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11살, 6살 자매를 둔 부모가 스튜디오를 찾았다. 방송에 출연한 까닭은 '무엇'을 멈추지 못하는 6살 금쪽이의 수상한 버릇 때문이었다. 도대체 그 '무엇'이란 무엇일까. 아침에 일어난 금쪽이는 언니와 TV를 보다가 갑자기 상의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이를 발견한 엄마는 기겁하며 "만지지 마. 만지면 안돼!"라고 강하게 제지했다.
금쪽이는 때마침 거실로 나온 아빠의 품에 안기더니 이번에는 아빠의 상의 속으로 손을 집어 넣었다. 아빠는 그 상황이 익숙한 듯 포기한 채 앉아 있었다. 그렇다, 금쪽이는 '찌찌(?)'를 만지고 있었다. 심지어 지퍼까지 내리고 본격적으로 파고 들었다. 아빠가 금쪽이의 손을 빼내 보았지만 금쪽이는 멈출 줄을 몰랐다. 금쪽이의 수상한 버릇은 바로 가슴을 만지는 것이었다.
금쪽이의 젖꼭지는 한쪽이 심하게 돌출돼 있었다. 비율이 차이가 육안으로도 확연히 보일 정도였다. 또, 쥐어뜯는 바람에 염증까지 생긴 상태였다. 엄마는 심각성을 깨우쳐 주기 위해 비슷한 사례의 가슴 사진을 보여줬다. 일종의 충격요법이었다. 상처 부위에 약을 발라주며 만지면 안 된다고 재차 경고했지만, 금쪽이의 손은 다시 가슴으로 향했다. 오은영의 표정은 사뭇 심각해졌다.
"일반적으로 신체 부위를 만지거나 자극을 주는 목적은 긴장을 이완하고 마음의 편안하게 하기 위해서예요." (오은영)
신체의 특정 부위에 대한 집착은 아이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정형돈은 초등학교 2학년 무렵까지 손가락 2개를 입 안에 넣고 빨아야 잠들 수 있었다며 자신이 경험담을 꺼내놓았다. 홍현희는 엄마의 목 부위를 만져야 마음이 편해졌다고 털어놓았다. 뭔가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기분이었다는 것이다. 과연 금쪽이도 비슷한 케이스일까. 금쪽이도 편안함을 느끼고 싶었던 걸까.
금쪽이는 언제부터 가슴을 만지기 시작했을까. 시기는 두 돌 무렵부터였다. 엄마는 금쪽이가 가슴을 만지기 전에는 배꼽을 만졌다고 대답했다. 부모가 생각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아빠는 유전적인 영향을 꼽았다. 자신의 누나의 경우 혀를 입천장에 대고 혀를 빨았고, 손가락의 연골 부위를 계속 만지는 버릇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 큰딸은 입술 한 쪽을 빨아 확연히 부어 있었다.
"나는 엄마 아빠 둘이 사이가 좋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엄마 아빠 안 울었으면 좋겠어." (금쪽이)
애착 관계의 문제일까. 아니면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일까. 일이 바쁜 부모가 집을 비우자 둘만 남겨진 자매는 침대에 앉아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금쪽이는 엄마가 집을 나갔을 때 속상했다며 얘기를 꺼냈다. 무슨 일이었을까. 워킹맘인 엄마는 업무 시간이 긴 아빠를 대신해 가사와 육아까지 모두 책임지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스트레스가 계속 쌓여만 갔고, 어느 순간 폭발했던 것이다.
자매에게 그날의 일은 마음의 상처로 남아 있었다. 자신들이 엄마를 힘들게 했던 것 같다며 자책했다. 언니는 (부모를 대신해) 금쪽이와 충분한 정서적 상호 작용을 하고 있었다. 참된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자신의 위치에 맞게 언니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었다. 가슴을 만지지 못하도록 붙여놓은 반창고 때문에 잠들지 못하는 금쪽이의 마음에 공감해 반창고를 떼어주는 것도 언니였다.
"애들 마음을 부모가 너무 모르는 거 같아요." (오은영)
오랜만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는 드문 기회였다. 아빠는 요리를 담당했고, 아이들은 수저를 식탁에 놓으며 도왔다. 제법 신이 났던 모양이다. 그런데 한 사람이 빠져 있었다. 엄마는 저녁 대신 휴식을 선택했다. 금쪽이는 그 상황이 너무 속상했다. 얼굴에 실망감이 잔뜩 묻어 있었다. 금쪽이는 아빠에게 귓속말로 '엄마한테 같이 밥 먹자고 해.'라고 제안했다.
아빠가 꿈쩍하지 않자 금쪽이는 홀로 침실로 가서엄마를 데려오려 했다. 가족의 화합을 이끌어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딱해 보일 지경이었다. 하지만 엄마는 단호히 거절했고, 금쪽이는 쓸쓸히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언니는 "엄마는 아빠랑 먹을 때 소화가 안 된대."라며 속상해 했다. 금쪽이는 고기 반찬도 마다하고, 좋아하는 계란찜도 남기고 말았다. 그만큼 슬펐던 것이다.
방으로 들어간 금쪽이는 갑자기 책상 위에 올려진 좌식 의자를 가지고 나오더니 거실에 내동댕이쳤다. 뜬금없이 화를 내고, 문을 닫고 침대에 누웠다. 슬픔을 삼키고 있었다. 마음이 아팠던 금쪽이는 가슴을 만지며 마음을 달랬다. 오은영은 그런 금쪽이를 보며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워했다. 아이가 부모와 함께 밥을 먹고 싶어하는 마음이 과한 것일까. 그건 당연한 마음이었다.
