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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무서워 손톱 물어뜯는 금쪽이, 오은영은 왜 아빠의 어린시절을 물었을까

너의길을가라 2021. 8. 2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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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 박사님께 욕 들을 각오하고 왔습니다."

7살 딸, 금쪽이의 부모가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를 찾아왔다. 선장인 아빠는 뱃사람답게(?) 무뚝뚝했다. 전형적인 옛날 경상도 남자였다. 엄마는 식당을 운영하며 선상 도시락 배달도 겸했다. 금쪽이는 할머니댁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엄마는 금쪽이가 나이에 비해 성숙하고, 엄마를 이해하고 챙겨주는 아이라고 소개했다. 출연 신청을 한 건 의외로 아빠였다. 변화의 의지가 엿보였다.

우선, 금쪽이의 일상을 들여다 보자. 엄마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혼자 노래를 부르며 놀고 있던 금쪽이는 갑자기 눈치를 살피더니 손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금쪽이는 '딱' 소리가 날 정도로 손톱을 세게 물었다. 듣는 사람이 고통스러울 정도였다. 잠시 후 이번에는 앉아서 발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발톱을 씹었다. 흔히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엄마와 사촌동생들이 들어오자 그제서야 물어뜯기를 멈추고 거실로 달려나갔다. 엄마는 금쪽이를 불러서 손발톱 검사를 했다. 손톱은 엉망이었고, 속살이 드러나 있었다. 엄마는 대화를 시도했다. 왜 손톱을 물어뜯냐고 묻자 금쪽이는 "뾰족해서"라고 대답했다. 금쪽이는 손가락을 빠는 버릇도 있었다. 엄지손가락 위에 굳은살과 염증이 생긴 상태였다. 혼도 내보고 설득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오은영 박사는 자신의 아들도 초등학교 1학년 때 손톱을 물어뜯은 적이 있다며 경험담을 꺼내 놓았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대답해 함께 해결책을 고민했더니 "손톱이 뜯고 싶어지면 엄마를 떠올리며 '엄마~'라고 부를게요."라며 스스로 해결책을 제시하더란다. 그래서 이해와 격려를 해주었더니 정말 한달 후부터 손톱을 물어뜯지 않았다고 한다.


금쪽이는 왜 손가락을 빨고, 손톱과 발톱을 물어 뜯는 걸까. 불안하기 때문일까.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행위일까. '뾰족해서'라는 금쪽이의 대답에는 '촉각(까슬까슬하게 걸리는 느낌)'과 '구강 감각(입에 넣어서 뜯거나 가는 행동)'을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이렇듯 금쪽이가 감각을 사용하는 것이 긴장이 유발되었기 때문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면 금쪽이는 금쪽이는 왜 눈치를 보는 걸까. 오은영은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첫째는 혼나기 전에 물어 뜯기 위함이고, 둘째는 불련듯 무서움을 느끼는 순간에 이를 진정시키려고 감각을 사용하는 것이다. 현관문 소리가 나자 재빨리 나가는 걸 미루어 보면 사람들이 오니 안심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 오은영은 '소리'에 대한 불안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궂은 날씨 탓에 집에서 귀게 된 아빠는 딸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아빠는 금쪽이가 2층 계단 밑의 좁은 공간에서 놀고 있자 왜 거기 들어가 있냐고 한마디했다. 그 말에 금쪽이는 잔뜩 경직된 모습을 보였다. 시무룩해진 금쪽이는 커다란 인형은 안은 채 몰래 손가락을 빨기 시작했다. 이를 눈치챈 아빠는 무서운 말투로 금쪽이를 지적했고, 금쪽이는 미소를 잃은 채 잔뜩 굳어 있었다.

