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잘생긴 남자 경찰관과 예쁜 여자 경찰관? 표창원의 선의와 그의 한계

너의길을가라 2016. 7. 6. 12:23


지난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표창원 의원은 부산의 학교 전담 경찰관 2명이 여고생과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어 커다란 파문이 일어난 것과 관련해 "잘생긴 남자 경찰관과 예쁜 여자경찰관을 배치할 때 이런 사태는 예견됐다"는 발언을 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가열찬 비판과 묻지마 쉴드 사이에 그가 있다. 



표창원 의원의 선의(善意)를 이해한다. '경찰' 출신인 그가 '경찰'과 관련된 문제에 더욱 적극성을 띠는 것은 별스러운 일이 아니다. 경찰이라는 조직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표 의원의 발언은 무게감이 실릴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롤(role)'처럼 부여됐을 것이다. "경찰은 표 의원이 맡아야지!" 게다가 그가 '애초에' 지적하고 싶었던 포인트는 '학교전담경찰의 선발 기준을 인지도와 호감도 두 가지로 평가'하는 경찰 행정의 문제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선의를 이해하는 것과 그의 한계를 지적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학교전담경찰관 선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표 의원의 '성폭력'과 관련한 인식은 '수준 이하'였다. 그의 발언은 이번 사건이 발생한 원인을 '잘생기고', '예쁜' 경찰관의 외모 탓으로 돌리는 듯 했고, 이는 성폭력의 '본질'을 흐리는 왜곡된 해석이 담긴 발언이었다.


당장 여성단체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여성의전화(학대받는 여성을 돕기 위해 83년 발족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성폭력 사건 자체를 가해자의 외모 문제로 해석해 표현하는 것은 성폭력의 본질을 흐리는 발언이다. 이 사건은 경찰관이라는 지위에서 비롯된 권력의 문제로 봐야한다"고 지적하며 "표 의원에 대한 기대치가 있었는데, 해당 발언은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포털 사이트 DAUM의 관련 기사에는 표창원 의원을 '지지(?)'하는 댓글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옆에서 개짓는 소리에 굴하지 마세요"에서부터 시작해서 "요즘 애들 외모만 치우치고 끼가 넘쳐 문제가 크다. 서로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댓글도 압도적인 추천을 받았다. 또, "별걸 다 갖고 트집"이라는 댓글도 눈에 띈다. 이 문제를 정략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려는 '정치적 인간'들도 더러 보인다.


1) "학교전담경찰의 선발 기준을 인지도와 호감도로 평가한다"

2) "잘생긴 남자 경찰관과 예쁜 여자경찰관을 배치할 때 이런 사태는 예견됐다"


표창원 의원의 발언을 간단히 정리하면 위와 같을 것이다. "경찰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홍보 점수"인데, "홍보를 잘하면 7점, 범임을 검거하면 5점"인 경찰 본연의 역할을 망각한 현실을 짚으면서 학교전담경찰의 선발 기준이 잘못됐다고 지적한 부분은 '적절'했다. 하지만 그 기준이 이번 사건을 초래(예견)했다는 주장은 잘못됐다. 게다가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인지도와 호감도'를 '잘생긴', '예쁜'과 같은 외모로 간단히 치환시켜버렸다. 




'학교전담경찰관이 잘생겼기 때문에'라는 표 의원의 주장은 '외모주의'에 입각한 발언이자, 성범죄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위험한 태도일 수 있다. 영화의 노출 장면을 아무런 동의 없이 공개한 감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곽현화의 "성범죄는 범죄이다. 가해자의 잘못이지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발언에 전적으로 공감했던 누리꾼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그렇다면 학교전담경찰관이 '못생겼'다면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을까? 


우리가 표 의원의 '주장'을 고스란히 수용한다면, 성폭행을 비롯한 성범죄의 '원인'을 '짧은 치마'와 같은 야한 옷과 '섹시한 외모' 탓으로 돌리는 기존의 왜곡된 시각을 답습하는 꼴이 된다. 성범죄를 이야기할 때 '외모'가 언급된다면, 또, 외모가 '본질적인 원인'이라 주장한다면, "그러니 왜 그렇게 야하게 화장을 했냐. 왜 짧은 치마를 입었냐. 네가 처신을 잘못한 거다"라는 왜곡된 시선에 동참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한바탕 논란이 일어나고 다음 날인 6일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한 표 의원은 "표현 자체에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한 점이 있었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적발된 개인 경찰관에게만 비난을 할 것이 아니라 학교전담경찰관과 관련한 제도적인 문제들을 살펴보자'는 취지에서 발언을 한 것이라 해명했다. 또, "백남기씨 사건, 법조 비리 등은 전혀 제기되지 않고 발언에 대한 해석의 논란만 있는 게 유감스럽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발언의 '의도'를 생각할 때, 그의 당혹스러움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일선 현장에서 외모 기준으로 (경찰관이) 선발됐고, 그로 인해 한창 사춘기인 학생들과의 관계 속에서 부적절한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 이런 부분들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밝힌 것을 보면 성범죄를 바라보는 표창원 의원의 기본적 '인식'은 여전히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자신의 발언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과'하는 그의 자세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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