물론 엄마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됐다. 평소 집안일과 양육을 도맡아하다보니 아빠가 저녁을 책임지는 날이 아니면 쉴 시간이 없었다. 모처럼 맞는 휴식을 챙긴 것뿐이었다. 하지만 오은영은 그건 어른들 사정이라고 못박았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날은 특별한 날이었다. 평소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날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가족이란 함께 해야 하는 존재이자 관계가 아닌가.
"가족은 연대감과 끈끈함을 갖고 있어야 해요. 그러면서 동시에 가족 구성원 각자가 독립성이 유지가 되어야 해요. 끈끈함이 너무 없으면 외롭고, 각자의 영역을 침범하면 과도하게 통제하는 거고. 두 가지 개념을 잘 균형있게 조화롭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은영)
한편, 아빠는 의자를 내동댕이친 행동에 대한 훈육을 위해 금쪽이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오늘 하루 동안 자신이 보여준 사랑과 노력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한 뒤 불만이 있었냐고 물었다. 당연히 금쪽이는 그에 대한 불만은 없었다. 이어서 금쪽이의 행동 때문에 억울하다며 사과를 강요했다. 말투는 차분해으나 공감을 이끌어내는 어법은 아니었다. 오은영은 이 장면을 어떻게 봤을까.
금쪽이는 자신의 속상함을 아빠와 나누고 싶지 않았을까. 하지만 아빠는 합리화, 변명, 나의 정당화에 초점을 맞춰 대화를 이끌어나갔다. 아이에게 억울함만 토로했다. 물론 아빠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이 마음에 대한 얘기가 빠져 있었다. 그런데 사과까지 요구하니 금쪽이는 굉장히 당황스러워 할 수밖에 없었다. 가짜 하품을 하며 회피하려 한 건 그 때문이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가슴을 만지는 문제를 다룰 차례였다. 오은영은 금쪽이네가 긴장이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아마도 신체를 만지며 긴장을 해소했던 것이리라. 또, 감정의 모호함과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오은영은 양육자가 물리적으로 부재하거나 감정의 공감을 많이 받지 못했을 때, 통제적인 환경에서 자랐을 때 아이들이 그런 경향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금쪽이네의 경우가 그랬다. 아빠는 집에 있는 시간이 적었고, 친절하기는 하지만 억울함을 많이 보여 아이이 감정을 알아주지 않았다. 엄마는 평소 양육을 도맡아하지만, 가족이 모두 모였을 때는 감정을 투여하지 않았다. 한발 빠져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 또, 엄마의 걱정이 피상적으로 느껴질 법했다. 오은영은 아이들에게 온마음을 다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부부 관계였다. 엄마와 아빠는 사소한 대화를 나누다가 이내 자신의 어려움을 털어놓기 시작했고, 결국 상대방에 대한 원망을 쏟아냈다. 대화는 원활히 진행되지 않았다. 엄마는 눈물을 왈칵 쏟았고, 아빠는 말문이 막혔다. 그러기에는 감정의 골이 깊어 보였다. 그런데 부모가 다투는 소리를 방 안에서 숨죽여 듣고 있을 아이들의 마음은 어떨까. 불안하고 긴장되지 않을까.
금쪽이는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언니와 소통하고 있지만,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구멍이 남아있었다. 가슴을 만지는 건 외로움과 슬픔을 떨치기 위한 금쪽이만의 방법이었다. 오은영은 부부싸움 후에는 아이들에게 "많이 놀랐니?"라고 말을 걸어 감정을 보듬어 주고, 상황 설명을 통해 안심시켜주라고 설명했다. 그러지 않으면 상황 파악이 힘든 아이들은 모호한 긴장에 사로잡히게 된다.
금쪽이의 문제를 풀기 위한 가장 좋은 해결책은 사이 좋은 부모를 보는 것이었다. 오은영은 부부 클리닉을 준비했다. 두 사람에게 마주보고 손을 잡은 채 눈을 보게 했다. 언제 마지막으로 눈을 바라봤냐고 묻자 없었던 것 같다며 어색해했다. 가장 가까워야 할 부부가 그만큼 낯설어져 있었다. 아빠는 빛났던 사람인데 고생만 시켜 미안하다고 말했고, 엄마는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졌다고 털어놓았다.
과연 화목의 길로 한 발자국씩 나아갈 수 있을까. 꾸준한 대화를 통해 부부 관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 금쪽이를 위해서 '사랑의 목걸이'를 만들었다. 손만 뻗으면 만질 수 있는 가슴 대체품이었다. 금쪽이가 좋아하는 촉감으로 만드는 게 관건이었다. 자신만의 목걸이를 갖게 된 금쪽이는 가슴을 만지는 대신 목걸이를 만지며 잠자리에 들었다.
또, 방 한쪽 구석에 캠핑 용품으로 홈 카페를 꾸몄다. 사랑의 거리 20cm를 실천하고, 가족의 소통 장소가 될 공간이었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에게 '15분 붙어있기' 등의 미션을 주며 관계 회복을 도왔다. 가사를 함께 나눠서 하고,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자 부부 관계는 점차 개선되기 시작했다. 또, 엄마 아빠는 아이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불안과 긴장을 제거해 나갔다.
금쪽이는 더 이상 가슴을 만지지 않게 됐다. 대체품인 목걸이를 만지며 감정을 다스려나갔다. 3년간 이어졌던 찌찌 집착이 해결된 것이다. 오랜만에 가족여행을 떠난 금쪽이네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엄마는 아빠가 많이 바뀐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결국 부부의 화목은 가족 행복의 씨앗이라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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