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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됐던 반려견에게 '짖음 방지기'가 불가피 했을까? 강형욱의 조언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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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됐던 반려견에게 '짖음 방지기'가 불가피 했을까? 강형욱의 조언은?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20. 6. 16. 15:32

우리나라 유기견이 무려 약 12만 마리라고 한다. 입이 쩍 벌어지는 숫자다. 믿기지 않지만 정말 많은 개들이 버려지고 있다. 일명 '말티프'라 불리는 말티즈와 푸들의 믹스견, 사랑(암컷, 5살)이와 보리(암컷, 2살)도 유기견이었다. 사랑이는 개 농장에 팔려갈 뻔 했고, 보리도 파양의 아픔을 겪었다. 안타까운 사연을 안고 살아온 사랑이와 보리는 왜 KBS2 <개는 훌륭하다>에 나와야만 했을까.

보호자(남편과 아내)가 사연을 신청한 이유는 사랑이가 외부인뿐만 아니라 보호자까지 물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아내 보호자는 얼굴이 찢어질 정도로 심하게 물리기도 했다. 사랑이의 공격성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기 위해 제작진이 사전 조사에 나섰다. 초인종을 누르자 사랑이와 보리는 사납게 짖기 시작했고, 제작진이 집 안으로 들어가자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민원이 너무 심하게 들어와서 '짖음 방지기'를 사용했어요. 그 전까지는 안 하다가. 저도 테스트해봤는데 너무 아픈데, 안 채우면 민원이 너무 심하게 들어와서 물리적으로 타격을 받아야 더 짖지 않고, 교육이 잘 안 되더라고요."

사랑이가 워낙 예민해서 보호자 입장에서도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웃들의 소음 민원이 계속 들어오자 버티다 못해 결국 이사까지 해야 했다. 상황은 점차 나빠졌다. 2중, 3중으로 창문을 닫으며 방음에 신경을 썼지만, 그것만으로 사랑이의 짖는 소리를 완벽히 차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급기야 보호자는 '짖음 방지기'를 채워 사랑이를 억제하려 했다.


'짖음 방지기'란 개가 짖을 때마다 전기 충격을 가하는 방식의 훈련 도구였다. 말은 훈련 도구지만, 고통을 가해서 짖는 걸 막는 잔혹한 기구와 다를 게 없다. 그 장면을 보고 있던 강형욱 훈련사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놀란 건 수제자 이경규와 게스트 강남도 마찬가지였다. 영국에선 2018년 8월 이후 '짖음 방지기' 판매 금지 조치가 이뤄졌는데, 국내에는 그와 관련한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사랑이는 물건에 대한 집착도 심했다. 어떤 물건에 한전 꽂히면 물고 늘어졌는데,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았다. 사랑이는 공중부양을 한 상태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보호자는 매번 사랑이와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한편, 보호자는 사랑이가 이전 보호자에게 학대를 당했던 것 같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제시했다. 입양 초기부터 경계심이 굉장히 심한 사랑이의 행동 때문이었다.

좀더 자세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이경규와 강남이 투입됐다. 낯선 사람의 등장에 사랑이와 보리는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현관까지 나와 위협적인 태도를 취하는 사랑이와 달리 보리는 보호자에게 달려갔다. 확실히 사랑이의 상태가 훨씬 좋지 않았다. 강 훈련사는 아내 보호자에게 보리와 함께 다른 방에 들어가게 했다. 그러자 사랑이의 짖음은 헌격하게 줄어들었다.


"나는 느낌이 아내 보호자가 엄청 혼내는 사람 같아요."

보호자가 없는 상황이 이어지자 사랑이는 사실상 저항을 포기한 채 구석에 쪼그려 앉았다. 그러면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겁을 먹은 것이다. 강 훈련사는 보호자에게 당황한 사랑이를 다독여 주라고 했지만, 사랑이는 정작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보호자의 위로가 전혀 먹히지 않았다. 강 훈련사는 아내 보호자가 사랑이를 많이 혼냈을 거라 예측했고, 보호자는 그 사실을 인정했다.

드디어 강 훈련사가 나설 차례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사랑이를 구석으로 몰아갔다.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손에 트라우마가 있을 사랑이를 배려해 몸을 사용했다. 그런데 사랑이는 빠져나가기 위해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체념한듯 옆에 엎드리기까지 했다. 강 훈련사는 그 모습을 보더니 확신한 듯했다. "이런 행동은 엄청 맞아본 애들이 하거든요."

강 훈련사는 아내 보호자와 상담을 시작했다. 사랑이가 왜 작은 움직임에도 깜짝깜짝 놀라는지 물었다. 그건 분명 비정상적인 행동이었다. 아내 보호자는 사랑이가 자신에겐 그러지 않는데, 남편 보호자에게 그런 반응을 보인다면서 남편 보호자가 사랑이를 때린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사랑이가 아내 보호자의 얼굴을 무는 걸 목격한 남편 보호자가 화를 참지 못하고 사랑이를 때렸던 것이다.


이미 학대를 경험했을지도 모를 사랑이가 입양 후에도 폭력을 겪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리라. 한편, 아내 보호자는 사랑이가 유기견이란 생각에 항상 미안함과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마음이 아파서 제대로 된 교육을 시킬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강 훈련사는 보호자에게 사랑이가 다 이상 유기견이 아니라고 단호히 말했다. 사랑이는 엄연히 보호자의 가족이었다.

개는 잊고 싶어하는 기억을 오히려 보호자가 계속 상기시켜주고 있었던 셈이다. 사랑이는 교육을 통해 충분히 나아질 수 있었다. 물론 보호자의 단호한 훈련과 절제된 애정은 필수조건이었다. 하루동안의 훈련이 끝난 뒤, 강 훈련사는 보호자에게 '짖음 방지기'를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보호자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반려견을 사랑한다면서 그 끔찍한 도구를 쓰는 건 이율배반이었다.

지난 15일 방송을 통해 <개는 훌륭하다>는 유기견을 입양한 보호자들이 어떤 태도로 자신의 반려견을 대해야 하는지 잘 보여줬다. 보호자와 가족이 된 유기견은 더 이상 유기견이 아니었다. 보호자의 사랑이 반려견을 위한 게 아닐 수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보호자의 담대하고 강인한 모습이 반려견을 과거의 상처로부터 끄집어낼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또, 일부 보호자들이 쓰고 있는 '짖음 방지기'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기회를 마련해줬다. 공동 주거 공간이 대부분인 요즘 같은 시대에 이웃들의 민원이 쏟아지는 상황이 주는 스트레스를 이해하니 못하는 건 아니지만, 반려견에게 고통을 주는 방식의 교육이 과연 불가피한 것일까. 혹시 그건 반려견에 대한 학대는 아닐까. 보호자라면 한번쯤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동물에 잔인한 행위를 하는 것이 인간에 대한 잔인한 행위까지 용납하게 만든다.'

헨리 S. 솔트는 <동물의 권리(Animals' Right)>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 보호자로부터 버려지는 밤려견의 수가 12만 마리가 달하는 사회, 반려견이 시끄럽다고 해서 짖을 때마다 전기충격을 가하는 '짖음 방지기'를 사용하는 사회. 우리가 만든 세상이 어떤 곳인지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강형욱은 보호자에게 '짖음 방지기'를 자신에게 팔라고 했다. 그 마음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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