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극장

<워터 디바이너>, 부성애를 넘어 평화적 연대를 이야기하다

너의길을가라 2015. 2. 3. 08:00
반응형


개봉(1월 28일)을 한 주 앞두고 가장 보고 싶은 영화 1위에 올랐던 <워터 디바이너>는 안타깝게도 박스오피스 7위(누적 관객 수 80,351명, 2월 1일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감독과 주연을 맡은 러셀 크로가 방한(訪韓)을 하고, JTBC 손석희 앵커와 인터뷰를 하는 등 화제를 모았던 것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스코어가 아닐 수 없다.


농담이지만 최근 손석희 앵커와 인터뷰를 했던 영화(<카트>,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워터 디바이너>)들의 흥행 성적이 저조했던 건 우연의 일치일까? 물론 (농담이라고 전제한 것처럼) 그렇게 볼 일은 아니다. 오히려 작지만 소중한 영화들에 관심을 기울여주고, 한번이라도 더 대중들의 관심을 끌도록 애쓴 JTBC <뉴스룸>에 고마움을 표할 일이다.



본격적으로 <워터 디바이너>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영화의 제목인 '워터 디바이너(The Water Diviner)는 'water-finder'와 같은 뜻으로, '수맥을 찾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 제목을 통해 러셀 크로우가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두 가지 정도일 것이다. 하나는 지난한, 그럼에도 포기를 모르는 '찾는' 행위와 더불어 '감각'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수맥을 찾는 행위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개연성(蓋然性)을 다소 무시(!)하겠다는 의도이다.


실제로 러셀 크로의 아버지는 호주에서 워터 디바이너로 일했었고, 그 기억이 영화를 만드는 데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수맥을 찾는 장면에 대해 "난 살면서 언제나 직관이라는 마법의 세계의 신봉자였다. 반드시 아들의 시체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직관이 코너를 움직이게 만든다. 더불어 그 직관은 예술가가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0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손석희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러셀 크로우는 <워터 디바이너>라는 영화를 간략히 소개한 적이 있다. 그의 말을 그대로 옮겨보자면, "영화 배경은 1919년이며 조슈아 코너라는 남자에 관한 이야기다. 그의 세 아들은 1차 세계대전을 위해 떠났지만 돌아오지 않았고 이에 아내는 자살했다. 세 아들의 뼈를 찾아 아내 곁에 묻어주기 위해 지구 반대편인 터키에 가기로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한다.


<워터 디바이너>가 언급하고 있는 제1차 세계대전 갈리폴리 전투(차낙칼레 전투, (Çanakkale savaşı)는 독일 · 오스트리아 등과 손을 잡았던 오스만 제국(지금의 터키)을 공격하기 위해 연합군이 소아시아의 칼리폴리 반도에 상륙해 벌였던 전투로, 양측의 사상자만 무려 30만 명 이상이 나왔을 만큼 끔찍하고 참혹한 싸움이었다. 영군군이 중심이 된 연합군에 영연방국가인 호주와 뉴질랜드 등도 군대를 파견했고, <워터 디바이너>의 주인공인 조슈아의 세 아들이 전투에 참여했던 것이다.



전쟁의 참화(慘禍)는 조슈아의 세 아들을 비껴가지 않았고, 아내는 슬픔 속에 잠겨 있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하고 만다. 아내의 장례를 치른 조슈아는 그 무덤 앞에서 세 아들의 시신을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호주에서 1만 4천km나 떨어진 터키로 향한다. 낯선 땅이자 제1차 세계대전에서 서로 총부리를 겨누며 싸웠던 적군의 땅 터키로 말이다.


<워터 디바이너>에서 러셀 크로가 보여주는 흥미로운 시각은 스스로(호주)를 '어디에도 붙어있는지 모르는 나라'인 터키를 공격한 '침략군'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셀 크로는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평화적인 연대'가 가능하다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영화 속에서 세 아들의 시신을 찾아 동분서주하는 조슈아를 돕는 터키군의 핫산 소령의 '우정'을 통해 잘 표현되어 있다.




이 영화를 '아버지의 부성애'로만 이해하는 것은 반쪽짜리 해석에 불과하다. 물론 그 진한 부성애로부터 전해지는 감동도 영화의 중요한 한 축이지만, 그와 더불어 자국의 역사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그로부터 이어지는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를 찾아내는 것도 영화를 이해하는 주요한 축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전쟁이라는 거대한 '정치적 게임' 속에서 무수히 희생되어 갔던 '사람'들에 대한 생각도 함께 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을 것이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4월25일이 안작(Anzac) 데이로 당시 전투에서 숨진 참전용사를 추도하는 공휴일이다. 하지만 반대편 터키군은 얼마나 죽었고 어떤 큰 상처를 입었는지 모른다. 그러다 이번 영화를 위해 자료조사차 터키를 찾았을 때 이스탄불의 한 고등학교를 방문했다. 그 학교의 시계가 멈춰져 있었는데, 바로 갈리폴리 전투 때부터 멈춘 것이라 했다. 전쟁이 나자 군대에서 그 학교 학생들을 강제적으로 몽땅 차출해서 나간 뒤로 학교는 텅 비고 시계도 멈췄다는 거였다. 일방적으로 침공을 당한 나라에서 얼마나 큰 충격이었을까. 100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관점을 던질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워터 디바이너>가 호주에서 크게 흥행에 성공했다는 것은 무척 기쁜 일이다. (웃음)"


[러셀 크로] <워터 디바이너> <씨네21>



대한민국에서는 다소 아쉬운 흥행 성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호주에서는 <워터 디바이너>가 많은 관객을 불러모았다. 또, 지난 29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호주 아카데미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조연상(일마즈 에르도간), 의상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상을 수상하고 러셀 크로는 자신의 SNS에 "신이시여! 호주에게 감사한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지금 보길! 두 번 보면 더욱 좋다"는 글을 남겼다. 이 글은 우리들에게도 유효할 것 같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지금 보길!"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