오은영은 할 말이 아주 많아 보였다. 영상을 보고 있는 아빠는 뭔가 느꼈을까. 금쪽이는 혼자 말없이 놀면서도 끊임없이 아빠의 눈치를 살폈다. 오은영은 왜 그렇게 아이의 이름을 부르냐고 물었고, 아빠는 속마음은 놀아주고 싶은 것이라 항변했다. 엄마는 아빠가 단 한번도 다정하게 놀아준 적이 없다며, 그러니까 아빠 목소리만 들어도 주눅이 드는 거라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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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은 금쪽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고 제안했다. 일단, 아빠가 자꾸 불러 젖히는 게 문제였다. 금쪽이 입장에서는 '잘 놀고 있는데 왜 자꾸 불러서 내 놀이를 방해할까'라고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아빠가 불러서 가봤더니 별것도 없었다. 아빠의 목소리는 크고 무서운데, 그 때문에 긴장했고 애착인형을 안고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손가락을 빨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저 뜯지 말라고 나무라는 건 효과가 없다. 긴장의 원인을 알고 방법을 바꿔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은영은 부모이자 어른이 아이에게 맞춰가야 하는 것이라 조언했다. 금쪽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엄마는 누워있는 아빠을 깨워 육아에 대해 대화를 나누자고 제안했다. 아빠는 "어쩌기는 뭐! 잘해야지!"라는 두루뭉술한 대답만 반복하며 짜증을 부렸다.

또, 서둘러 대화를 마무리하려고 했다. 엄마는 금쪽이와 얘기는 해봤냐고 물었고, 아빠는 진지하게는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아빠는 아이들 문제를 회피하기 바빴다. 그러더니 자신의 혈압을 높이지 말라고 말조심하라고 소리쳤다. 이야기는 갑자기 자신의 자존심 타령으로 넘어갔다. 보는 사람도 가슴이 답답해지는 장면이었다. 아빠도 정작 자신의 모습을 화면으로 보니 심란한 듯했다.

안방에서 부부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동안 금쪽이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까. 다른 방에서 혼자 놀고 있던 금쪽이는 엄마 아빠가 다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는데, 아빠가 언성을 높이고 소리를 지를 때마다 깜짝깜짝 놀랐다. 갑자기 안방으로 들어온 금쪽이는 상황을 살피다가 엄마 쪽으로 다가와서 아기처럼 웅얼거리더니 잠시 후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엄마는 가족사진이라고는 막내 돌때 찍은 것밖에 없다며 추억을 만들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그리고 육아에 참여하지 않는 아빠의 태도를 하소연했다. 한편, 아빠는 반려견에게는 한없이 살가운 태도를 보였다. 말투도 부드러웠고, 행동도 금쪽이를 대할 때와 정반대였다. 아빠는 어린 시절부터 개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 많이 의지했었다고 털어놓았다.

오은영은 아빠가 어린 시절 개와 긍정적 관계를 경험했던 것 같다며 다시 말해 익숙한 관계라고 분석했다. 익숙한 관계에서는 편안해 보였다.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식은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듯했다. 동생과 잘 놀던 금쪽이가 다시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결국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던 아빠에게 발각됐다. 불호령이 떨어졌다.

"엄마 오기 전에 나갈래? 쫓겨 날래? 나가! 나가!"

아빠는 금쪽이를 무섭게 다그쳤다. 장난감을 다 버린다며 협박투로 호통쳤고, 쫓아낸다며 나가라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정형돈은 저게 아빠의 본심이 아니라며 애써 옹호했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굉장히 무서운 상황이었다. 아빠가 무서워 입도 떼지 못하던 금쪽이는 결국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에 마음이 아파왔다.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딸과의 관계에 아빠도 속상해 보였다.


영상으로 자신의 행동을 지켜본 아빠는 "나는 왜 저렇게밖에 안 되지?"라며 자책했다. 표현이 서툰 아빠의 깊은 후회였다. 오은영은 성인을 대상으로 부모와의 애착 경험을 광범위하게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 부모와 맺었던 애착 패턴을 자신이 부모가 돼 본인 자식에게 그대로 하더라고 설명했다. 부모에게 받은 대로 자식에게 똑같이 대하는 경향, 다시 말해 대물림이었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는 걸까. 부모와 단단한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사람은 자녀에게 안정된 사랑을 줄 수 없는 걸까. 희망적인 사실은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문제를 깨달은 후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이면 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하면 내가 받은 것보다 더 나은 사랑을 자녀에게 줄 수 있다. 후천적으로도 안정된 애착을 형성할 수 있다. 오은영은 아빠의 어린시절에 대해 듣고자 했다.

