자리에 오른 요리 대가 등이 칼을 벼리고 등장했다. 최현석도 그 중 한 명이었다. 흑수저들의 도전을 받아야 하는 백수저 최현석은 미슐랭 3스타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안성재 셰프의 제자 '원투쓰리'와 1:1 대결을 펼쳤다.

경력으로는 한참 후배인 신예 요리사와의 대결은 쉽지 않았다. 미슐랭 식당에서 실력을 갈고 닦은 '원투쓰리'는 대결의 주재료인 '제주 장트리오'로 완성도 높은 한식 파인다이닝을 선보였다. 반면, 최현석은 된장, 고추장 쌈장을 활용해 알록달록한 '장트리오 스테이크'로 맞섰다. 심사위원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1:1의 무승무로 최종 토론 끝에 최현석 셰프가 신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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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흑백요리사'의 한 장면

 

"주방에서 셰프보다 더 높은 게 있어요. 재료죠. 자, 우린 먼저 재료 먼저 갖다 놓고 할 거거든요. 좋은 식재료를 고를 수 있는 그리고 선점할 수 있는 능력이 셰프의 능력의 진짜 반 이상이라고 생각해요." (최현석)


아슬아슬한 승리로 불안한 출발을 한 최현석의 진가는 3라운드에서 제대로 드러났다. 흑백 요리사 간의 팀전에서 팀장을 맡아 활약한 것이다. 앞서 팀워크의 부재로 백수저 조은주 팀이 난항을 겪는 모습을 지켜본 최현석은 확고한 리더십으로 팀원들을 이끌었다. 명쾌한 비전과 방향성을 제시하고, 리더가 모든 책임을 진다는 굳건한 태도로 팀원들에게 믿음을 줬다.

메뉴 선정도 탁월했다. 심사단 100인의 입맛을 공략하기 위해 '가자미 미역국'이라는 익숙한 한식을 준비하는 영리함을 보여줬고, "초심으로 돌아가 오늘이 생일"이라는 스토리텔링으로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또, 재료를 선점하는 노하우로 상대팀을 혼란에 빠뜨렸다. 경력이 오래된 대가들을 지휘하는 카리스마도 돋보였다. (놀랍게도 최현석과 에드워드 리, 안유성은 동갑내기로 밝혀졌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의 한 장면

"특수한 상권이라고 판단을 했고, 이 컴피티션 자체가 매출 볼륨을 높이고 합리적인 좋은 음식을 선사하기 위해서 객 단가를 높여야 된다고 판단을 했고요." (최현석)


3라운드에서 리더로서의 역량을 증명했다면 4라운드에서는 사업가로 빛났다. 자체 우승 투표에서 상위 3위 내에 들어 또 다시 리더로 선정된 최현석은 팀을 나눠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미션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각 팀은 레스토랑의 메뉴와 가격을 직접 선정해야 했는데, 제작진의 의도를 간파한 최현석은 '억수르 기사식당'이라는 이름을 내걸며 고가의 음식들로 메뉴를 구성했다.

최현석의 판단은 적중했다.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는 '먹방러' 손님들은 랍스터 반 마리가 들어간 파스타와 캐비아가 듬쭉 들어간 알밥을 과감히 소비했다. '억수르 기사식당'은 영업시간 2시간 30분 동안 4,774,000원의 매출을 올려 2위 트리플 반점 2,220,000원, 3위 Jang 아저씨 식당 1,498,100원, 4위 방송국도 줄서는 식당 1,348,000원을 압도했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의 한 장면

 

"봉골레 제일 잘하는 사람이 됐습니다." (최현석)



최현석의, 최현석에 의한, 최현석을 위한 '흑백요리사'의 화룡점정은 5라운드 '인생을 요리하라' 미션이었다. 최현석은 첫 직장이었던 '라쿠치나'의 하루를 회상했다. 이탈리아어로 소통하며 정신없이 일하던 날, 선배가 냉장고로 불러서 '심부름을 시키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엎어진 우유 박스 위에 봉골레 한 접시가 놓여 있었다고 한다. 지친 막내 기살리기 전통이었던 모양이다.

그때 최현석은 앞으로 이 일을 계속한다면 봉골레를 제일 잘 만드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고, 수많은 시행착오와 다양한 시도 끝에 마침내 그리 되었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인생을 담은 요리라는 점에서 미션을 잘 이해한 결과물이었다. 안성재 셰프는 맛이 조금 빈다고 아쉬워 했고, 백종원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심사 결과는 나폴리 맛피아에 1점 뒤진 아쉬운 2위였다.

미션이 끝난 후, 최현석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마늘을 빼놓고 봉골레를 만드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고 고백했다. 최고의 반열에 오른 요리사가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시그니처 메뉴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한 재료를 빠드린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삶의 이치까지 돌아보게 만들다니! 놀라운 점은 그럼에도 최현석이 2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지금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리더로서 합당한 권위만을 취하고, 리더십과 책임감으로 팀원을 이끄는 모습은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상황에 맞는 기민한 대처와 적절한 판단력은 그가 얼마나 유연한 리더인지 보여줬다. 후배들에게 너스레를 떨며 재료를 빌리는 모습은 최고의 요리 앞에 비굴함도 거리낄 게 없다는 점에서 탈권위적이었다.

대중적이라는 이미지 뒤에 숨겨진, 요리를 향한 엄청난 열정과 노력을 들여다본 순간이었다. '흑백요리사'는 한마디로 최현석의 재평가라고 할 만하다. 그를 향한 선입견은 더 이상 발 붙일 자리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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