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처벌 강화하면 모든 범죄가 사라질까? 보수 집권과 살인률의 관계

너의길을가라 2012. 8. 2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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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범죄'를 비롯해서 최근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살인 사건과 성폭력 범죄들로 인해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도심 한 가운데에서 칼부림이 일어나는가 하면 성폭력 범죄 전과자들이 전자발찌를 찬 상태에서도 성폭행을 시도하는 등 그 범죄의 형태가 매우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학교 폭력도 성인 범죄 못지 않게 심각해져 청소년들도 결코 안전하지 않은 실정입니다. 전 국민이 불안감에 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해결방안으로 정부와 여당, 그리고 보수층들은 반사회 범죄에 대해 단호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성폭력 범죄에 대한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주장에서부터 사형을 시켜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도 심상치 않게 들립니다. 유아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자에게만 실시하도록 되어 있는 화학적 거세를 성폭력 범죄자 전체에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또, 학교 폭력과 관련해서는 가해 학생에 대한 기록을 생활부에 기재하도록 하는 교과부의 조치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제임스 길리건의『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는 1900년부터 2007년까지의 살인률과 자살률의 통계를 통해 '왜 보수가 집권하면 살인과 자살이 늘어나는가'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실제로 민주당이 집권했던 시기와 공화당이 집권했던 시기에 살인률과 자살률은 큰 차이를 보입니다. 추천사를 쓴 성공회대 조효제 교수는 이 책의 결론은 다음과 같이 요약합니다.


공화당이 추구하는 정책은 사람들을 강력한 수치심과 모욕감에 노출시키기 쉬운 정책이다. 열패감과 열등감을 조장하며 타인을 무시하고 경멸하도록 부추기고 불평등을 찬미하는 문화를 숭상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사회 · 경제적 지위를 상실했을 때, 특히 해고를 당했을 때, 극도의 수치심과 모욕감을 경험한다. 이런 식으로 수치심과 모욕감이 팽배해 있는 사회에서는 폭력 치사가 발생할 확률이 높이진다. 


제임스 길리건의 결론을 대한민국에 그대로 옮겨올 수 있을까요? 민주정부 10년과 MB 정부 5년은 분명 유의미한 정책적 차이를 보입니다. MB 정부 들어오면서 '법치'를 가장 앞에 내세우고, 각종 범죄들에 대해 강력 대응하고자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형량을 대폭 늘린 것도 MB 정부에서 생긴 변화 중 한가지입니다. 


범죄자들에 대한 형량을 늘리고, 학교 폭력 가해 학생들을 생활부에 기록해 낙인을 찍는 것, 성범죄자들에게 전자 발찌를 채우고 화학적 거세를 가하는 것만으로 이러한 범죄들을 근절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방법들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요? 물론 일시적으로 '범죄'들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에 대해서도 회의적입니다만. 결국 근본적인 원인을 외면하고 버려두고 '처벌'로 억제하려는 지금의 방식들은 분명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것이 자명합니다. 


책에 인용된 미국 공중위생국 질병통제예상센터에서 일하는 핵심 간부 두 사람이 쓴 글을 한번 보시죠. 


"기존의 폭력 예방 자원은 폭력 행동을 유발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개인적 변수들을 조정하려는 노력에 주로 투입된다. 폭력을 유발할 수 있는 사회적 변수들을 바로잡는 데 기울이는 과학적 · 정책적 관심은 훨씬 적다. ······ 그러나 과학적 연구는 뚜렷한 사회 · 경제적 격차가 근본적으로 폭력의 병인이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 빈곤과 실질적인 취업 기회의 결여는 ······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앞날에 희망을 품지 못하게 만들고 가정 불화를 일으켜 폭력을 조장하기 십상이다. 인종주의와 남녀차별은 사회 · 경제적 불균형을 악화한다. ······ 좀 더 굵직한 사회 · 경제적 문제를 짚어주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폭력을 줄일 수 있을지 길잡이 노릇을 해줄 연구와 정책 개발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습니다. 사람이 최고의 가치라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깨닫는 것사회적 범죄들이 단지 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인식 속에 결국 사람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정말 우리가 해야 할 일 아닐까요? 물론 더디기에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길이지만, 결국 그 길만이 근원적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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