자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아빠의 어린시절은 어땠을까. 아빠는 특별히 말할 것도 없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부모님 두 분 모두 안 계시다보니 어릴 때부터 할머니와 섬에 고립돼 살았다고 했다. 또, 무서운 할머니 손에 자라다보니 그 모습을 따라했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오은영은 어른이 되어서도 메워지지 않는 어린 시절의 공백이 보인다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유치원에서 금쪽이는 완전히 다른 아이가 됐다. 수업 참여도도 좋았고, 집중력도 뛰어났다. 목소리도 우렁찼다. 발표를 하겠다며 손을 번쩍 들기도 했다. 아빠와 추억을 그려보라는 선생님의 말에 금쪽이는 아빠와 게임하고 놀았던 그림을 그렸다. 그림 속의 아빠는 활짝 웃고 있었다. 거짓말을 하는 걸까. 금쪽이는 아빠와 관련된 선생님의 질문에는 머뭇거리며 은근슬쩍 대답을 피했다.

금쪽이의 속마음은 무엇일까. "아빠가 무서운 거야?"라고 묻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거짓말을 했냐는 질문에는 끝내 대답을 하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금쪽이가 손발톱을 물어뜯는 건 작은 일에도 불같이 화를 내고 갑작스럽게 높아지는 언성 때문에 언제나 초긴장 상태였던 어린 금쪽이가 할 수 있는 작은 저항이었다. 금쪽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문제의 원인을 알았으니 솔루션이 필요했다. 오은영은 '엄마', '아빠'라는 호칭을 불러본 적도 없는 아빠의 어린시절의 공백에 대해 충분히 위로를 건넸다. 또, '사랑해'라는 말이 가장 듣고 싶었던 아빠의 속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했다. 변화를 위해 이 자리에 나와준 것에 대해 칭찬했다. 아빠도 받아본 적 없으니 주는 방법을 모른다는 생각을 버리겠다며 굳은 의지를 보였다.


우선, 아빠의 화법을 바꿔야 했다. 지금까지 아빠 화법의 특징은 지시적, 일방적, 지적적이었다. 강압적이고 독재적이었다. 문제 상황마다 감정적 압박 방법으로 금쪽이를 몰아붙였다. 금쪽처방은 마음을 나누라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언제나 부모에게 신호를 보내는데, 그걸 눈치채기 어렵다면 물어보면 된다고 조언했다. 민주적 대화를 통해 존중하는 법을 익히는 것도 중요했다.

다음으로 아이를 부르는 방식도 바꾸기로 했다. 지금처럼 성과 이름을 다 부르지 않고, 부드러운 말투로 이름만 부르기로 했다. 처음에 아빠는 굉장히 어색해 했다. 평생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많은 노력과 훈련이 필요했다. 금쪽이에게는 손발톱을 물어뜯는 대신 딱딱한 식감의 과자 선물해 감각을 대신 자극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금쪽처방 후 15일 만에 금쪽이의 손톱은 깨끗해졌다.

남은 건 부녀 관계 개선이었다. 여전히 아빠는 딸을 살갑게 대하는 걸 어려워했다. 엄마는 가족 회의를 소집했고, 금쪽이는 아빠가 나쁜 말 하는 게 가장 싫다고 대답해 아빠의 변화를 촉구했다. 이후 아빠의 부단한 노력은 금쪽이의 마음을 조금씩 녹였다. 어느새 금쪽이는 아빠에게 장난도 치며 스킨십도 하게 됐다. 부모가 바뀌면 아이들은 언제든 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걸 또 한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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