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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3', 피렌체에서도 김영하의 여행법은 남달랐다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8. 10. 1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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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김영하는 남달랐다. 그리스에서도 고대 유적들을 뒤로 한 채 과감하게(?) 휴양지인 '에기나 섬'으로 떠나 풍요로운 여유를 즐겼던 그가 아닌가. 김영하의 진가는 이탈리아 피렌체(Firenze)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됐다. 일반적으로 피렌체 하면 두오모 성당, 우피치 미술관 등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꼭 가봐야 할 장소쯤 될 것이다. 그런데 김영하는 뜬금없이 '영국인 묘지'를 찾았다. 


"전 여행 가면 그 도시의 묘지를 꼭 한번씩 가봐요."

"왜요?"

"일단 조용해요. 고요합니다. 산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


김영하가 묘지를 찾은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유명한 관광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도시가 주는 온갖 소음에 지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 휴식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인 그가 그 정도에서 만족할 리 없다. 김영하는 묘지에서조차 반짝이는 스토리를 발견하고, 그걸 자신만의 언어로 맛깔스럽게 옮겨낸다. 엘리자베스 바렛 브라우닝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바로 그 예다.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은 강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억압적인 삶을 살았고, 15세 때 낙마 사고로 장애를 얻게 되는 등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자연스레 사회비판적인 시를 쓰게 됐지만, 훗날 남편이 될 6살 연하의 로버트 브라우닝이 보낸 연애 편지를 받고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후 유명한 애정 시를 써내려 갔다고 한다. 이 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김영하라는 프리즘을 통해 흥미롭게 전달됐다. 



김영하는 최고의 묘지로 파리의 '페르 라셰즈'를 꼽았는데, 그 이유로 아름답고 파리 도심에서 가까우며 유명인(짐 모리슨, 쇼팽)들의 묘가 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이렇듯 여행을 할 때마다 '묘지 투어'를 할 정도로 묘지를 찾는다는 김영하의 말에 유시민은 "역시 소설가는 다르긴 다르다"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확실히 소설가의 여행법은 뭔가 특별한 데가 있는 것 같다.


문득 페르 라셰즈는 아니지만, 파리 여행을 갔을 때 들렀던 '몽마르트르 묘지'가 떠올랐다. 그 고요한 분위기에 취해 잠시나마 마음에 안식을 얻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도시를 설계할 때 우리도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는 방법을 고려해 봐야 해요. 우리가 영원히 사는 게 아니니까."라는 그의 말이 가슴 깊이 박힌다. '우리에겐 가보고 싶은, 혹은 잠시 들러 쉬었다 가고 싶은 묘지가 있는가?'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피렌체에서의 둘째 날, tvN <알쓸신잡3>의 박사들은 피렌체의 근교 도시들로 여행을 떠났다. 김진애는 중세 도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시에나(Siena)로, 김상욱과 유시민은 갈릴레오 박물관과 피사의 사탑이 있는 피사(Pisa)로 떠났다. 그런데 김영하는 또 다시 남다른 선택을 한다. 그는 유희열과 함께 키안티(Chianti)라는 생소한 지역을 방문했다. 르네상스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시골 전경이 펼쳐진 곳이었다.


키안티는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 지역의 소도시로 대표적인 와인 생산지인데, 대도시 위주의 여행에 지친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김영하는 도시 여행을 하다보면 지치기 마련이고, 그럴 때 농가 민박에 머무르며 자연을 즐기는 여행법이 도움이 된다면서 이탈리아어로 농업(Agricoltura)과 관광(Turismo)의 합성어인 아그리투리스모(Agriturismo)를 소개했다. 



유희열은 과거에는 이탈리아 하면 전통적인 4대 여행지(로마, 피렌체, 베니스, 밀라노)를 많이 찾았지만, 요즘에는 소도시를 여행하는 게 유행이라며 달라진 여행 인식을 언급하기도 했다. 물론 김영하가 유명한 관광지보다 생뚱맞은 묘지를 찾고, 화려한 도시를 살펴보기보다 아기자기한 소도시를 찾을 수 있는 건 평소 여행을 많이 다녀봤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제 필수 코스 말고 '다른' 것에도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것이리라. 


누누이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김영하의 존재감은 <알쓸신잡3>에서 매우 중요하다. 김진애의 건축 및 도시적 관점도 흥미롭고, 김상욱의 과학적 사고방식도 재미있다. 그럼에도 역시 <알쓸신잡3>의 깊이를 더하는 건 김영하의 무궁무진한 이야기고, 그의 경험에서 우러난 남다른 여행법이다. 그가 있기에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서 한걸음 더 내딛게 된다. 


이른 아침, 일출을 보기 위해 미켈란젤로 광장으로 올라가던 중 김영하는 처음 피렌체를 여행왔던 이십대의 자신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한다. "이 도시는 거의 변한 게 없어요. 저만 변해요." 방송에서는 '웃음'으로 처리됐지만, 굉장히 의미심장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김영하가 문득문득 던지는 질문들은 우리에게 나 자신의 내면뿐만 아니라 우리가 발딛고 있는 사회를 곰곰이 되새겨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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