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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과 음주단속의 괴리 줄이기, 음주단속 예고보다 중요하다 본문

사회를 듣는 귀

음주운전과 음주단속의 괴리 줄이기, 음주단속 예고보다 중요하다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6. 7. 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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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OO시(時)부터 음주 단속을 실시합니다!' 


어라? 음주 단속을 예고(豫告)한다? 선량한 시민이라면 이런 의문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원래대로라면 음주 운전을 해서 단속이 됐을 '잠재적' 범죄자들을 도와주는 꼴 아닌가? 그렇다. 전부 다 잡아들여야지! 그에 대한 경찰의 모범 답안은 다음과 같다. "'단속(적발)'만이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단속을 예고를 함으로써 음주 운전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경찰 관계자의 대답도 비슷하다. "사전에 음주운전에 대한 내용을 공지하는 것은 적발보다는 사고 예방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음주운전과 관련된 사고가 많이 일어나다 보니 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사전에 예방하고자 하는 성격이 강한 것이다." 흥미(롭다고 해야 하나?)로운 사실은 '예고'를 했음에도 여전히 음주 운전은 무분별하게 이뤄졌고, 평소와 비슷하거나 혹은 더 많은 적발 건수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29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오후 10시부터 약 2시간 동안 도내 11개 고속도로의 56개 진·출입로에서 음주단속을 실시한다고 예고했고, 실제로 다음날 그 시각에 대대적인 음주 단속을 실시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단 한 명의 음주 운전자도 없었다면 좋겠겠지만, 그 짧은 시간에 무려 110명(면허 취소 21명, 정지 42명, 채혈요구 7명)이 적발됐다.



한편, 지난 6월 15일에는 전국적인 음주단속이 실시(21시부터 23시까지)됐고, 경찰은 하루 전인 14일 친절하게도 음주 단속을 예고했다. 1,547곳에서 이뤄진 음주 단속에서 총 534명이 적발(먼허 취소 197명, 정지 313명, 채혈 19명, 측정거부 5명)됐다. 일일 평균 단속 건수가 666건이라는데, '예고'를 했음에도 534명이, 그것도 2시간 만에 단속됐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니, 음주 단속을 한다고 대놓고 알려주는데도 이리도 많이 단속된단 말인가? (솔직히 말해서) 쟤네들 바본가? 선량한 시민들은 이런 의구심을 품을 법 하다. 아마 음주 단속을 나섰던 경찰들도 어이가 없었을지 모른다. 이쯤되면 '음주 단속 예고제'에 실효성(實效性)이 있는지 의문스러운데, 반대로 그만큼 음주 운전이 '만연(蔓延)'하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예고'를 통해 '오늘'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내일'과 '글피'까지 지속되리라는 보장이 있을까?)



그렇다면 음주 운전이 이토록 사회에 만연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 이유로 '인식 부족'을 꼽는 이들도 더러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음주 운전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차라리 '대리 운전비'라고 하는 현실적인 이유가 더 와닿는다. 어차피 모든 도로에서 음주 단속을 하는 게 아닐 테니까 '걸릴 확률'보다 '피해갈 확률' 쪽을 선택하는 '인간의 합리성'에서 답을 찾는 건 어떨까?


개인적으로는 '음주 운전'과 '음주 단속' 간의 '괴리'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음주 운전이란 '술을 마신 채 운전을 하는 행위'를 말하고, 음주 단속이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전을 하는 운전자를 단속하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을 해보자.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면 (단속이 된 경우) 모두 형사 처벌을 받게 되는가? 아니다. 단속 기준(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을 충족해야 법적인 처벌을 받게 된다.


다시 말해서 혈줄알코올농도가 0.049%라면 '훈방(訓放)'이 돼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다시 운전을 하더라도 경찰로서는 막을 방도가 없다. 면죄부를 받은 음주 운전자들은 '이 정도면 걸리지 않는다'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축적해나간다. 음주 운전이 '상습성'을 띤다는 말은 단속 자체를 요리조리 피하는 요령을 터득한 케이스뿐만 아니라 이처럼 단속 수치를 피해가는 법을 깨달은 경우도 포괄한다.



'0.05%'라는 단속 기준은 합리적인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측면이 강하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시속 60km로 주행 중에 적색 신호등이 점등 됐을 때, 운전자가 정지선에 제대로 멈출 수 있는지 실험을 했는데, 그 결과 혈중알코올농도 0.03% 수준에서도 운전자의 반응속도는 느렸고, 제동거리가 평상시보다 평균 10m 증가했다고 한다. 단속 수치에 미달하는 혈중알코올농도에서도 사고 위험성은 높았다.


캐나다 : 0.08% (운전 경력 2년 미만, 20세 미만의 경우 0.01%)

스페인 : 0.08% (운전 경력 2년 이하 0.03%)

독일, 프랑스 : 0.05%

뉴질랜드 : 0.05% (운전 경력 2년 이하 0.03%)

러시아, 중국, 일본 : 0.03%

스웨덴 : 0.02%


'0.05%'라고 하는 단속 기준이 만들어진 시기가 1962년인데 무려 55년째 사용되고 있다. 이쯤되면 국가가 음주 운전을 '방치'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캐나다와 스페인의 경우 0.08%로 우리보다 높지만, 운전 경력에 따라 세밀하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주목할 만 하다. 일본은 2002년 단속 기준을 낮추고(0.05% → 0.03%), 처벌은 강화(벌금 500만 원 → 1,000만 원)했다. 그 결과 음주운전 사망자가 1/4 수준으로 급감했다. 



대한민국 경찰도 단속 수치를 0.03%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3월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쳤지만, 아직 별다른 소식이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도로 위에는 술을 마신 운전자가 몰고 있는 차량이 수많은 운전자들의 생명을 위협하며 질주하고 있다. 단속과 처벌이 능사는 아니겠지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다는 차원에서 '합리적인 기준'을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 


술을 한 잔만 마시고 운전을 해도 '처벌'을 받게 된다는 인식이 '상식'이 되고, 그 처벌이 '솜방망이'가 아니라 (타인의 생명을 위협했던 만큼) 범죄의 경중에 걸맞은 '아픈 방망이'가 된다면, (일본의 경우처럼) 음주 운전으로 인한 안타까운 죽음을 현격히 감소시킬 수 있을 테고, 궁극적으로는 음주 운전 자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음주 운전'과 '음주 단속'의 괴리를 줄이는 것, 그것이야말로 음주 운전 예고제보다 훨씬 더 시급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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