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극장

스파이 액션의 새로운 시대?<킹스맨>의 호언장담은 허풍이 아니었다

너의길을가라 2015. 2. 2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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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액션의 새로운 시대가 온다!'던 호언장담(豪言壯談)은 허풍이 아니었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Kingsman : The Secret Service)>의 돌풍이 심상치 않다. 2월 극장가의 유일한 19금(禁) 영화인 <킹스맨>은 개봉 11일 만에 누적 관객수 206 만 6,261명을 기록하며 <조선명탐정>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른 영화들이 전일대비 관객수가 감소하는 데 반해 '킹스맨'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그만큼 '입소문'이 좋다는 의미다.


현재까지 <킹스맨>이 갈아치운 기록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우선, <킹스맨>이 200만 관객을 돌파한 시점은 올해(2015년) 개봉한 외화 중 최단 기간이다. 이 는 <300>의 개봉 15일, <원티드>의 개봉 13일을 깬 것이고, <테이큰2>와는 타이 기록이다. 이제 <킹스맨> 앞에 놓인 산은 <300>이 가지고 있는 역대 청소년 관람불가 최고 흥행 기록(292만9,561명)인데,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전망(할 필요가 없을 만큼 확실시)된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킹스맨>은 국제 비밀정보기구인 캥스맨 조직이 악당인 발렌타인(사무엘 L. 잭슨)과 맞서 싸우는 내용을 담고 있는 스파이 액션 블록버스터다.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 <킥 애스 : 영웅의 탄생>을 연출한 재기발랄한 매튜 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그야말로 천재적 감각을 뽑냈다. 스파이 액션 영화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콜린 퍼스가 젠틀한 액션을 선보이고, 사무엘 L. 잭슨은 전형적이지 않은 독특한 악역인 발렌타인 역을 연기했다. 무엇보다 정확한 캐스팅으로 무명에 가까운 태런 애거튼을 새로운 스타로 발굴해냈다.


<킹스맨>은 드물게 흥행과 관객의 호평을 동시에 잡았다고 평가받고 있다. 과 연 누가 19금(禁)의 <킹스맨>이 이토록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을까? 우선, 영화 외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자. 최근 극장가의 흐름은 마치 <킹스맨>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할 만큼 '블록버스터 액션'에 굶주려 있었다. 1,4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국제시장>을 필두로 <쎄시봉>까지 복고 열풍의 분위기가 극장가에 팽배(澎湃)했다.

 

<테이큰3>, <기술자들>, <강남 1970> 등의 영화들이 그 틈을 파고들고자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흐름이라는 것이 참 묘해서 <국제시장>의 힘이 빠질 무렵 <조선명탐정>과 <킹스맨>이라는 발랄한 영화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절묘한 타이밍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영화의 완성도가 높았다. 앞서 언급한 영화들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건 <국제시장>만의 탓이 아니라는 뜻이다.

 

 

"온종일 그렇게 서있을거야? 아님 싸울꺼야?"


 

<킹스맨>의 힘은 '상투적이지 않음'에서 나온다. 기존의 '스파이 영화'의 틀을 벗어나는 신선한 구성은 "요즘 스파이 액션은 지루해"라고 생각하던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재기발랄한 연출은 배우들의 대화, 액션 장면 등 영화 곳곳에서 돋보인다. 스파이 액션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가 아깝지 않을 정도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두 가지 고르라면, 이른바 '교회 몰살신'이라고 불리는 해리(콜린 퍼스)의 액션신과 에그시(태 런 애거튼)가 발렌타인의 저택에서 미션을 수행하는 장면이다. 기성복을 거부하고 맞춤 양복을 추구하는 '킹스맨'답게 군더더기 없는 깔끔하고 완벽한 액션이 펼쳐진다. 여기에 감각적인 음악이 깔리면서 잔인한 장면들을 부드럽게 터치한다. 또, 인물 시점의 카메라가 편집되면서 속도감은 더욱 배가된다.


 


최고의 요원인 해리가 교회 안에서 총 79명의 교인들을 몰살시키는 장면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참고한 것인데, 매우 감각적이고 리드미컬하게 연출됐다. 후반부에 펼쳐지는 에그시의 액션신도 그에 못지 않게 빠르고 인상적이다. 무용과 브레이크 댄스가 결합된 액션 장면들은 기존의 스파이 영화와는 차별성을 보여준다.

 

<킹스맨>의 진정한 매력은 그 안에 담겨 있는 황홀하기까지 한 액션신에 취해 자칫 <킹스맨>에 깔려 있는 '저항 정신'을 잊기 쉽다. 매 튜 본 감독은 계급적 사회와와 기득권의 우월의식에 대해 따끔한 일침을 놓는다. '귀족주의'에 묶여 있는 것은 킹스맨 조직도 예외가 아닌데, 해리는 킹스맨의 후계자로 비(非) 귀족 출신인 에그시를 추천하면서 이를 전복시키고자 한다. "시대가 변했다"는 해리의 말은 에그시가 세상을 구하면서 증명된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전형적이지 않은 악역의 등장이다. 사무엘 L. 잭슨은 독특한 패션과 억양으로 발렌타인을 연기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악을 행하려는 동기(動機)다. 발렌타인은 인류를 제거하려는 계획을 세우는데, 그 이유는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지구의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봤지만 모든 것이 수포였다. 바이러스처럼 살아가는 인류를 제거해야만이 지구가 살아남는다'고 주장하는 그의 생각은 영화 속에서 꽤나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들리기까지 한다.


'스파이 영화는 뻔하지'라고 생각한다면 <킹스맨>을 추천한다. 이 영화는 B급 정서를 숨기지 않고, 가감없이 드러낸다. 유치할 때는 끝없이 유치하고, 전복이 필요할 땐 주저없이 뒤집어버린다. 빠르지만 숨가쁘지 않고, 유쾌하면서도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이 새로운 스파이 영화의 속편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콜린 퍼스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spin-off)도 좋고, 성장한 태런 애거튼을 다룬 2편도 좋다. 

 

이미 매튜 본 감독은 "아직 정해지진 않았다. 영화가 흥행해야 속편을 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해놓은 스토리는 있다"고 속내를 드러낸 바 있다. 문제는 '흥행'인데, 안타깝게도 해외에서는 <킹스맨>보다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2배 이상의 수입을 거두고 있는 모양이다. 흠, 그래도 어떻게 안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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